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인과관계 추정과 반대 증명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과실과 손해 사이의 연결을 다툰다면,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이 판결부터 보시면 됩니다. 그 연결은 환자 쪽도 의료진 쪽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두 가지가 증명되면 연결을 추정하되, 의료행위를 한 쪽은 그 추정을 깰 수 있다고 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23. 8. 31.
사건
2022다219427 · 민사
결론
피고(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상고와 원고들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 넘어진 뒤 팔을 올리지 못해 입원한 고령 환자가,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마취는 전신마취와 목 부위 국소마취였습니다.
  • 판결이 인정한 차례는 이렇습니다.
    • 10:15 마취과 전문의가 전신마취를 유도함
    • 10:42 간호사에게 환자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하고 수술실을 나옴
    • 11:00 수술 시작 · 수술 중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하강
    • 11:17 간호사 전화를 받고 돌아와 상태를 확인함
    • 11:20 에피네프린 등을 투여 · 회복되지 않아 수술을 멈추고 심폐소생술
  • 마취를 시작한 뒤 11:00까지 혈압이 세 차례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에페드린 주사로 회복되었습니다. 간호사가 감시장치 경보음을 듣고 전문의에게 전화한 것은 네 차례입니다.
  • 결국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도착 때 심정지 상태로 숨졌습니다.
  • 피고는 과실도 인과관계도 없다고 상고했는데, 원고들은 다른 과실과 책임 제한 등을 들어 부대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배상의 요건은 그대로입니다 판결요지

진료상 과실로 배상 책임이 서려면, 다른 경우처럼 손해 · 주의의무 위반 ·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가 증명되면 추정합니다 판결요지

환자 쪽이 두 가지를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 그때의 의료 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어긴 행위, 곧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있었다는 것
  • 그 과실이 손해를 낳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개연성은 막연한 가능성과 다릅니다 판결요지

개연성은 자연과학 · 의학 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까지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의학적 원리에 맞지 않거나, 막연한 가능성에 그치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추정은 깰 수 있습니다 판결요지

인과관계가 추정되어도, 의료행위를 한 쪽이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추정은 뒤집힙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은 전문의가 마취 중 감시를 소홀히 해,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제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호출에 대응해 신속히 혈압 회복 조치를 했다면 회복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아, 사망을 낳을 개연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즉 피고 쪽이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원고들이 든 설명의무 위반 · 심폐소생술 시행상 과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단도, 대법원은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추정이 모든 과실에서 저절로 서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와 개연성, 두 가지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 또 수술실을 나온 일만 떼어 과실인지 따로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심이 과실로 본 것은 마취 중 감시를 소홀히 해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제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못한 점이고, 대법원은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 다만 이 판결이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밝힌 것은 아닙니다. 개연성이 증명되었고 다른 원인이 증명되지 않아 추정이 선 것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추정의 자리와 반대 증명의 자리가 한 판결 안에 나란히 있습니다. 환자 쪽에는 무엇을 먼저 보여야 하는지가, 의료인 쪽에는 무엇으로 추정을 깰 수 있는지가 같은 문장에서 읽힙니다.

의료인이라면

추정을 깨는 길은 「다른 원인」의 증명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상태는 수술 전 평가 기록에, 그때 한 처치는 마취기록 · 간호기록의 시각별 칸에 남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과실로 본 것은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호출 시각과 대응 시각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을 함께 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결과가 무겁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서지 않는데, 먼저 있어야 할 것은 과실로 볼 행위와 그 행위가 결과를 낳을 개연성입니다.

또 같은 판결에서 원고들이 든 다른 과실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주장마다 따로 봅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이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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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