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설명의무

드문 부작용의 설명과 배상 범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설명할 의무는 넓게, 설명을 빠뜨린 데 따른 배상은 좁게 그었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드물게 생기는 부작용이라도 그 수술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거나, 생기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것이라면 수술 전에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설명하지 않은 잘못을 이유로 결과에서 생긴 손해 전부를 물으려면, 그 잘못이 결과와 상당인과관계로 이어져야 한다며 재산 손해 부분은 다시 심리하게 했고, 위자료 부분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5. 1. 20.
사건
94다3421 · 민사
결론
원심판결 가운데 국가(피고)에 불리한 부분 중 위자료를 뺀 나머지를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하고, 위자료 부분에 대한 국가의 상고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심장병 환자가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대동맥판막을 바꾸는 등의 개심수술을 받은 뒤 뇌전색으로 장해를 입어, 국가에 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먼저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짚어 봅니다.

  • 수술한 흉곽외과 의사 등은 수술에 앞서 환자 본인에게, 수술 뒤 뇌전색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의사들이 내린 진단은 본태성고혈압(동맥경화증), 대동맥판막 폐쇄 · 부전증, 좌측 주관상동맥 협착 등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사전 검사를 거쳐 개심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원심은 그 판단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며 수술 과정에 의료상 과실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환자는 수술 뒤 오른쪽 팔다리 불완전마비, 실어증, 지능 저하, 성격 변화 같은 나아질 수 없는 장해를 입은 것입니다.
  • 원심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고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한 위법한 수술이라며, 국가가 의사들의 사용자로서 일해서 얻을 수 있었던 수입과 퇴직금, 앞으로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위자료와 함께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는데, 상고이유는 셋으로 모입니다.

  • 설명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 사실인정과,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중했다는 주장을 물리친 원심 조치가 옳은가.
  • 부작용이 드물다는 사정, 설명을 들었어도 수술에 동의했으리라는 사정, 설명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정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가.
  • 설명을 빠뜨린 것으로 수술 결과에 따른 재산 손해까지 배상해야 하는가.

법원이 본 것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유 1

대법원은 수술 전 환자 본인에게 뇌전색 등의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원심 사실인정을 수긍했습니다.

입원 당시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중했고, 수술을 받지 않으면 3~5년 안에 숨질 위험이 매우 높았다는 국가 쪽 주장과 증거를 물리친 원심 조치도 받아들였습니다.

설명할 대상 판결요지 가 · 나 · 이유 2

판결은 설명의무가 걸리는 의료행위부터 들었습니다. 즉 수술 같은 침습의 과정이나 그 뒤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개연성이 있는 행위, 그리고 사망처럼 무거운 결과가 예측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응급환자이거나 특단의 사정이 있는 때가 아니면, 의사는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로서, 또 침습을 승낙받기 위한 전제로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명을 듣는 사람은 환자나 법정대리인이고, 담을 것은 질병의 증상, 어떤 치료를 왜 하는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처럼, 그 무렵 의료수준에서 상당하다고 여겨지는 범위의 사항입니다.

환자가 필요성과 위험성을 견주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지 스스로 고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또 위험이 드물게 생긴다는 사정 하나로 이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치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위험이거나 생기면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위험이라면, 발생 가능성이 희소해도 설명할 대상에 든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 뇌전색의 위험 판결요지 다 · 이유 2

기록에 따르면 대동맥판막치환 같은 개심수술 뒤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뇌손상은, 뚜렷한 신경학적 장해가 있는 경우가 0.5~1%였고, 혼돈이나 지적 기능 장해까지 넣으면 8~10%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비추어 대법원은 뇌전색 후유증이 빈도가 크지 않아도 개심수술에 따르는 전형적인 부작용의 하나라고 봅니다. 이 환자가 실제로 개선할 수 없는 장해를 입었으니 위험의 정도도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 후유증의 위험은, 수술을 받지 않았을 때 예견되는 결과와 대체할 수 있는 차선의 치료 방법과 함께 환자 본인에게 진지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입원한 까닭과 가정적 승낙 판결요지 라 · 이유 2

