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분만 뒤 뇌성마비와 과실 추정, 비어 있던 분만 기록과 책임 비율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분만 과정의 기록이 비어 있을 때 법원이 그 빈자리를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과실을 추정하면서도 책임을 어디까지 줄이는지를 함께 보여 주는 판결입니다. 분만 직전 두 시간 가까이 산모와 태아를 살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던 사건으로, 대법원은 출산 전까지 산모와 태아에게 이상이 없었던 점 등으로 경과관찰을 게을리한 과실이 아이 장애의 한 원인이 됐다고 추정한 원심이 옳다고 했습니다. 다만 뇌성마비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들어 병원의 책임을 20%로 제한한 판단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20. 4. 9.
사건
2018다246767 · 민사
결론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유도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뇌성마비 등 장애를 갖게 되자, 아이가 부모를 법정대리인으로 하여 분만한 대학병원 쪽에 배상을 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이 원심 이유와 기록으로 추린 사실은 넷입니다.

  • 산모는 유도분만을 위해 입원해 분만유도제를 맞았고, 분만 당일 밤 3~5분 간격의 자궁수축을 보이다가 두 시간쯤 뒤 아이를 낳았습니다.
  • 그런데 아이는 갓 태어났을 때 거의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신생아실 기록에 적힌 것은 두개혈종, 분당 60~70회의 빠른 호흡, 산소포화도 82%, 축 늘어진 팔다리 같은 상태입니다.
  • 또 머리 초음파와 뇌 CT에서 뇌실 안팎의 출혈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이 나타났고, 주산기 가사 · 호흡곤란 증후군 등으로 진단됐습니다.
  • 결국 아이는 판결 때 양쪽 대뇌의 위축과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뇌성마비, 발달장애, 팔다리 경직을 보였습니다. 머리를 가누는 것만 할 수 있고 혼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에 원심은 병원 의료진이 산모와 태아의 경과관찰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그 과실이 장애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았는데, 든 이유는 넷입니다.

  • 먼저 의료진은 분만 당일 밤 아이를 낳기 전 두 시간 가까이 산모와 태아 상태에 관한 간호기록지와 분만기록지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 원심은 비수축검사(NST)를 분만대기실에 입원할 때부터 분만실로 옮기기 전까지 산모에게 장치를 붙여 태아 심박동과 자궁수축을 그래프로 남기는 검사로 보았고, 태아가사 등을 일찍 찾아 알맞게 처치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또 병원이 낸 기록지를 이 산모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고, 이 산모의 기록지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그 시간 동안 작성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 따라서 그 시간 동안 태아에게 주산기 가사, 호흡곤란증 같은 상태가 있었는데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게을리해 이를 찾지 못했고, 알맞은 처치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 산모와 태아는 분만 전에 산모의 임신성혈소판감소증 말고는 모두 정상이었고, 이 병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롭지 않고 임신 중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원심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장애가 다른 원인에서 왔음을 병원이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경과관찰의 과실이 장애의 한 원인이 됐다고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병원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는데, 주산기 가사나 태아의 호흡곤란은 태아심박동수 측정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또 분만 전후의 질식에 따른 저산소증과 분만 중 두개골 손상 등이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때가 많다는 점, 정상 분만에서도 주산기 가사나 호흡곤란증이 올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헤아렸습니다.

결국 병원은 과실과 인과관계를 다퉈, 아이 쪽은 책임 제한을 다퉈 함께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과실을 재는 의료수준 판시사항 [1] · 이유 2 가

진찰과 치료는 생명 · 신체 · 건강을 다루는 일이라, 의사는 눈앞의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과 형편을 살펴 위험을 피하려면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하고, 그것이 의사의 주의의무라고 했습니다.

이때 판결은 그 잣대를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던 수준에 두었습니다. 그 수준은 보통의 의사가 그때 널리 알고 옳다고 받아들이던 의학상식이라, 진료하던 환경 · 조건과 그 행위의 특수성을 함께 보아 규범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명의 짐을 덜어 주는 추정 판시사항 [2] · 이유 2 가

또한 판결은 의료소송에서 증명의 짐을 덜어 주는 길을 굳어진 판례로 들었습니다. 환자 쪽이 아래 둘을 증명하면, 과실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미루어 인정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보통 사람의 상식에 비추어 과실로 볼 행위가 일련의 진료 과정에 있었다는 것.
  •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 진료 밖의 다른 원인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

그와 함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헤아려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판단한다고 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그러니 사실을 인정하고 증거를 고르고 평가하는 일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이 정할 몫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 기록이 없던 시간과 추정 이유 2 나 · 다

대법원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경과관찰의 과실과 그 과실이 장애의 한 원인이라는 추정을 인정한 원심판단이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즉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고, 의료 과실 · 인과관계 · 석명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책임을 줄이는 사정과 그 비율 판시사항 [3] · 이유 3

책임 제한에서 판결이 먼저 든 것은 기준입니다. 의료 과실에 환자 쪽 요인이 더해져 손해가 나거나 늘었다면, 그것이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의 위험도처럼 환자 쪽 귀책사유와 상관없는 요인이어도 헤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질환의 모습이나 정도에 비추어 손해 전부를 병원에 지우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 법원은 과실상계의 법리를 끌어와 그 요인을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줄이는 사유를 어떻게 인정하고 몇 퍼센트로 정할지는,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뚜렷이 불합리하지 않다면 사실심 법원이 정할 몫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준에 비추어 대법원은 병원 책임을 20%로 정한 원심판단에 책임 제한의 법리를 잘못 본 데가 없다고 보았으니, 아이 쪽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그 결과 원고와 피고 두 상고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기록이 없던 그 시간에 어떤 관찰과 처치가 요구됐는지는 대법원이 하나하나 짚지 않은 대목입니다. 원심의 사실인정과 추정이 법리에 맞는다고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 20%를 다른 분만 사건에 그대로 옮길 비율로 내놓지도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심 몫이라며 원심이 정한 대로 둔 것입니다.
  • 장애의 원인이 의학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확정하지 않았고, 판결에 나오는 것은 「한 원인이 되었다」는 추정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이 판결에서 추정과 책임 제한은 한 사건의 두 갈래로 나란히 섰습니다. 기록이 빈 시간과 출산 전의 정상 경과가 추정을 받쳤고, 반면 뇌성마비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의학적 사정은 배상 비율에서 헤아려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태아심박동 측정만으로 주산기 가사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고 정상 분만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사정을 원심이 책임 비율에 썼고, 대법원도 그 비율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추정은 그 산모의 태아 감시 기록과 분만 직전의 간호 · 분만 기록이 없었다는 원심 사실과, 출산 전 정상이던 경과 위에 섰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추정의 바탕은 아이의 장애라는 결과가 아니라, 출산 전까지 정상이던 경과와 산모에게 있던 병도 해롭지 않았다는 원심 사실입니다.

다만 추정이 받아들여져도 배상은 원심이 정한 20% 책임 안에서 셈해졌고, 대법원은 그 비율을 사실심 몫으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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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4676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