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서울지방법원
- 선고
- 1993. 9. 22.
- 사건
- 92가합49237 · 민사
- 결론
- 원고들 청구 일부 인용
무엇을 다퉜나
망인은 1988년쯤부터 두통과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1990년 5월 정형외과에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무리한 탓이니 안정하라는 처방을 받았지만, 통증은 이어졌고 간간이 기침도 났습니다.
그러다 1990년 9월 망인은 면허 갱신에 필요한 건강진단서를 받으려고, 이 병원에서 혈액 · 소변검사와 흉부 엑스레이를 찍게 됩니다. 이 가운데 혈액 · 소변검사는 정상이었습니다.
반면 방사선과 전문의는 왼쪽 폐문 쪽에 5~6cm의 종양 모습과 양쪽 폐에 작은 결절 여러 개가 보인다며, 임상적 고찰과 조직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결과서에 적은 것입니다.
간호사는 그 결과서들을 진료기록부에 붙여 내과과장에게 보냈습니다. 다음 날 내과과장은 진찰하고 결과서를 검토하면서 엑스레이 결과서를 빠뜨린 채 모두 정상이라고 적었고, 그에 따라 건강진단서가 발급됐습니다.
망인은 그 뒤 평소처럼 지내다 1991년 4월 갑자기 쓰러졌고, 대학병원 종합검진에서 받은 진단은 폐암 말기입니다.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1992년 5월 숨졌습니다.
감정에 따르면 1990년 9월 엑스레이에서 이미 6×4.5cm 종괴와 양쪽 폐 전체에 퍼진 결절이 보여, 폐암이 피를 타고 폐 전체로 옮겨 간 4기 상태였습니다. 즉 현대 의술로 완치할 수 없는 단계였던 것입니다.
소송에서 유족 셋이 구한 돈은 1억 5,0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한편 피고는 그 병원의 운영자인 의사였고, 내과과장은 그가 고용한 의사였습니다.
법원이 본 것
결과서를 빠뜨린 최종 판정 판시사항 · 이유 2
법원은 방사선과 전문의가 폐암 증후로 조직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서를 보냈는데 내과과장이 그 결과서 검토를 빠뜨려 모두 정상으로 판정했고, 그 탓에 망인이 건강진단으로 폐암을 일찍 알아 치료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개인 건강을 확인하려는 검진이 아니라 법이 정한 면허 갱신용 건강진단이었다는 점도, 그 과실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덧붙였습니다.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 이유 1 다 · 3 가
먼저 감정은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통계상 진단 뒤 6개월에서 1년 6개월쯤이고, 4기는 길어도 1년 넘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망인은 검진 때 이미 완치할 수 없는 4기였으니, 그때 폐암을 알았더라도 생존을 조금 늘릴 수 있었을 뿐 사망은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감정에 기댄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결과서를 빠뜨린 잘못과 망인의 죽음 사이 상당인과관계는 서지 않았습니다.
치료와 신변 정리의 기회 판시사항 · 이유 3 가 · 나
그래도 완치할 수 없는 4기 환자 역시 발병을 알았다면 진행 상태에 맞는 치료로 생존을 늘릴 여지가 있었다고 법원은 짚었습니다.
실제로 망인은 검진 뒤 1년 8개월쯤 살아 통계보다 오래 살았지만, 제때 치료했다면 사망이 더 늦어졌으리라고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죽음을 앞두고 본인과 가족이 개인적으로, 또 가족과 사회 안에서 신변을 정리할 기회도 잃었다는 것이 판결의 설명입니다. 이런 기회를 모두 잃은 데서 오는 고통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위자료는 망인 700만 원, 유족 셋 각 100만 원이었고 망인 몫 700만 원은 유족 셋이 나눠 물려받는 셈입니다. 병원 운영자는 내과과장을 고용한 사용자로서 합계 1,000만 원을 지급하게 됐고, 소송비용의 열에 아홉은 유족 쪽 몫이 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부정되면서 재산상 손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위자료만 남았습니다.
- 또한 망인이 제때 치료받았다면 얼마나 더 살았을지는 기간으로 셈하지 않았고, 사망이 늦어졌으리라는 추정에 머문 것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건강진단의 최종 판정 단계에서 결과서 한 장이 빠진 일이, 사망 책임과는 별개로 기회 상실의 위자료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시면 됩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여러 검사 결과서를 모아 최종 판정하는 의사가 그중 엑스레이 결과서 검토를 빠뜨린 것을 건강진단상의 과실로 보았습니다.
반면 판결은 검진 당시 이미 완치 불능인 4기였다는 감정을 근거로, 결과서 누락이 사망을 불렀다는 인과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은 완치할 수 없는 병이라도 제때 알았다면 치료를 받고 신변을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은 데 대해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판결은 면허 갱신 같은 행정 목적의 건강진단이라도, 의사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데 걸림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진단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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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지방법원 1993. 9. 22. 선고 92가합4923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