한 환자를 여러 의료인이 함께 보면, 수술과 마취처럼 일을 나누기도 하고 처방과 주사처럼 지시와 보조로 잇기도 합니다. 그 진료에서 나쁜 결과가 생기면, 각자의 몫을 어디까지 물을지 따지게 됩니다. 여러 의료인이 한 환자를 나눠 맡았다면, 형사 절차에서 법원은 누가 무엇을 맡았고 서로 어떤 관계였는지부터 살핍니다.
핵심 정리
- 신뢰의 원칙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제 몫을 다하리라 믿고 자기 일을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몫에서 생긴 결과까지 묻지 않는다는 생각을 흔히 부르는 이름입니다.
- 아래 대법원 판결들은 이 이름을 쓰지 않고,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나눠 맡았다면 다른 의사의 전적인 과실로 생긴 결과에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 다만 지휘 · 감독 관계라면, 맡긴 의사에게도 그 진료가 적절한지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신뢰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이 이름은 의료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라서, 법률 사전이나 행정법의 신뢰보호원칙과 섞여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형법에서 과실을 따질 때의 생각, 그중에서도 나눠 맡은 진료의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수술과 마취, 다른 과와의 협의진료처럼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나눠 맡았다면, 진료를 분담받은 다른 의사의 전적인 과실로 생긴 결과에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판결은 나눠 맡은 진료와 위임의 합리성 해설에 있습니다.
또 형사에서는 과실과 결과의 연결 모두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증명돼야 하고, 이 증명은 의료사고 형사 고소 글이 다룹니다. 이때 위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진료를 함께 한 의사마다 자기 진료에 과실이 있었는지를 따로 보았습니다.
형사 판결은 어떤 사정을 보았나요?
먼저 관계입니다. 대법원은 주된 의사이거나 사실상 지휘 · 감독하는 지위라면, 다른 의사의 전공에 전적으로 속하거나 전적으로 맡긴 것이 아닌 이상 그 진료가 적절한지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은 주치의의 처방 확인 · 감독 의무 해설에 있지요.
다음은 맡긴 쪽이 알 수 있었던 사정입니다. 다른 과 전문의의 회신을 믿은 내과 의사에 대해, 대법원은 그 회신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 사건의 경과는 협진 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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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한 쪽과 맡은 쪽의 민사 책임은 간호사 · 전공의 이름으로 소송이나 고소가 왔다면 글이 다룹니다.
맡긴 보조 행위는 어떻게 보았나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정맥주사를, 의사의 입회 없이 간호실습생이 놓다가 사고가 생긴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간호사의 진료 보조마다 늘 의사가 입회해 일일이 지도 · 감독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입회가 필요한지는 그 행위의 위험과 부작용, 환자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같은 사정을 보아 하나하나 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그대로 두었습니다(간호사 진료 보조와 의사의 입회).
반면 두 환자에게 수혈할 혈액봉지를 구분 없이 함께 놓아 두고,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은 채 간호사에게 교체를 맡긴 사건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해가 미칠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에서 충분히 지도 · 감독하지 않고 ‘만연히 간호사를 신뢰하여’ 맡겼다면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병원에 그런 관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해지지도 않는다고 했지요. 그래서 과실이 없다고 본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했습니다(바뀐 혈액봉지, 간호사에게 맡긴 인턴의 주의).
두 사건에서 법원이 함께 본 것은 맡긴 일에 따르는 위험과, 그 위험 앞에서 맡긴 쪽이 한 조치였습니다.
나눠 맡은 몫은 어디에 남나요?
누가 무엇을 맡았고 누구의 지시였는지는, 처방과 인계, 협의진료 회신 같은 진료 기록에 남습니다.
참고한 법령 · 지침
- 형법2026. 10. 2. 시행 · 업무상과실치사상
- 형사소송법2026. 10. 2. 시행 · 증거재판주의
-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나눠 맡은 진료와 위임의 합리성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5도9229 판결주치의의 처방 확인 · 감독 의무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협의진료 회신을 믿은 진료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간호사 진료 보조와 의사의 입회
-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812 판결바뀐 혈액봉지와 맡긴 의사의 주의
이 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