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6. 11. 8.
- 사건
- 95도2710 · 형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냄(파기 · 환송)
무엇을 다퉜나
환자가 숨진 뒤, 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재판에 섰습니다. 원심이 증거로 인정한 경위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환자는 열아홉 살 무렵의 미혼 여성으로, 임신 초기였습니다. 그런데 치과에서 아래턱 사랑니 하나를 뺀 뒤 그 둘레와 턱이 붓고 열이 심해졌습니다. 그 치과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빠져 들어온 곳이 이 병원 구강악안면외과입니다.
- 입원 때 39.2도의 고열과 오한이 있었고, 부어서 입이 15㎜쯤밖에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치료는 3년차와 1년차 수련의가 외래 담당 교수와 상의해 맡았습니다.
- 다음 날 의료진이 내린 진단은 봉와직염의 하나인 루드비히 안기나입니다. 턱밑을 째어 고름을 빼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고, 그다음 날 다시 입 밖에서 째어 피 섞인 고름을 조금 뺐습니다.
- 과장이 직접 입안을 째어 고름을 많이 뺀 것은 입원 나흘째입니다. 이때도 고름의 배양검사(농배양)는 하지 않고 항생제를 바꿨습니다.
- 혈소판이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지자 내과 의사에게 말로 증상을 설명해 진료를 의뢰해서 항생제를 바꾸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농배양을 시작한 것은 이튿날 기침과 호흡곤란이 생겨 항생제를 다시 바꾼 때입니다.
- 고열과 호흡곤란이 이어지자 과장은 항생제가 왜 듣지 않는지 의심해 과거 병력을 물었지만, 환자는 어릴 때 맹장 수술 말고는 앓은 병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 흉부 촬영과 내과 상담, 혈액배양을 하며 다시 물었지만 답은 같았습니다.
- 배양으로 밝혀진 원인균은 알파용혈성 연쇄상구균입니다. 입원 열이틀째 폐부종과 성인성 호흡곤란증후군이 나타나 내과의 권유로 내과 병동으로 옮겼고, 환자는 이틀 뒤 패혈증 등으로 숨졌습니다.
원심은 과장에게 다섯 가지 업무상 과실이 겹쳐 환자가 숨졌다고 보고,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원심이 든 과실은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 첫째 · 둘째, 진료 체계상 맡은 의사가 아니어도 과장으로서 수련의들의 처치를 지켜보며 다시 째는 수술의 방법을 지시하거나 직접 수술하고, 고름이 조금이라도 나왔을 때 곧 농배양을 하도록 지시 · 감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 셋째, 직접 고름을 많이 뺀 때 곧 농배양으로 원인균을 밝혀 항생제를 골랐어야 하는데 사흘 뒤에야 했다는 것입니다. 써 온 항생제가 원인균에 맞았더라도 진료가 적절했다고 할 수 없다며,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물리쳤습니다.
- 넷째, 기침과 호흡곤란이 생긴 날부터는 내과 · 흉부외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고 검사하게 하는 적극적 협진이 필요했는데, 전화로 상담하다 이틀 뒤에야 시작했다고 보았습니다.
- 다섯째, 미혼인 임신 초기 환자는 임신을 모를 수 있으니 병력을 묻는 데 그치지 말고 임신반응검사 등으로 임신 여부를 살폈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이 점은 공소장에 적히지 않아 범죄사실로는 넣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맞서 과장이 상고하며 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원심이 범죄사실을 밝혀 적지 않은 잘못이 있는가.
- 원심이 인정한 업무상 과실들이 옳은가.
법원이 본 것
범죄사실을 적은 방식 판결요지 [1] · 이유 2
원심 판결에는 「범죄사실」이라는 제목 아래 적은 사실이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사망에 이른 경위를 인정하고 그에 기대어 과실을 밝혔다면, 그 전체를 범죄사실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
따라서 제목이 없다는 형식만으로 범죄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위법이 되지는 않는다며 이 대목의 상고를 물리쳤습니다.
과실을 가리는 두 물음과 표준 판결요지 [2] · 이유 3
판결은 의료사고에서 과실을 보려면 두 물음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었는데 알지 못했는지, 피할 수 있었는데 피하지 못했는지입니다.
주의가 모자랐는지는 같은 업무 · 직무에 있는 평범한 사람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잽니다. 여기에 사고 무렵 널리 통하던 의학 수준, 의료 환경 · 조건, 그 의료행위만의 특수성도 넣어 헤아린다고 했습니다.
진료 과장이라는 자리 판결요지 [3] · 이유 3
원심의 첫째 · 둘째 과실은 과장이 치료에 나서기 전의 일인데, 과장은 진료 체계상 이 환자를 맡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과장은 병원 행정의 직급입니다. 다른 교수나 전문의가 진료하는 환자까지 책임지지 않고, 소속 교수들이 요일이나 오전 · 오후로 시간을 나눠 각자 외래 · 입원 환자를 맡았습니다.
