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7. 7. 22.
- 사건
- 96다37862 · 민사
- 결론
- 환송 뒤 원심판결 중 피고(국가)에게 배상을 명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국가가 설치한 의료원에서 대동맥판막 치환 같은 개심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뒤 생긴 뇌전색으로 장해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국가를 피고로 소송을 낸 것입니다.
처음 원심은 수술 전 설명이 없었다는 이유로 잃은 소득 같은 재산 손해의 배상까지 명했습니다. 그 뒤 대법원은 94다3421 판결에서 설명의무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뇌전색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자료를 뺀 나머지를 파기해 돌려보냈습니다.
그러자 환송받은 원심이 다시 심리해 본 대목은 아래 넷입니다.
- 진단과 수술 필요성에 관한 의사들의 판단은 당시 임상 수준에 비추어 수긍할 만했다.
- 집도의가 심낭을 닫지 않고 수술을 마쳤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 수술 직후부터 출혈이 많았는데 집도의가 직접 지켜보지 않고 퇴근한 데는 과실이 있다.
- 수술에 앞서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았고 그 승낙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원심은 이를 바탕으로 뇌전색을 의료진 잘못의 결과로 추정하고, 재산 손해의 배상을 다시 명했습니다. 추정의 근거로 든 것은 넷입니다.
- 수술 전에는 뇌전색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없었고, 수술과 뇌전색 사이에 다른 원인이 끼었을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 설명과 승낙이 없었다.
- 수술 뒤 조치가 소홀했다.
- 뇌전색이 온 뒤 의사들이 수술 중 떨어진 찌꺼기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가 다시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첫 환송 판결이 묶는 범위 판결요지 [1] · 이유 2 가
첫 환송 판결은 설명의무 위반과 뇌전색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그 까닭 가운데 하나로 의사들에게 의료상 과실이 없었다는 사정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대목이 설명의무에 관한 법률 판단에 곁들여 적은 데 불과해 기속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환송받은 원심이 과실을 새로 따져 사실을 인정한 것이 기속력에 어긋난다는 국가의 상고이유는,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의사의 말을 추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나 이유 2 나 (1)
원심은 수술 때 대동맥 안의 죽종을 떼어 낸 뒤 떨어진 찌꺼기를 생리식염수로 깨끗이 씻어 낸 사실을 이미 인정했습니다. 게다가 심낭을 닫지 않았다는 등의 수술상 잘못 주장도 모두 배척했고, 그 밖에 이 점에 관한 과실을 인정한 바가 없었습니다.
또 의사들이 찌꺼기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도, 원심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취지로 한 말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시로는 충분히 씻지 않았다는 것인지, 씻었더라도 미세한 찌꺼기까지 막지 못한 이상 과실이라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찌꺼기가 식염수에 씻기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지, 그것까지 막을 수 있는지, 의사들이 어느 정도 씻어 냈는지를 자세히 심리한 다음이라면 몰라도, 책임을 부정하는 취지로 한 의사의 말만을 근거로 곧 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퇴근과 뇌전색 이유 2 나 (2)
수술 직후부터 많은 출혈이 이어지는데 집도의가 직접 지켜보지 않고 퇴근했고, 몇 시간 뒤 쇼크가 와 다른 의사들이 다시 수술한 사실은 원심이 인정한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기록상 첫 수술 자체와 그 뒤 경과는 좋았고, 출혈도 시간이 지나며 상당히 줄었다고 했습니다. 출혈이 뇌전색과 무슨 관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서, 집도의가 퇴근 시각 뒤에도 꼭 병원에서 기다려야 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의사들이 곧바로 응급조치를 하고 두 번째 수술을 했으며 그 수술에 잘못은 없었다는 것이 원심의 인정이었습니다. 따라서 퇴근이 수술 뒤 처치나 두 번째 수술에 지장을 주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퇴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뇌전색이라는 결과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과 재산 손해 이유 2 나 (3) (4) · 3
우선 설명을 빠뜨린 잘못이 뇌전색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그 잘못만으로 재산 손해를 물릴 수 없다는 것은, 첫 환송 판결이 이미 밝힌 대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런 이유들만 가지고 과실을 추정한 뒤 재산 손해의 배상을 명한 것은, 증거를 판단하는 원칙을 벗어나 사실을 잘못 본 것이거나 과실과 인과관계를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의 법리를 그르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결국 국가의 나머지 상고이유는 살필 필요 없이, 국가에 배상책임을 지운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다시 환송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뇌전색이 수술 과정의 잘못에서 왔는지에 대한 결론은 없습니다. 미세한 찌꺼기를 막을 수 있었는지 같은 물음을 심리할 거리로 들었을 뿐입니다.
- 퇴근 시각 뒤에도 병원에 꼭 남아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만 했고, 뇌전색과의 연결도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 위자료는 이 판결에서 다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첫 환송 판결 때 그 대목의 상고가 이미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한 사건이 두 차례 대법원을 거치면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물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와 수술 과정의 과실을 추정하는 물음이 서로 다른 판결에서 정리됐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수술 부위의 찌꺼기를 생리식염수로 씻어 냈다는 것은 원심 스스로 인정한 사실입니다. 판결은 그 사실을 앞에 두고, 과실 추정이 설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뇌전색이 생긴 뒤 원인 가능성을 가족에게 말한 것이 책임을 부정하는 취지였다면, 그 말 하나만으로는 과실을 추정할 수 없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 전에는 없던 뇌전색이 수술 직후 생겼다는 사정도 원심이 들었지만, 대법원은 찌꺼기를 막을 수 있었는지 같은 심리를 먼저 요구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자체는 첫 판결에서 인정된 것입니다. 다만 그 위반만으로는 벌지 못한 수입 같은 재산 손해까지 배상받지 못했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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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3786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