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진단

응급실 문진 과실, 감기약을 먹었다는 말을 듣고도 약 성분을 묻지 않았다면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응급실에서 감기약을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면, 그 약의 성분을 묻는 일이 의료진의 몫이 된다는 판결입니다. 감기약을 먹고 열과 얼굴 부기, 가려운 발진으로 응급실에 간 환자가 같은 성분의 약을 처방받은 뒤 두 눈을 잃었는데, 항소심 법원은 먹은 약을 자세히 묻지 않은 문진 과실로 병원 책임을 30% 인정했습니다. 반면 제약사의 표시와 약사의 복약지도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법원
서울고등법원
선고
2017. 4. 4.
사건
2013나2010343 · 민사
결론
1심판결 중 병원 쪽 부분을 변경해 응급실을 운영한 의료법인에 배상을 명함 · 제약사와 약사에 대한 항소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 감기 기운이 있던 환자를 위해 남편이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든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사 왔고, 환자는 사흘에 걸쳐 먹었습니다.
  • 그 약의 안내서에는, 고열과 함께 발진 · 화상 모양 물집 같은 심한 증상이 온몸 피부와 입 · 눈 점막에 나타나면 곧 끊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환자가 응급실에 간 것은 이틀 전부터의 근육통, 얼굴이 붓는 느낌, 인후통, 무릎 안쪽의 가려운 발진 때문이었고, 체온은 38.1도입니다.
  • 며칠간 감기약을 먹었다고 말했고, 약물 알레르기를 묻는 말에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당직의는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보고 주사를 놓은 뒤, 감기약과 주성분이 같은 약을 포함해 먹는 약을 처방하고 귀가시킨 것입니다.
  • 그날 밤과 다음 날 아침 다른 병원 응급실을 두 번 찾았고, 그 병원은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의심해 큰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으로 진단하고 의심 약을 모두 끊고 치료했지만, 남은 것은 두 눈의 실명입니다.

이에 환자와 가족은 제약사의 표시상 결함, 첫 응급실 의료진의 과실,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 위반이 겹쳐 실명에 이르렀다며 셋 모두에게 배상을 물었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두 병의 성질 이유 1 바

스티븐 존슨 증후군과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은 피부와 점막이 넓게 상하는 드문 병으로, 침범한 몸 표면의 넓이로 나눌 뿐 같은 갈래로 본다고 했습니다. 또 대부분 약물로 생기고, 절반 넘는 환자에게 열 · 인후통 · 근육통 같은 뚜렷하지 않은 증상이 먼저 온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빨리 진단해 원인 약을 곧바로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아세트아미노펜도 드물게 이 병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제약사의 약 안내서 이유 3

먼저 법원은 제조물책임법의 표시상 결함 정의와, 일반인이 알아챌 수 있는 처음 이상반응을 적게 한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를 놓았습니다.

  • 우선 안내서의 둘째 항목은 이 병의 특징인 피부 · 점막 증상의 초기 모습과 경과를 적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뚜렷하지 않은 앞선 증상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경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 병명은 전문 의학 용어여서 안내서에 꼭 써넣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 더구나 환자가 응급실에서 말한 열 · 부기 · 발진은 안내서 항목에 포섭돼, 감기약 부작용이 아닐까 의심할 여지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제약사의 표시상 결함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의 문진 판시사항 · 판결요지 · 이유 4 가

반면 응급실을 보는 눈은 달랐습니다. 열과 얼굴 부기, 가려운 발진이라면 감염 질환이나 약물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을 떠올려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었다는 말을 들은 이상, 약물 부작용인지 가리기 위해서라도 먹은 약의 종류 · 주성분 · 양 · 시기 · 간격 · 함께 먹은 약을 자세히 물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의료진은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증세만으로 이 병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았더라도, 성분을 확인했다면 부작용 가능성은 충분히 헤아렸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다면 약을 모두 끊고 지켜보거나, 적어도 같은 성분의 약을 다시 처방하는 일은 피했으리라는 것입니다.

조기에 약을 끊는 처치를 했다면 두 눈 실명이라는 무거운 장해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 응급실 의료진의 사용자인 의료법인에 배상을 명했습니다.

인과관계를 다툰 주장 이유 4 나

  • 병원은 원인 약이 백 가지가 넘고, 뒤에 간 병원에서 쓴 약들이 병을 불렀을 수 있다고 다퉜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첫 응급실 도착 무렵 이미 가려운 발진이 있어 병이 시작된 상태였다고 보았고, 장해는 감기약 부작용으로 생긴 병에서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 뒤에 간 병원도 처음에는 진단하지 못했으니 첫 병원도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답은, 그 사정만으로 첫 병원의 배상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임의 제한 이유 4 다

다만 치료해도 빠르게 나빠져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병이고, 진행 속도와 후유증이 사람마다 달라 환자 자신의 면역 기전이나 체질이 작용했을 여지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들어 병원 책임은 30%로 줄었습니다.

약사의 복약지도 이유 5

약사법은 일반의약품을 팔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진단 없이 필요한 약을 고르도록 돕는 일도 복약지도로 정합니다.

  • 약사는 남편에게 증세를 듣고 해열 · 진통에 쓰는 감기약을 권했으므로 복약지도를 다했다고 보았습니다.
  • 한편 당국이 낸 안전성 서한은 의사 · 약사에게 당부한 것이고, 내용도 같은 성분을 겹치거나 많이 · 오래 먹을 때의 간 손상 · 위장 출혈 경고였다는 것입니다.
  • 결국 매우 드문 부작용까지 낱낱이 알려 줄 의무를 약사에게 지우기는 어렵고, 일반의약품의 구체적 부작용은 안내서로 확인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대법원은 원고들과 병원 쪽 상고를 함께 기각했습니다(2017다223835). 해설은 서울고등법원이 든 이유를 옮겼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판결은 진단의 어려움과 문진의 빈틈을 갈라 놓고, 과실의 자리를 먹은 약을 묻는 일에 두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그때 증세만으로 이 병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인정했고, 진단을 놓친 것보다 성분 확인을 빠뜨린 점을 과실로 보았습니다.

또 예후가 나쁜 병의 성질과 환자 체질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책임 비율에 반영됩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응급실에서 며칠간 감기약을 먹었다고 말한 사실 때문에, 약 이름과 성분까지 물었어야 한다는 의무가 생겼다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다만 약 안내서는 부작용을 의심할 수 있게 적혔다고 보아, 제약사 표시는 결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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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17. 4. 4. 선고 2013나201034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