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감정

대학병원 감정을 버리고 선서 없는 개인 감정을 따른 원심, 대법원은 증거능력 없는 감정으로 노동능력 상실률을 정했다며 원심 판결을 깼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신체감정 결과로 노동능력 상실률을 다툴 때, 그 감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야 증거가 되는지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판결입니다. 원심은 1심의 대학병원 감정 대신 항소심에서 개인에게 맡긴 감정을 따랐지만, 대법원은 그 개인이 감정인 선서를 하지 않아 감정 결과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깼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82. 8. 24.
사건
82다카317 · 민사
결론
파기환송(피해자 상고 · 배상을 구한 쪽 승)

무엇을 다퉜나

피해자는 사고 직후 간의 오른쪽 엽을 잘라 내는 수술을 받았고, 운수회사를 피고로 소를 냈습니다. 이때 남은 장해로 노동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두고 신체감정이 두 번 있었던 사건입니다.

신체감정이란 다친 사람에게 남은 장해가 어느 정도인지 법원이 의사에게 묻는 절차입니다.

  • 먼저 1심은 대학병원장에게 감정을 촉탁했고, 그 병원 교수가 감정했습니다.
  • 항소심인 원심도 다시 감정을 맡겼는데, 이번에 감정서를 낸 것은 기관이 아닌 개인이었습니다.

원심은 이 개인 감정에 따라 간 기능이 떨어져 노동능력이 약 45% 줄었고, 수술 뒤 증상이 굳어 오래 약을 쓸 필요가 없으며 합병증도 불확실하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1심 감정 결과는 배척했고, 이에 피해자가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자유심증에도 테두리가 있다 판시사항 가 · 이유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힘을 법으로 미리 정하지 않고 법관의 판단에 맡기는 원칙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그것이 형식적인 증거 규칙에서 풀어 준다는 뜻일 뿐, 법관의 자의까지 허락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즉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 아래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제약은 사실을 정하는 원심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기관에 맡긴 감정과 개인의 선서 판시사항 나 · 다 · 이유

당시 민사소송법은 공무소 · 학교처럼 상당한 설비를 갖춘 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게 하면서, 그때는 감정인 선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권위 있는 기관이 공정성과 진실성, 전문성을 담보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그런 담보가 없는 개인의 감정이라면 아무리 높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법이 정한 절차대로 선서를 해야 하고, 선서하지 않은 감정인의 신체감정 결과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원심 감정서는 그 기재만 보아도 기관 감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기록 어디에도 그 개인이 선서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내용에도 앞뒤가 어긋나고 경험상 의문이 드는 대목이 엿보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선서 없는 감정 하나로 1심 감정을 밀어낸 원심에 대해, 대법원은 감정촉탁 법리를 그르치고 증거 판단의 원칙을 벗어났다고 보아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되돌렸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이 판결은 사고 피해자의 신체감정이 증거가 되는 절차에 관한 판단이고, 의료사고를 다룬 판결은 아닙니다.
  • 또 1심 감정이 옳다고 대법원이 정한 것은 아니며, 노동능력 상실률은 원심 법원이 적법한 증거로 새로 정하게 됐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사건에서 노동능력 상실률을 가른 것은 신체감정 결과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감정의 내용보다 앞서, 그 감정이 법이 정한 길로 재판에 들어왔는지를 먼저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감정을 맡은 사람이 기관이 아닌 개인이면 선서를 거쳐야 그 감정 결과가 증거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또 판결은 법원의 사실 인정도 증거능력 있는 증거와 논리 · 경험칙의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대학병원 감정을 배척하고 선서 없는 개인 감정을 택한 원심을 채증법칙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판결에서 노동능력 상실률 약 45%라는 원심 인정은 증거능력 없는 감정에 기대고 있어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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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