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수술 직후 마비와 과실 추정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수술 전 멀쩡하던 다리가 수술 직후 마비돼 그 원인을 다투신다면, 이 판결이 간접사실로 과실을 어떻게 추정했는지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수술 중 잘못에서 왔다고 볼 개연성을 받쳐 주는 간접사실이 있으면, 원인을 모르는 합병증일 가능성이 남아 있어도 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1. 7. 14.
사건
2009다54638 · 민사
결론
원고들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어릴 때 선천성 척추측만증이 발견돼 진료받아 온 환자가 휜 척추를 바로잡는 교정 수술을 받은 사건으로, 환자 쪽 원고들이 배상을 청구한 상대는 병원을 운영한 쪽입니다.

  • 입원 때 근력과 감각은 정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수술은 지금 있는 신경 증상을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휘어짐이 이어지면 생길 수 있는 신경 손상을 막으려는 데 뜻이 있었습니다.
  • 수술 방식은 척추의 일부와 디스크를 떼어 내고, 휜 척추를 조금씩 펴 양쪽에 봉을 넣어 받치는 것입니다.
  • 그런데 수술 직후 두 다리의 근력과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의료진은 원인을 찾으려고 다음 날, 그리고 그 이틀 뒤 다시 수술했지만 척수나 신경을 누를 만한 혈종이나 출혈을 찾지 못했습니다.
  • 결국 일부 회복됐을 뿐, 두 다리의 영구적인 부분 마비와 대소변 장애가 남아 걸을 수 없는 몸이 된 것입니다.
  • 또 수술 중에는 신경이 다치는지 살피는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SSEP)를 했습니다. 다만 이상 소견이 없어 결과를 출력하지 않고 전산으로만 두었는데, 데이터 파일 일부가 손상돼 낼 수 없다는 것이 병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원심의 판단은, 의료진이 SSEP 검사처럼 지나친 교정을 피하려는 조치를 했는데도 마비가 생긴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어떤 과실로 마비가 생겼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환자 쪽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간접사실로 과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판시사항 [1] · 이유 1 가

먼저 일반인은 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어겼는지, 그 위반과 손해가 이어지는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지마비 증상이 전혀 없던 환자에게 수술 직후 마비가 생겼다면, 수술 중 주의의무 위반으로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을 만큼 개연성이 담보되는 간접사실들을 증명해 그 마비가 과실에서 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시사항 [2] · 이유 1 나 · 다

먼저 감정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수술 부위와 마비가 온 신경 부위가 일치하므로, 첫 수술 과정에서 마비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교정 수술 뒤 하반신 마비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힙니다.

  • 고정 기구나 수술 기구에 의한 직접 신경 손상
  • 지나친 교정으로 신경이 당겨져 생긴 손상
  • 이식한 뼛조각이나 잘못 들어간 고정 기구, 혈종, 부종이 신경을 누르는 것
  • 많은 출혈로 척수에 피가 모자라 생긴 손상, 그리고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식한 뼛조각이나 고정 기구가 잘못 들어갔거나 출혈이 많았다는 소견이 없었고, 두 번의 재수술에서도 신경을 누를 혈종이나 부종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대법원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합병증으로 마비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모아 본 사정은 셋입니다.

  • 먼저 마비는 첫 수술 직후 나타났고, 그 수술 밖에서 온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 또 마비가 생긴 자리는 첫 수술 부위와 같은 곳입니다.
  • 게다가 수술 전 근력과 감각이 정상이었고 당장의 신경 증상을 고치는 수술도 아니어서, 마비를 부르기 쉬운 내적 요인을 지닌 몸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를 모아, 마비는 수술 중 기구에 의한 직접 신경 손상이나 지나친 교정에 의한 신경 손상에서 왔다고 추정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검사에 이상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유 1 다

SSEP 검사는 수술 중 신경 기능을 계속 알려 주고 그에 따라 수술 과정을 바꿀 수 있지만, 여러 요인으로 위음성과 위양성이 많은 불완전한 검사입니다.

병원 말대로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신경 손상이 없었다고 단정하거나 과실을 추정할 개연성이 모자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런데도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은 의료소송에서 과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원심이 다시 판단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다시 한 수술과 감염 관리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유 2

반면 MRI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응급으로 두 번째 · 세 번째 수술을 한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고, 감염 관리상 과실도 추정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과실이 있었다고 확정하지 않았고, 추정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이 다시 심리하게 했을 뿐입니다.
  • 또 직접 신경 손상과 지나친 교정에 의한 손상 가운데 어느 쪽인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 배상 범위와 금액은 이 판결이 다루지 않은 부분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추정을 세운 재료는 마비의 무게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떤 몸 상태에서 생겼는가였습니다. 원인을 모르는 합병증의 가능성도 판결은 따져 보았고, 그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인정한 위에서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특히 MRI 없이 원인을 찾으려 한 응급 재수술은, 과실로 보지 않은 원심 판단이 그대로 선 대목입니다.

수술 중 신경 검사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가 다툼이 됐는데, 검사가 불완전하다는 점은 결과가 정상이었다는 주장의 무게를 덜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다만 추정은 과실을 확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판결도 원심이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데까지입니다.

또 수술 전 근력과 감각이 정상이었다는 사실이 몸 상태를 가늠하는 데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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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5463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