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골절 수술 뒤 패혈증, 감정 회보와 법원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패혈증을 의심할 증후가 보였을 때 의사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감정 회보가 법원을 얼마나 묶는지를 보여 줍니다. 발꿈치뼈와 손목 수술 뒤 입원 중인 환자가 항문 염증과 고열 끝에 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닷새 뒤 패혈증 쇼크로 숨을 거뒀습니다. 대법원은 그때 패혈증을 떠올려 손쓰거나 옮겼어야 했다고 보아 같은 취지의 원심에 고개를 끄덕였고, 책임 비율 40%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8. 7. 24.
사건
98다12270 · 민사
결론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사건은 1995년 3월, 환자가 집 세탁실 창문에서 떨어져 양쪽 발꿈치뼈와 왼쪽 손목, 허리뼈를 다친 데서 시작합니다. 그 뒤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해 정형외과 과장에게 발꿈치뼈와 손목 수술을 차례로 받았고, 수술 뒤에는 염증을 막는 항생제 두 가지를 계속 맞았습니다.

수술 뒤의 흐름을, 원심이 적은 날짜대로 옮깁니다.

  • 4월 10일 무렵부터 변비와 소화불량이 있어 소화제와 관장약을 받았습니다. 4월 24일 아침 항문 주위가 부어 아프다고 하자, 담당 의사가 처방한 것은 변비약입니다.
  • 그리고 4월 25일 오전부터 고열과 심한 항문 주위 통증이 왔는데, 밤 10시 무렵 체온이 38.9℃까지 올라 해열제를 쓰자 1시간 뒤 정상으로 내려왔습니다.
  • 4월 26일에는 37.4℃에 설사와 항문 통증이 있어 지사제를 처방했고, 아침 회진에서 항문 주위가 헌 것을 보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게 했지만 환자는 점심때 토했습니다.
  • 같은 날 피부색이 바뀌자, 담당 의사가 한 일은 복부 방사선 촬영 지시와 일반외과 · 내과 진료 의뢰입니다. 그 뒤 오후 4시 30분쯤 괴사성 대장염과 패혈증이 의심돼 장비를 갖춘 큰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고, 저녁 7시 무렵 옮겼습니다.
  • 하지만 옮긴 곳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패혈증은 이미 장기에 번져 있었고, 환자는 5월 1일 숨졌습니다.

원심이 추정한 사망 원인은, 항문 주위 상처로 들어간 녹농균이 4월 25일 무렵 일으킨 패혈증에 따른 쇼크입니다.

그래서 원심은, 4월 25일 오전부터 패혈증을 의심할 만한 고열과 통증, 피부 괴사가 나타났으니 혈액검사와 원인균 배양을 하고 항생제를 바꾸거나 늘렸어야 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하지 않아 패혈증을 일찍 알아보고 손쓸 때를 지나쳤다는 게 원심의 결론입니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그 의사를 쓴 사용자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다만 녹농균은 정상인의 장에도 있는 흔한 균이고, 환자는 저항력이 낮아 수술 부위가 아닌 항문 쪽으로 들어온 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또 이런 패혈증의 치사율이 40~60%에 이르는 점도 들어, 원심이 정한 피고 몫은 손해 가운데 40%까지입니다.

그러자 피고는 과실 판단을, 원고들은 책임 제한을 다투며 함께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그때의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결요지 [1] · [2] · 이유 2

대법원은 먼저 의료 수준의 잣대를 앞선 판결들대로 다시 적었습니다(97다38442 · 96다5933 · 86다카1469 판결 등 참조). 잣대는 그 무렵 보통의 의사라면 알고 있던 의학상식이고, 진료 여건과 그 의료의 특성을 함께 놓고 규범으로 읽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그 의학상식으로 본 것은, 그 무렵 교과서와 의학문헌에 실린 다음 내용입니다.

  • 패혈증은 입원 환자에게 쉽게 생기고, 보통 오한과 38℃ 이상의 열로 시작하며 구토 · 설사 · 복통도 올 수 있습니다.
  • 확진은 혈액배양으로만 되지만 급격히 나빠지는 병이라, 확진 전 임상 진단과 이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의심되면 먼저 광범위 항생제를 쓰고, 혈액배양으로 원인균을 찾아 맞는 항생제를 씁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38℃ 이상의 열이 있는 등 패혈증의 증후가 보이면 바로 의심하고 치료에 들어가거나, 그 치료가 되는 종합병원으로 서둘러 보냈어야 했다고 보고, 같은 취지의 원심을 흔들지 않았습니다.

감정 회보에 매이지 않는다 판결요지 [3] · 이유 2

1심의 감정촉탁에 대한 대학병원장의 회보와, 원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장의 회보가 기록에 있었습니다.

이런 회보는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할 때 법관이 그 지식을 빌려 쓰는 것이어서, 과실 유무에 관한 견해가 담겨 있더라도 법원은 그 견해에 매이지 않는다고 판결요지 [3]은 적고 있습니다.

즉 의료과오가 있었는지는 결국 그때의 모든 사정을 참작해 경험칙에 따라 규범적으로 가린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체질과 병의 위험도 판결요지 [4] · [5] · 이유 3

손해가 나거나 불어난 데에 환자 몸의 사정이 겹쳤다면, 체질적 소인이나 병 자체의 위험처럼 환자에게 잘못이 없는 요인이라도 과실상계 법리를 빌려 손해액에 반영할 수 있다고 판결요지 [4]는 정리합니다.

병의 모양과 정도로 보아 배상할 쪽이 손해를 몽땅 떠안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입니다(94다29218 · 96다43164 판결 등 참조).

결국 녹농균 패혈증의 치사율, 저항력이 약했던 환자의 몸을 들어 40%로 정한 원심의 비율도 수긍된다고 해, 원고들의 상고 역시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손해액이 얼마로 셈해졌는지는 이 판결 이유에 숫자가 없습니다. 상고심에서 다툰 것은 과실과 책임 비율입니다.
  • 또 감정 회보와 사실조회 회보가 과실에 대해 어떤 의견이었는지는 판결 이유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 40%라는 비율은 이 사건의 균, 치사율, 환자의 저항력을 두고 한 판단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과실을 가린 잣대는 나쁜 결과가 아니라, 그때 교과서와 문헌으로 통상의 의사에게 알려져 있던 패혈증의 증후와 처치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과실이 선 이 판결에서도 환자의 체질과 병의 치사율이 배상 비율을 40%까지 낮췄습니다. 이처럼 환자에게 잘못이 없는 요인도 참작될 수 있습니다.

감정 회보가 어느 쪽 의견이든 법원은 그때의 사정 전체로 따로 판단합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회보가 과실을 부정하는 쪽이라도, 법원의 판단은 그와 따로 섭니다.

반대로 과실이 인정되어도, 몸의 저항력이나 병의 치사율 같은 요인만큼 배상 몫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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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