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울산지방법원
- 선고
- 2008. 9. 19.
- 사건
- 2006가단52265 · 민사
- 결론
- 원고 청구 일부 인용
무엇을 다퉜나
환자가 2005년 8월부터 온몸이 붓자 9월 한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것이 시작입니다. 단백뇨 · 혈뇨 · 저알부민혈증 ·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나왔고, 병원은 사구체신염이라며 확실한 것은 조직검사로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구체신염은 콩팥에서 피를 거르는 사구체에 염증이 생긴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대학병원 신장내과에서도 권유는 같아서, 그곳은 이뇨제를 처방하며 신장조직검사를 권했고 출혈 · 감염 같은 합병증이 1,000명에 1명꼴로 생기고 3~4일 입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세 번째 병원도 조직검사를 해 봐야 정확히 안다고 했으니, 같은 권유를 세 번 들은 셈입니다.
그런데 환자는 조직검사가 두렵고 직장을 쉬어야 하는 부담에 검사를 거부했고, 인터넷에서 한방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2005년 10월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첫날 환자가 한의사에게 말한 것은, 사구체신염이라는 말과 조직검사 권유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단백뇨와 이뇨제 복용까지입니다. 그러자 한의사는 만성화를 의심해 만성신장염에 쓰는 한약을 처방했습니다.
그 뒤 2006년 9월까지 한약과 침 · 뜸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혈압은 2006년 5월 한 번 쟀을 뿐인데, 그때 수치가 147/91입니다.
결국 2006년 10월 말 얼굴과 배가 붓고 숨이 차 다시 찾았을 때 혈압은 208/140, 217/136이었습니다. 한의사의 권유로 내과를 거쳐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환자는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받았고, 판결 때까지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 왔습니다.
법원이 본 것
진단상 과실과 전원 권고 의무 판결요지 [1] · 이유 2 가 (1)
법원은 대법원 판례대로, 진단은 치료 방향을 가르는 일이니 그 무렵 임상 수준에서 나쁜 결과를 예견하고 막는 데 필요한 주의를 다했는지로 진단상 과실을 가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설비나 지리 여건 때문에 진단에 꼭 필요한 검사를 직접 할 수 없을 때, 의사에게는 환자를 그 검사가 가능한 곳으로 보내도록 권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생긴다는 전원 권고 법리도 함께 들었습니다.
검사 없이 이어진 1년 판결요지 [2] · 이유 2 가 (2)
판결은 만성 사구체신염의 예후가 세부 병명과 진행 정도, 고혈압 관리에 따라 다양하고, 치료는 한방 · 양방 모두 진행을 늦추는 대증요법이 위주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방에서도 치료법을 찾고 그 효과를 확인하려면 환자 상태를 지속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사해야 하고,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한약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어 투석이나 이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진단 방법인 사진(四診)만으로는 진행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양방 병원은 소변 · 혈액 · 조직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의원도 양방과 협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런 검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판결의 판단입니다.
법원은 한의사가 처음 내원 때 조직검사를 권하거나, 적어도 치료 중 양방 협진이나 정기적인 소변 · 혈액검사를 권해 그 결과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확인된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했어야 하는데 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그 탓에 환자는 자기 신장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은 채 말기 신부전에 이르렀다는 것이 판결의 결론이었고, 한의사는 그 손해를 배상하게 됐습니다.
책임을 25%로 줄인 이유 판결요지 [2] · 이유 2 나
한편 환자도 세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권유받고 응하지 않았고, 몸이 괜찮을 때는 한의원 치료에도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최선의 치료를 받았더라도 2006년 10월 말쯤 투석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렀을 수 있고, 진행을 늦췄더라도 결국 만성 신부전에 이를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것이 판결의 시각입니다.
그래서 모든 손해를 한의사 혼자 지게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책임을 25%로 제한했습니다.
손해의 셈 이유 3
환자는 이미 만성 사구체신염으로 노동능력 52%를 잃은 상태였다고 보아, 투석이 시작된 무렵부터 나머지 48%를 잃은 것으로 셈했습니다. 그 결과 일실수입은 143,887,448원입니다.
다음으로 치료비는 이미 쓴 7,109,965원과 앞으로 들 투석 · 약물 치료비 135,750,860원에서 각각 기왕증 몫 52%를 빼 3,412,783원과 65,160,412원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세 항목을 더한 금액에 책임 25%를 곱한 53,115,160원에 위자료 500만 원을 더해 환자에게 58,115,160원이 인정됐습니다. 가족 넷에게도 위자료가 정해졌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90%를 부담합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한방 처방이나 침 · 뜸 치료 자체의 효과는 과실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객관적 검사를 권하지 않은 점과 고혈압 관리를 과실로 보았습니다.
- 또한 최선의 치료를 받았을 때 투석이 얼마나 늦춰졌을지는 숫자로 셈하지 않았고, 책임을 제한하는 사정으로만 본 것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특히 환자 스스로 조직검사를 거부했다는 사정은 과실을 지우는 데 쓰이지 않고, 책임 비율을 정하는 자리에서 크게 반영됐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스스로 할 수 없는 의료기관은 그 검사가 가능한 곳으로 옮기라고 권할 의무가 있다는 잣대를 한의원 진료에도 똑같이 적용했습니다.
다만 판결은 환자가 검사를 거부한 사정과 병의 자연 경과를 들어, 한의사의 책임을 손해의 25%로 제한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은 사구체신염처럼 진행 정도를 수치로 확인해야 하는 병에서 1년여 동안 혈액 · 소변검사 없이 이어진 진료를 과실로 보았습니다.
반면 판결은 세 병원의 조직검사 권유에 응하지 않은 환자의 사정을 책임 제한에서 무겁게 참작했습니다.
진단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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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울산지방법원 2008. 9. 19. 선고 2006가단5226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