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6. 6. 25.
- 사건
- 94다13046 · 민사
- 결론
- 환자 쪽(원고들)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이 사건은 교통사고로 다친 환자가 정형외과 의사의 치료를 받은 뒤 결국 발목을 잘라 내게 되자, 환자 등 원고들이 그 의사의 배상 책임을 따진 것입니다. 먼저 원심이 증거로 인정한 차례를 짚어 봅니다.
- 환자는 트럭을 몰다 사고를 당해서 오른쪽 손목과 왼쪽 다리 · 발에 여러 곳의 골절과 개방성 복잡골절, 발뒤꿈치 · 발바닥 좌멸창 등을 입었습니다.
- 의사는 저혈압을 수액으로 올린 뒤 엑스레이로 골절을 살폈고, 상처가 심한 왼쪽 무릎 아래부터 치료했습니다. 상처를 씻고 항생제를 준 뒤 봉합하고, 어긋난 뼈를 바로잡는 고정술로 넘어간 것입니다.
- 이때 고를 수 있는 고정 방법으로는 뼈에 고정물을 넣는 방법, 반깁스, 손으로 뼈를 맞춘 뒤 바깥에서 고정하는 방법 등이 있었습니다. 다만 의사는 개방성 골절이라 혈액순환 장애로 조직괴사나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어 고정물을 넣기는 어렵고, 반깁스로는 안정을 얻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손으로 맞춘 뒤 석고붕대로 바깥에서 고정하는 방법입니다.
- 뼈 조각이 어긋나지 않게 석고붕대 사이에 딱딱한 물질을 넣기로 했습니다(원심은 치료에 흔히 쓰이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감은 석고 일부를 잘라 벌린 뒤 밤알보다 조금 큰 돌멩이를 끼우고 다시 석고붕대로 감았는데, 상처를 돌보려고 발목 바깥과 발바닥 쪽 석고에는 길이 약 25㎝, 폭 약 10㎝의 창을 냈습니다.
- 의사는 그 창으로 상처를 살피며 항생제를 이어 주었는데, 며칠 뒤 발바닥에서 고름이 아닌 진물이 나왔고 열이 난 날도 있었지만 고름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다 사고 뒤 일주일쯤 지나 발 피부 가장자리에서 진한 진물과 고름이 나오고 괴사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의사는 연부조직과 혈액순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럴 때는 혈액순환 상태를 검사하고 동맥조영술이나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 환자는 넙다리뼈(대퇴골) 골절 때문에 조영술이 어려웠고, 발뒤꿈치 · 발바닥 이식수술은 의사가 속한 개인병원에서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와 가족에게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은 뒤 괴사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 하지만 환자 쪽은 이를 따르지 않다가 종합병원이 아닌 다른 개인 정형외과의원으로 옮겼고, 상태가 나빠지자 괴사가 나타난 지 9일째 되는 날 종합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한편 그 의원에서 석고를 열어 보니 돌멩이가 상처 부위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점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 원심은 피부조직 괴사나 2차 감염이 연부조직의 혈액순환 장애로 주로 생긴다고 봅니다. 괴사 범위는 다친 뒤 약 5~7일이 지나 죽은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생겨야 눈에 띄고, 그때 혈액순환을 검사해 장애가 있으면 곧 피부이식수술 등으로 악화를 막는다고 했습니다.
원심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의사의 과실을 부정했습니다.
- 석고붕대 고정을 고르고 돌멩이를 버팀으로 넣은 것은 골절을 효과적으로 바로잡으려던 것이고, 돌멩이가 괴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돌멩이를 쓴 것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더라도 심히 조악한 시술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 또 충분한 크기의 창을 내고 진물 양과 열을 지켜보며 항생제와 해열제를 준 이상, 창을 더 내지 않았다고 잘못이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괴사 증상을 처음 발견하고, 필요한 검사 · 치료는 종합병원에서만 된다며 옮기기를 권한 것으로 그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봅니다.
- 결국 괴사는 교통사고로 생긴 혈액순환 장애에서 왔고, 돌이킬 수 없게 나빠진 것은 제때 종합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데서 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발목 절단의 원인은 처음 사고와 전원 권유를 따르지 않은 데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환자 쪽이 상고했는데, 다툰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 석고붕대 고정과 돌멩이 버팀을 고른 진료가 과실인가.
- 종합병원으로 옮기라고 권한 것으로 의사가 할 일을 다했는가, 개인의원으로 옮기는 것을 막거나 직접 종합병원에 보냈어야 하는가.
법원이 본 것
몇 가지 조치 가운데 고르는 진료 방법 판결요지 [1] · 이유 2
의사는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몇 가지 조치를 놓고, 알맞다고 판단한 진료 방법을 고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때 그 판단의 바탕은 환자의 상황, 당시 의료 수준, 의사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입니다.
그래서 그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 안에 있다면, 진료 결과를 두고 그중 한 가지만 정당하고 다른 조치를 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원을 권한 뒤의 의무 판결요지 [2] · 이유 2
판결은 의사가 상처 부위의 조직괴사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종합병원뿐이라고 설명하며 옮기기를 권했다면, 그것으로 의사로서 진료상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거기서 나아가 환자나 가족이 개인의원으로 옮기는 것을 만류하거나 제지할 의무, 의사가 환자를 직접 종합병원으로 옮길 의무까지 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 석고붕대와 전원 권유 이유 2
대법원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그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사실을 인정한 잘못, 의료상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진료 방법 선택의 재량과 전원 권유의 의무에 관한 위 법리를 밝히고, 환자 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먼저 권유가 이만큼 구체적이지 않았을 때도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결론은 필요한 검사 · 치료를 할 곳이 종합병원뿐이라고 설명하며 권한 경우였기 때문입니다.
- 옮겨 간 개인의원에서의 진료는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 돌멩이 버팀이 의학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따로 판단을 보태지 않았습니다. 원심이 괴사에 영향이 없었다고 본 사실인정과 판단을 정당하다고 본 데까지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은 고른 치료 방법과, 그 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왔을 때 다른 병원으로 잇는 권유를 각각 보았습니다. 몇 가지 길 가운데 그 환자 상태에 맞춰 고른 까닭이 원심 사실에 남아 있었고, 권유에는 왜 종합병원이어야 하는지가 담겨 있었던 셈입니다.
의료인이라면
판결이 받아들인 원심 사실에는 여러 고정 방법을 놓고 고정물 삽입과 반깁스를 고르지 않은 까닭이 담겨 있었습니다.
권유로 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된 데에는, 필요한 검사 · 치료를 그 병원에서 할 수 없다는 사정과 종합병원뿐이라는 설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치료 뒤 괴사가 생기고 발목을 잃었다는 결과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괴사의 원인을 교통사고에 따른 혈액순환 장애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원심은 괴사가 처음 보인 때, 전원을 권한 때, 실제로 종합병원에 간 때를 차례대로 견주었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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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6. 6. 25. 선고 94다1304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