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감정

재감정이 멈췄을 때 법원이 할 일, 여덟 달 회신 없이 신청을 거둔 항소심은 심리를 다하지 못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재감정이 멈췄을 때 법원이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가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교통사고로 다친 아홉 살 무렵 아이를 두고, 1심 감정의는 노동능력상실률을 내면서 18세쯤 다시 평가하라는 의견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재감정을 채택하고도 여덟 달 넘게 감정서를 받지 못한 채 신청을 거두었고, 대법원은 그 판결의 재산상 손해 부분을 깼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4. 10. 28.
사건
94다17116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의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 나머지(위자료)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다툰 것은 의문이 남은 앞선 감정 하나로 성년 뒤 상실률까지 정해도 되느냐입니다. 1심 신체감정에서 감정의는 원고가 도시일용노동자로서 52%, 농촌일용노동자로서 50% 정도 노동능력을 잃었다고 보았는데, 감정 당시 아홉 살쯤이니 18세쯤 재평가가 맞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은 1993년 3월 피고의 재감정 신청을 채택했고, 5월 한 대학 의료원에 신체감정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감정서가 오지 않아 6월부터 9월까지 변론이 거듭 미뤄진 것입니다.

이 사이 법원이 회신을 재촉한 것은 11월과 12월 두 차례입니다. 피고 쪽 보험회사도 6월과 12월 원고 쪽에 재감정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고, 원고 쪽이 겨울방학에 응하겠다고 했다는 피고 준비서면도 나왔습니다.

그래도 재감정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항소심은 1994년 1월 신청을 취소하고 변론을 끝냈습니다. 결국 1심 감정 하나로 농촌일용노동자 50% 상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법원이 본 것

멈춘 재감정 앞의 법원 판결요지 · 이유 1

대법원은 재감정이 막히면 법원이 먼저 어느 쪽 사정으로 막혔는지 살피고, 감정 기일을 조정하거나 원고 집 가까운 병원으로 바꾸는 등 방해 요인을 걷어 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증명을 방해하는 쪽에 알맞은 책임을 지우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1심 감정기관에 사실조회를 해 의심 가는 대목을 밝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사실조회란 법원이 어떤 기관에 사실관계를 묻고 회신을 받는 방법입니다.

성년 뒤 상실률을 50%로 판결요지 · 이유 1

반면 원심은 회신을 재촉만 하다 신청 자체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붙은 1심 감정 하나로, 성년이 된 뒤의 상실률까지 50%로 정했습니다.

그러니 대법원은 증거 판단에서 채증법칙에 어긋났거나 심리가 모자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보아, 재산상 손해 가운데 피고가 진 부분을 파기해 돌려보낸 것입니다.

위자료는 그대로 이유 2

다만 위자료 액수에 대한 원심 인정은 적정하다고 보아서, 그 부분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재감정이 미뤄진 책임이 어느 쪽에 있었는지는 이 판결이 정한 것이 아니라, 원심이 살폈어야 할 일로 꼽혔습니다.
  • 또 성년 이후 상실률이 몇 퍼센트인지도 파기 뒤 원심이 다시 살필 몫입니다.
  • 자동차 사고로 다친 아이가 낸 배상 청구였으므로, 진료가 옳았는가를 따진 재판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재감정 회신이 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 법원이 신청을 거두고 앞선 감정에 그대로 기대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감정 촉탁서가 의료기관에 닿은 뒤 여덟 달 넘게 감정서가 오지 않은 경과를 적고, 그 공백을 메울 방법을 찾는 일을 법원이 할 일로 보았습니다.

판결은 1심 감정의가 붙인 「18세경에 재평가」 의견을, 그 감정만으로 성년 뒤 상실률을 정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특히 이 판결은 방해 요인을 걷어 내도 재감정이 안 되면, 입증을 방해한 쪽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판결은 원고 쪽이 재감정 요청을 받은 뒤에도 재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과를 함께 적고, 재감정이 막힌 까닭을 원심이 살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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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711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