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설명의무

검사를 거절한 임신부와 설명의무 · 이미 아는 위험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환자가 검사나 입원을 스스로 거절했을 때 의료진의 설명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다투신다면, 이 판결이 그 범위를 어떻게 그었는지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임신 29주 무렵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온 임신부가 흉부 방사선촬영과 분만실 입원을 거부했고, 그 뒤 호흡부전으로 심정지가 와 응급제왕절개술로 쌍둥이를 낳았지만 남아는 이미 숨진 채였고 여아도 치료받던 중 숨진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위험을 알면서 스스로 진료를 거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진에게 설명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고, 기초검사를 못 한 상태의 진단과 치료도 잘못으로 보지 않아 원고들의 상고는 기각됐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1. 11. 24.
사건
2009다70906 · 민사
결론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환자 등 원고 둘이 진료한 병원 쪽(학교법인)에 손해배상을 구했습니다. 아래 사실관계는 대법원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으로 정리한 대로입니다.

  • 먼저 환자는 약 10년간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또 결혼 뒤 네 번 유산을 겪었고, 체외수정 · 배아이식으로 세쌍둥이를 임신해 임신 9주 무렵 절박유산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부터 다닌 곳이 이 병원입니다.
  • 그런데 임신 11주 무렵 한 태아를 자연유산으로 잃었고, 임신 15주 무렵에는 배를 가리고 흉부 방사선촬영을 받은 뒤 자궁경부봉축술을 받았습니다.
  • 임신 29주 무렵 5일 전부터 생긴 호흡곤란 · 빠른 호흡 · 기침 · 콧물로 응급실에 왔는데, 누우면 숨이 더 찼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산소를 공급했는데, 동맥혈가스분석에서 나타난 것은 저산소증을 보상하려는 과호흡입니다.
  • 이때 내과의사가 흉부 방사선촬영을 처방했으나 환자는 임신부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간호사가 다시 권했을 때도 같은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다음 검사에서 저산소증이 심해지자, 의료진이 한 조치는 벤튜리마스크로 산소 공급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 산부인과의사가 초음파로 쌍태아의 심박동을 확인하고, 태아심음 모니터링과 진통 억제를 위해 분만실 입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입원장을 냈습니다. 반면 환자는 산과보다 호흡기 쪽 문제가 심각하다며 일반 병실이 아니면 퇴원하겠다고 하고 분만실 입원을 거부했습니다.
  • 결국 환자가 흉부 방사선촬영에 동의한 것은 산소포화도가 48%까지 떨어진 뒤입니다. 촬영에서 울혈성 심부전과 폐부종이 의심됐으므로, 의료진은 이뇨제를 주사하고 기관 내 삽관 뒤 인공호흡기를 연결했습니다.
  • 그런데 얼마 뒤 찾아온 것은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입니다. 심폐소생술로 심박동은 돌아왔고 응급제왕절개술로 출산했지만, 여아는 신생아 가사 상태였고 남아는 분만 때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이후 환자는 상태가 나아져 퇴원했지만, 여아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치료받다 숨졌습니다.
  • 임신부의 호흡곤란은 폐부종 말고도 폐색전증 · 심장질환 등에서 올 수 있고,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며 태아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하므로, 흉부 방사선촬영 · 동맥혈가스분석 · 심전도 등이 기본으로 필요한 검사입니다. 또 임신부라도 꼭 필요할 때 선별적으로 방사선촬영을 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고, 객관적 증거로 진단하기 전 증상만으로 이뇨제를 쓰면 태아나 임신부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원심은 원고들의 과실 · 설명의무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들이 상고하며 다툰 것은 설명의무 위반 · 진료상 과실 · 기관 내 삽관 지체 · 인과관계에 관한 원심 판단입니다.

법원이 본 것

동의하거나 거절할 권리와 설명 판시사항 [1] · 판결요지 [1] · 이유 1 가

먼저 판결은 환자가 헌법 제10조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따라, 생명과 신체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 스스로 정하고 의료행위를 고를 권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의료진이 권하는 진료에 동의하거나 거절할 수 있지만, 의학지식이 모자라면 실질적인 자기결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진료의 내용 · 필요성, 그 진료로 예상되는 위험, 그리고 진료를 받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처럼, 합리적인 사람이 동의나 거절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여길 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2009다95714 참조).

즉 이 설명은 모자란 의학지식을 채워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하지 않은 데 대해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때 환자가 이미 알던 내용인지는 그 의학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교육 수준 등을 모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 거부의 경과 판시사항 [2] · 판결요지 [2] · 이유 1 다

  • 먼저 환자는 호흡곤란의 원인을 찾을 기초검사인 흉부 방사선촬영부터 거절했습니다. 그 검사를 못 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산모와 태아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기본 의학지식을 갖춘 경력 10년의 간호사인 환자로서는 상당한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대법원은 보았습니다.
  • 또 의료진이 여러 번 흉부 방사선촬영 등을 권하고 분만실 입원도 권했지만 환자가 모두 거부한 경과에 비추어, 검사가 필요한 까닭에 대해 환자의 이해 정도에 맞는 설명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입니다.
  • 그래서 이런 사정에 과거 진료 경력, 진료 때 보인 태도, 소송에서 한 주장을 더해, 환자는 거부할 때의 위험을 알았거나 설명을 들었는데도 흉부 방사선촬영이 태아에 미칠 위험 등을 생각해 스스로 거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가 진료의 필요성과 진료 또는 거절의 위험을 알면서 스스로 거절했다면 의료진은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환자가 임신부라 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검사를 못 한 상태의 진단과 치료 판결요지 [2] · 이유 1 다

먼저 판결이 고려한 것은, 호흡곤란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폐부종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며, 이뇨제가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흉부 방사선촬영 같은 기초검사를 못 한 상태에서 폐부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거나 이뇨제를 쓰지 않았어도 잘못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설명의무 위반도, 진료상 과실도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또 원심이 환자의 협력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진단 · 치료 지연 주장을 배척한 판단에는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배척한 판단도 들어 있다고 보아, 판단누락도 없다고 했습니다.

삽관 시기와 인과관계 이유 2 · 3 · 4

기관 내 삽관을 늦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도, 대법원이 수긍한 대목입니다. 이처럼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정당한 이상 인과관계에 관한 원심 판단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이 낸 상고는 전부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설명이 있었는지는 권유와 거부의 경과로 미루어 보았을 뿐, 설명에 쓰인 말 자체를 정한 것은 아닙니다.
  • 또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두었지만, 그 사정이 어떤 경우인지는 풀어 적지 않았습니다.
  • 인과관계에 관한 원심 판단의 옳고 그름도 더 살피지 않은 부분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판결은 거절할 권리에서 출발해, 위험을 알면서 스스로 거절한 환자에게 설명과 진료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환자가 진료의 필요성과 거절의 위험을 알면서 스스로 거절했다면 의료진은 그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임신부라 태아에게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어도 같다고 했습니다.

특히 검사와 입원을 여러 번 권하고 그때마다 거부된 경과는, 대법원이 이해 정도에 맞는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본 근거입니다.

또 기초검사를 못 한 상태에서 폐부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거나 이뇨제를 쓰지 않은 것도, 환자가 검사를 거부한 이 사건에서는 잘못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환자는 의료진이 권하는 진료를 거절할 권리가 있고, 의료진은 진료를 받지 않을 때 예상되는 위험까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판결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환자가 이미 알던 위험인지는 의학지식의 전문성 · 기존 경험 · 교육 수준으로 가렸고, 이 사건에서는 간호사로 일한 10년 경력과 진료 때의 태도를 대법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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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7090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