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20. 2. 6.
- 사건
- 2017다6726 · 민사
- 결론
- 원고(환자)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뇌동맥류가 터져 생긴 뇌지주막하출혈로 입원해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뒤 혼수상태에 빠져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사건입니다. 원심이 인정한 경위는 다음과 같은 차례입니다.
- 먼저 병원은 수술 뒤에도 재출혈 · 뇌혈관연축 · 수두증 같은 합병증을 관리하려고 환자를 중환자실에 두었고, 혈관을 넓히는 칼슘길항제를 날마다 투여하면서 혈압상승제와 혈장증량제를 쓰는 3H 요법, 수액 관리, 주기적인 혈액검사와 뇌혈류 초음파검사를 했습니다.
- 그러다 결찰술 뒤 첫 CT 촬영(일반 CT와 혈관조영 CT)에서 뇌 일부의 저음영과, 양쪽 전대뇌동맥 · 중대뇌동맥 근위부가 좁아진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경과기록지에 적힌 말은 「(방사선학적) 뇌혈관연축」입니다.
- 그날부터 칼슘길항제 투여가 멈췄고, 다음 날 병원은 보호자에게 일반병실 전실과 보행연습, 재활치료를 설명한 뒤 환자를 일반병실로 옮겼습니다. 경과기록지에 남은 것은, 연축 시기는 지났지만 늦게 연축이 생기면 의식이 떨어지고 중환자실로 다시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기재입니다.
- 그다음 날 낮, 환자는 두 눈동자가 커진 채 자극에 얼굴만 찡그리고 대답하지 못했고,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가족이 곧 간호사를 통해 전공의에게 알렸습니다. 환자가 혼수상태로 빠져든 것은 그 무렵입니다.
- 병원은 그날 포도당 투여 말고는 3H 요법과 수액 투여를 이어 갔고, 치료 방법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경과기록지에 적힌 판단은, 뇌혈관연축 가능성을 고려해 수액을 투여했고 혈당이 낮게 나와 저혈당에 따른 발작과 의식저하 가능성도 고려해 지켜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 다음 날 아침 CT에서 뇌 양쪽에 여러 저음영이 보이자, 병원은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두개골 일부를 잘라 내는 수술을 했고 칼슘길항제도 다시 투여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원심은 병원에 과실이 없고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환자가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잣대는 그때 임상의 의료 수준입니다 판시사항 [1] · 이유 1
우선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막는 데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그 기준은 진료 당시 임상에서 실천되던 의료 수준으로, 그때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되던 의학상식을 말합니다. 진료하던 환경과 조건, 그 의료행위의 특수성까지 고려한 규범적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면 인과관계는 추정될 수 있습니다 판시사항 [2] · 이유 1
예를 들어 환자 쪽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의료 과정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말고 다른 원인이 끼어들 수 없다는 점도 증명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는 과실과 결과 사이 인과관계를 추정해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덜어 준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라고 했습니다.
판결이 인정한 의학 사정 이유 2 바
- 뇌혈관연축은 이 출혈의 흔한 합병증으로, 출혈 뒤 주변 혈관이 수축해 뇌에 산소와 영양이 제대로 가지 않아 허혈성 장애를 일으킵니다.
- 혈관조영 영상에서 혈관이 좁아진 것이 보이면 방사선학적 연축이라 합니다. 여기에 국소마비 · 언어장애 · 의식저하가 함께 나타나고 다른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임상적 연축이라 합니다.
- 이 출혈 뒤 환자 셋 가운데 둘에게 방사선학적 연축이, 셋 가운데 하나(방사선학적 연축 환자의 절반)에게 임상적 연축이 생깁니다.
- 임상적 연축이 가장 많이 생기는 때는 출혈 뒤 3~10일이고, 12일 뒤로는 나아지지만 14일이 지나 생기기도 합니다.
영상으로 연축을 확인했다면 판시사항 [3] · 이유 3 가
임상적 연축은 방사선학적 연축 환자의 절반에게서 진단되고, 출혈 뒤 14일이 지나 진단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영상으로 방사선학적 연축을 확인한 이상, 조치를 더 강화하거나 적어도 하던 조치를 유지하면서 임상적 연축이 생기는지 주의 깊게 지켜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그날부터 칼슘길항제 투여를 멈추고, 다음 날 환자를 일반병실로 옮겼습니다. 건강보험이 인정하는 투여 기간이 원칙적으로 출혈 뒤 14일이고 임상적 연축 대부분이 그 기간 안에 생긴다는 점만으로는, 투여 중단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상증세가 나타났을 때 판시사항 [3] · 이유 3 나
이미 방사선학적 연축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상증세까지 나타났으니, 임상적 연축으로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판단입니다. 원심의 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 결과도 임상적 연축이 생긴 때를 의식이 떨어지고 마비 증상이 나타난 그날로 보았습니다.
물론 판결은 저혈당 같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진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경우도 따져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진단을 분명히 하려고 적어도 바로 CT 촬영 같은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병원은 다음 날 아침 CT를 찍은 뒤 임상적 연축으로 진단했고, 그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 수술하고 칼슘길항제를 다시 투여했습니다.
과실과 인과관계 판시사항 [3] · 이유 3 다 · 라
대법원이 의료상 과실로 본 것은 두 가지로, 연축을 확인하고도 칼슘길항제 투여를 멈추고 일반병실로 옮긴 점, 이상증세에도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입니다. 이 과실과 지금 상태 사이에 의료행위 말고 끼어들 만한 다른 원인이 없었으니, 인과관계도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과실도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주의의무와 인과관계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고,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뇌동맥류 결찰술 자체는 이 판결이 다루지 않았고, 이 판결의 대상은 수술 뒤 영상 소견을 확인한 다음의 조치입니다.
- 한편 배상 범위나 책임의 비율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원심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다시 심리할 몫입니다.
- 보험이 인정하는 기간에 맞춘 투여 중단이 언제나 과실이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영상으로 연축이 확인된 환자에게 그 기간만으로는 중단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이 물은 것은 합병증이 생겼는가가 아니라, 확인한 영상 소견과 그 뒤에 한 조치가 맞물렸는가, 진단이 어려웠다면 분명히 가리려는 조치를 했는가였습니다. 치료한 쪽에서 읽어도, 환자 쪽에서 읽어도 같은 잣대입니다.
의료인이라면
판결은 날짜마다 경과기록지에 적힌 소견과 설명, 판단을 놓고 보았는데, 늦은 연축 가능성을 보호자에게 설명했다는 기재, 저혈당 가능성을 고려해 지켜보기로 한 기재도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또 기준은 그때 통상의 의사에게 알려진 의학상식이었고, 연축이 얼마나 자주, 언제 생기는지에 관한 의학 사정을 판결이 짚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상태가 나빠진 사실 하나로 과실이 되지는 않으며, 이 판결도 확인된 소견과 그 뒤 조치가 맞물렸는지를 따졌습니다.
판결이 차례로 적은 것도, 가족이 이상증세를 곧 간호사를 통해 알린 사실과 그 뒤 병원이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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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7다672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