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8. 9. 4.
- 사건
- 96다11440 · 민사
- 결론
-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피고)의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 넷이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그 병원 의료진의 진료로 환자가 숨졌다며 사용자로서의 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원심이 인정하고 대법원이 수긍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 환자는 10대 후반의 여성으로, 임신 초기였고 따로 앓던 병은 없었습니다. 치과에서 아래턱 사랑니를 뺐습니다.
- 그 직후 뺀 자리가 붓고 입을 벌리기 어려워 먹지 못했고, 붓기가 턱과 목으로 번지며 통증과 고열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병원 응급진료와 그 치과의 진료, 또 다른 병원에서 해열제 · 항생제를 맞았습니다.
- 나아지지 않자 그 병원 의사가 대학병원에 가 보라고 했고,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1년차 수련의를 주치의로 입원했습니다.
- 입원 때 턱 아래와 입 바닥(구강저)이 몹시 붓고 눌러 아팠으며, 붓기가 목까지 번져 악취가 났습니다. 입은 15㎜밖에 벌어지지 않았고 오한과 39.2℃의 열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이 증상을 이를 뺀 뒤의 세균 감염으로 생기는 루드비히 안기나로 보고, 그 병에 대해 이렇게 인정했습니다.
- 사망률이 5%에 이르고 매우 빨리 진행하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 일찍 진단해 곧 강한 항생제를 쓰고, 째어 고름을 빼면서 고름의 세균배양검사를 일찍 해 균에 맞는 항생제로 패혈증으로 번지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긴요하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숨길을 지키려 기관 절개가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 치료 중 온몸 상태가 뚜렷이 약해지고 신장 기능이 멈추는 등의 증상이 보이면 패혈증의 초기로 번지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때는 곧 내과 전문의 등과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진단하고, 알맞은 항균제와 수액 · 전해질 치료를 하는 것이 빠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입원 뒤의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입원 다음 날 과장의 지시로 수련의들이 입 밖에서 째어 고름을 빼려 했지만 고름이 있는 자리를 정확히 째지 못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회진에서 과장이 덜 짼 곳을 찾아 다시 째게 했지만 피고름이 조금 나왔을 뿐이었고, 그다음 날에는 과장이 스스로 입안 쪽을 째어 많은 고름을 빼냈습니다.
- 병원은 고름의 배양검사를 하지 않은 채 처음엔 호기성균에 듣는 항생제를, 세 번째 절개 뒤에는 혐기성균에 듣는 항생제를 썼습니다.
- 고열이 다시 나고 혈소판이 크게 줄자 내과에 말로 물어 항생제 탓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약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상태가 더 나빠진 뒤에야 배양검사를 시작하고 항생제를 다시 바꿨습니다.
- 그 뒤 혈액검사 · 혈액배양 · 심전도를 하고 산소를 주었고, 내과 · 흉부외과 의사가 진찰했습니다. 흉부 사진에서 폐부종에 따른 폐삼출 가능성이 나왔고 과장도 청진과 사진을 보았지만, 패혈증으로 번질 가능성은 진단해 내지 못했습니다.
- 배양에서 나온 균은 알파용혈성 연쇄상구균 무리였습니다. 다음 날 내과 의사들이 패혈증에 따른 성인성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진단해 내과로 옮겼는데, 그때 이미 화농성 폐렴과 목 부위 고름집 등이 생겨 있었습니다.
- 환자는 이틀 뒤 패혈증 쇼크 등으로 숨졌습니다.
원심은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되, 환자 쪽 사정을 손해의 20%로 보아 병원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학교법인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사실을 인정한 대목 이유 1
대법원은 기록의 증거관계에 비추어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심리를 덜 했거나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그르친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료 체제 전체에 걸린 주의 판결요지 [1] · 이유 2
대법원은 위 사실관계라면 대학병원인 이 병원은 진료 체제 전체를 통해, 그에 걸맞은 의료수준의 진료를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수준에서 이 병원이 해야 했던 일을 판결은 셋으로 들었습니다.
- 고름이 찬 자리를 제때 정확히 째어 빼내, 병소 안 세균이 빠르게 늘고 퍼지는 것을 누르는 것.
- 사망률이 5%에 이르는 병이고 입원 때 이미 병세가 무거웠으니, 일찍 배양검사를 해 밝혀진 균에 맞는 항생제를 넉넉히 써서 패혈증으로 번지는 것을 미리 막는 것.
- 패혈증으로 번진다고 의심할 만했으니, 종합병원인 이 병원의 치과와 내과가 재빠르고 적극적으로 손발을 맞춰 진료하는 것.
이 사건에서는 · 늦어진 검사와 협진 이유 2
대법원은 입원 직후 일찍 배양검사를 했다면, 패혈증이 생기기 전에 맞는 항생제를 쓸 시간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배양검사 없이 1세대 광범위 항생제를 쓰다가, 병세가 이미 나빠진 뒤에야 배양검사를 하고 3세대 항생제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병원 안에서 치과와 내과가 짜임새 있게 협조해 패혈증에 알맞게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환자의 사망은 진료 과정에서 병원 피용자들의 이런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원심의 이유는 이와 다소 다르지만,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해 학교법인에 사용자책임을 지운 결론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과실 · 인과관계의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는 학교법인의 상고이유도 물리쳤습니다.
환자 쪽 사정과 책임 비율 판결요지 [2] · 이유 3
판결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에서, 그 판단이 형평에 비추어 현저히 어긋나지 않는 한 과실상계의 사유를 인정하고 비율을 정하는 일은 사실심 법원의 전권이라고 했습니다.
원심이 증거로 인정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 루드비히 안기나는 대개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고 했고, 환자는 임신 초기라 저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걸렸습니다. 임신했다는 사실은 저항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했습니다.
- 원심은 환자가 임신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과장 등이 항균력과 항생제 효과를 의심해 두 차례 과거 병력을 물었을 때, 어린 시절 맹장 수술 외에는 특별히 앓은 병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원심은 임신이라는 몸의 소인이 병이 생기는 데 이바지했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를 공평하게 나눈다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따라 과실상계의 법리를 끌어와, 환자의 답변상 과실과 몸의 소인이 사고에 기여한 정도를 손해의 20%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고, 과실 비율의 형평성을 어긴 잘못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피고는 대학병원을 운영한 학교법인 하나였습니다.
- 판결이 잰 것은 종합병원인 대학병원의 진료 체제였습니다. 치과의원 한 곳이 같은 병을 만났을 때의 잣대를 정한 판결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대법원은 수련의 한 사람의 손이 아니라 병원의 진료 체제가 무엇을 해냈는지를 보았습니다. 고름 빼기, 균 검사와 항생제, 진료과 사이의 협진이 그 체제의 몫으로 함께 읽혔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의 과실은 대학병원으로서의 의료수준과, 입원 때 이미 무거웠던 병세라는 두 사정을 바탕으로 인정됐습니다. 진료한 곳과 그때 환자 상태가 잣대의 높이를 정했습니다.
문진에서 임신을 알리지 않은 환자의 답과 임신이라는 몸의 소인이 병원 책임을 줄이는 사정으로 들어갔습니다. 판결은 그 비율을 정하는 일을 사실심에 맡겼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병원 책임은 이를 뺀 뒤 감염이 생겼다는 결과가 아니라, 고름 빼기 · 균 검사 · 협진이 제때 이뤄졌는지로 따져졌습니다.
배상은 병원 책임을 80%로 줄여 셈했습니다. 진료 때 받은 물음에 어떻게 답했는지도 그 비율을 정하는 데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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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44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