그러니 맡은 의사가 아닌데도 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련의들의 처치를 지켜보며 수술 방법을 지시하거나 대신 수술하고 농배양을 지시 ·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배양검사와 사망 사이 판결요지 [4] · 이유 3
셋째 과실은 과장이 치료에 나선 뒤의 일입니다. 루드비히 안기나처럼 원인균이 알려진 병이라도 고름이 나오면 원칙적으로 배양검사를 해 맞는 약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 기록에 담긴 내용입니다. 따라서 농배양을 하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망에 이바지한 과실이 되려면, 배양검사를 했다면 써 온 것과 다른 항생제를 쓰거나 다른 조치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환자가 숨지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원심이 심리 ·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록에는 그 점을 밝힐 자료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과장이 써 온 항생제가 원인균에 맞는 것으로 뒤에 밝혀졌습니다.
결국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또 인과관계가 없는 이상, 진료가 적절했는지를 따질 것 없이 다른 과실과 합쳐 사망의 한 원인이 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패혈증을 본 판단과 협진의 때 판결요지 [5] · 이유 3
넷째 과실을 두고 대법원은 먼저, 과장이 패혈증으로 번질 우려를 스스로 보고 있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렇다면 물음은 내다본 그 위험을 비켜 갈 수 있었는데 비켜 가지 못했는가입니다.
과장은 혈소판이 떨어진 날부터 2~3일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하게 했고, 혈액배양을 세 번 했지만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패혈증으로 이미 번졌다고는 보지 않고, 내과 의사들에게 증상을 설명해 상담하는 방식으로 협진했다는 것입니다.
한 감정인은 혈액배양에서 균이 나오지 않아도 패혈증의 증상과 경과를 보이면 패혈증으로 보아야 한다며, 입원 아흐레째에는 이미 패혈증이었다고 했습니다. 1992년 미국 학회의 패혈증 정의를 끌어온 감정입니다.
하지만 기록에 든 의학사전의 일반적인 정의는, 핏속에 병원성 미생물이나 그 독소가 있고 그것이 이어지는 온몸의 병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그 정의대로라면 혈액검사에 이상이 없다는 데서 패혈증이 아니라고 본 판단을 나무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설령 최신 정의를 몰라 진행 중인 패혈증을 아직이라고 잘못 보았더라도, 그때 국내 일반의 의학 수준과 그 의사의 경력 · 전공, 진료한 곳과 환경을 함께 보면 그 판단이 보통 의사의 정상적인 지식에서 벗어났다고, 그래서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른 감정서에 따르면 루드비히 안기나는 구강악안면외과가 아닌 과에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어서, 온몸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는 구강악안면외과가 혼자 치료하는 것이 대학병원의 일반적인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대진 의뢰 같은 소극적 협진마저 때가 늦었는지, 내과로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협진했다면 치료가 어떻게 달라져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임신 여부를 검사하지 않은 일 판결요지 [6] · 이유 3
다섯째 대목을 과실이라고 하려면, 아래 가운데 하나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 봉와직염에 걸린 여자 환자라면 열아홉 살 미혼이라도 임신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그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
- 그런 환자의 증세가 나아지지 않을 때 임신에 따른 면역 저하를 당연히 의심해 대처해야 하는데, 그런 통상의 예견과 판단도 하지 못했다는 것.
이를 모아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에, 채증법칙을 어겼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준 잘못이 있다고 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사건을 보낸 곳은 광주지방법원 본원합의부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과장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죄가 되는지를 대법원이 매듭짓지 않았습니다. 원심이 인정한 과실마다 증거와 심리가 모자랐다며 다시 판단하게 한 데까지입니다.
- 농배양을 늦춘 일은 「과실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에서 멈췄습니다. 판단의 무게는 그 일과 사망 사이의 연결에 실립니다.
- 감정서와 의학사전의 패혈증 정의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를 의학으로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 국내의 보통 의사가 가질 지식이었는지로 보았습니다.
- 재판을 받은 사람은 과장 한 사람뿐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원심은 다섯 과실을 묶어 사망의 원인으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하나씩 떼어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맡은 진료였는지, 그 일이 사망으로 이어졌는지입니다.
의료인이라면
대학병원 과장이라는 직급은 병원 행정의 자리로 읽혔습니다. 요일 · 시간으로 나눠 맡는 진료 체계라면, 맡지 않은 환자의 처치까지 그 자리만으로 떠안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혈액검사에 이상이 없어 패혈증이 아직이라고 본 판단은, 그때 국내 의학 수준과 그 의사의 경력 · 전공, 진료 환경까지 넣어 쟀습니다. 또 구강악안면외과가 혼자 치료하던 관례도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과실로 든 대목이 여럿이라고 해서, 곧 사망의 원인을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따진 것은 대목마다 사망과의 연결입니다.
배양검사가 늦었던 일이 있어도, 검사를 했다면 다른 약이나 조치로 결과가 달라졌을지가 밝혀져야 사망과 이어진 과실로 보았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이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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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