지병을 근본적으로 고치려고 심장수술을 받을 생각으로 입원했더라도, 그것만으로 환자가 부작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거나 설명받기를 묵시적으로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환자가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수술에 동의했으리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으로 의사가 책임을 벗는 것은, 의사 쪽이 내세울 항변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될 때만 허용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처럼 가까운 장래에 개심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환자가 그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했다는 사유만으로는, 환자가 부작용까지 헤아려 여러 대처의 가능성을 모두 접고 수술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으로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치료특권의 주장 판결요지 마 · 이유 2

의학적으로 합리적인 진료를 환자가 설명을 듣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거부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후유증 위험을 설명하면 환자를 직접 위태롭게 하는 몸과 마음의 반응이나 치료 목적을 좌절시키는 반응이 일어날 염려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기록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의사의 치료특권으로 설명의무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심이 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 데가 있으나, 희소성 · 가정적 승낙 · 치료특권을 이유로 한 면제 주장을 물리친 결론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위자료와 모든 손해 판결요지 바 · 이유 3

이 대목에서 판결은 청구하는 손해에 따라 증명할 것을 갈랐습니다.

설명이 없거나 모자라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위자료만 청구한다면, 선택의 기회를 잃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족하고, 설명을 들었다면 결과가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결과로 생긴 모든 손해를 청구한다면, 설명을 빠뜨렸거나 승낙을 얻는 과정이 잘못된 데서 그 중대한 결과가 비롯됐다는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이때의 설명의무 위반은, 생명 · 신체에 대한 침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명의무가 지키려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치료행위를 고를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 배상 범위 이유 3

원심이 확정한 바로도 진단과 수술 필요성 판단은 당시 임상의학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했고, 수술 과정에 의료상 과실은 없었습니다. 또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가까운 장래에 개심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환자도 그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한 터입니다.

여기에 뇌전색 후유증이 전형적인 부작용이기는 하나 빈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더하면, 설명을 다했더라도 환자가 꼭 수술을 거부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설명의무 위반과 뇌전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서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전제에서, 예기치 못한 후유증에 대한 위자료 말고도 일하지 못해 잃은 수입 같은 소극적 손해와 치료비 · 간병비 같은 적극적 손해까지 배상하게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설명의무 위반 때 배상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국가에 불리한 부분 가운데 위자료를 뺀 나머지를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위자료 부분에 대한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시 심리할 범위는 위자료를 뺀 재산 손해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어떻게 다시 정할지는 원심 몫으로 남겼습니다.
  • 또 위자료 액수가 적정한지는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 위자료 부분은 상고를 기각해 원심 판단이 남은 셈입니다.
  • 수술 과정에 과실이 없었다는 대목은 원심이 확정한 사정을 인과관계 판단의 근거로 든 것이고, 이 판결이 새로 심리한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같은 판결 안에서 설명할 의무는 넓게, 설명을 빠뜨린 데 따른 배상은 좁게 그어졌습니다. 즉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는 위험의 빈도보다 그 수술에 전형적인지와 회복할 수 있는지로 가렸고, 무엇을 배상하는지는 어떤 손해를 청구하는지로 갈렸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수술이 필요했고 환자가 그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는 사정은 설명의무를 면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사정은 배상 범위를 가리는 상당인과관계 판단에서 쓰인 것입니다.

진단과 수술 필요성 판단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했다는 원심 사실도 그 판단에 함께 놓였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곧 수술 결과의 손해 전부를 배상받는 근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판결은 위자료와 그 밖의 손해를 다른 잣대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위자료는 선택의 기회를 잃었다는 사실로 인정됐고, 설명을 들었다면 결과가 달랐으리라는 증명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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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