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16. 9. 23.
- 사건
- 2015다66601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 중 본소와 반소에 관한 피고(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패소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 원고의 상고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몇 해 전 교통사고 뒤 생긴 허리 디스크로 같은 병원에서 왼쪽 수술을 한 차례 받았고, 이후 외래에서 경과를 볼 때 운동 능력 · 감각 · 신경학적 검사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대법원이 원심 증거로 짚어 간 경과는 아래와 같은 차례입니다.
- 환자는 오른쪽 다리 감각이 없어지고 힘이 빠져 응급실에 왔습니다. 진찰에서 오른쪽 다리는 고관절부터 엄지발가락까지 운동성이 모두 0단계였고, 왼쪽 다리는 감각과 운동성이 정상인 상태입니다.
- MRI에서 제3-4요추 사이 디스크가 터져 오른쪽으로 튀어나온 것이 확인돼, 그 부위를 다듬어 디스크를 떼는 1차 수술이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막 아래 거미막이 비어져 나와 지혈패치를 붙였고, 수술기록지에는 그 정도가 미세했다고 적혔습니다.
- 그런데 1차 수술 직후 새로 왼쪽 다리 힘이 빠지며 하반신 전체에 마비가 왔고, 스스로 소변 · 대변을 보는 기능도 떨어진 것입니다.
- 그러자 의료진은 그날 밤 MRI를 다시 찍고 2차 수술로 수술 부위를 열었습니다. 약 1.5cc의 경막외 혈종을 없애고 오른쪽 배 쪽으로 찢어진 경막을 꿰맸으며, 왼쪽 신경근도 살폈지만 특이한 소견은 없었습니다. 뇌 MRI와 MRA에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입니다.
- 그 뒤 두통이 이어지자 뇌척수액이 새는 탓으로 보고, 3차 수술로 경막 결손 부위를 다시 봉합한 것입니다.
- 결국 1심 신체감정에서 다리 근력은 엉덩이 쪽이 정상의 20% 이하, 발 쪽은 거의 0에 가까웠고, 신경인성 방광에 따른 배뇨장애와 배변장애도 확인됐습니다.
이를 두고 원심은 아홉 가지 사정을 들어, 1차 수술 때 이미 경막이 꽤 찢어졌는데 의료진이 이를 간과했고 신경근을 지나치게 당기거나 눌러 마미신경총을 다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원심은 또 수술 뒤 마미증후군 같은 새 신경 이상이 올 수 있다고 미리 알렸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해 환자의 본소를 일부 받아들이고, 병원의 반소는 일부 물리쳤습니다. 병원은 과실 · 인과관계와 설명의무 판단을, 환자는 책임 제한 비율과 치료비 부담을 다투며 각각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추정은 개연성의 문턱을 넘어야 판시사항 [1] · 이유 1 가 (1)
대법원은 2013다27442 판결을 들어 추정 법리를 짧게 다시 적었습니다. 과실 아닌 원인은 짚이지 않는 간접사실들로, 수술 중 생긴 증상을 과실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길은 열려 있지만, 그 추정이 막연해 결국 의사가 스스로 과실 없음을 밝혀야 하는 데까지 이르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비가 퍼진 모양 이유 1 가 (3) (나) 첫 문단
먼저 환자는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오른쪽 고관절 아래 다리 전체의 운동성이 0단계였습니다.
판결이 든 의학 사정에 따르면, 제3-4요추 부위 신경근이 다치면 그 신경근이 맡는 종아리 아래쪽에 근력 약화와 마비가 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1차 수술 뒤 엉덩이 아래 다리 전체에서 힘이 빠졌습니다.
또 마미신경총은 신경근이 좌우로 갈라져 있어, 한쪽이 다치면 그쪽 신경이 맡는 부위만 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보기에 이 사건은 오른쪽 한쪽을 수술했는데 양쪽 다리 모두에 마비가 와, 시술 중 오른쪽 신경근을 다쳤을 때 보일 통상의 경과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경막 손상과 혈종의 크기 이유 1 가 (3) (나) 둘째 문단
1차 수술 때의 경막 손상은 거미막이 약간 튀어나왔을 뿐인 경미한 정도였고, 거미막까지는 손상이 미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막을 다치게 한 힘이 안쪽 신경다발까지 물리적 손상을 주지는 못했으리라는 판단입니다.
또한 2차 수술에서 나온 혈종도 수술 부위인 척추 후궁 쪽에 있었고, 양이 많았다고 볼 근거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혈종이 크게 생겨 신경을 누르는 바람에 수술 부위와 다른 곳에 마비가 왔다는 설명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감정과 사실조회가 짚은 것 이유 1 가 (3) (가) ⑧ ⑨ · (나) 셋째 문단
한편 원심이 받은 한 병원의 사실조회 회신은, 양쪽 다리 마비와 배뇨 기능 저하는 중추신경계 병변의 소견인데 이 디스크 수술은 말초신경계 수술이라 수술과 관계없는 신경 손상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른 대학병원의 진료기록감정이 무게를 둔 것은, 신경근이 아니라 위쪽 중앙 부위 척수경색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입니다. 이를 들어 대법원은, 과실 말고 척수경색처럼 이 장애를 부를 다른 원인이 없다고 못 박을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원심이 든 사정은 수술상 과실도, 그 과실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도 추정할 만한 개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그 사정만으로 수술기구를 잘못 다뤄 경막을 찢고 신경근을 지나치게 당기거나 눌렀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명의무는 어디까지 위자료로 이어지나 판시사항 [2] · 이유 1 나
다음으로 대법원은 2007다25971 판결의 법리를 옮겼습니다.
설명할 의무는 검사 · 진단 · 치료의 어느 단계에서도 생기지만, 위자료로 이어지는 설명의무는 수술 같은 침습이나 나쁜 결과가 올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처럼 환자 스스로의 선택이 필요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무거운 결과가 의사의 침습에서 비롯되지 않았거나, 애초에 자기결정권과 무관한 사항이라면 위자료 대상인 설명의무 위반은 따질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 장애는 1차 수술의 결과로 보기 어렵고 다른 원인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이상 1차 수술 뒤 마미증후군이 올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위자료로 이어지는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본소와 반소, 환자의 상고 이유 1 다 · 2 · 3
이렇게 보면 수술의 과실과 설명 부족을 들어 환자가 낸 본소는 인용될 수 없고, 병원이 각 수술의 치료비를 구한 반소도 수술상 과실을 이유로 배척될 수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를 달리 본 원심은 과실 · 인과관계의 추정과 설명의무의 법리를 잘못 읽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책임을 40%로 제한한 것이 지나치다는 환자의 상고이유는, 병원에 책임이 있다는 전제가 깨진 이상 더 살필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심판결 중 본소와 반소의 병원 패소 부분을 깨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환자의 상고는 기각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장애의 원인을 척수경색으로 못 박지 않았습니다. 수술상 과실 밖의 원인이 남는다는 데까지만 판단한 것입니다.
- 병원이 구한 치료비의 액수와 범위는 이 판결에 없습니다. 수술상 과실을 이유로 물리칠 수 없다고 했을 뿐, 얼마인지는 환송받은 법원이 가릴 몫입니다.
- 책임을 40%로 제한한 원심의 비율이 적정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책임의 전제부터 깨졌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수술 직후 생긴 마비라도, 마비가 나타난 자리와 모양이 그 수술로 다칠 수 있는 신경과 들어맞는지가 추정의 문턱이 됐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특히 대법원은 수술 전 진찰에서 잰 다리의 운동성 · 감각, 수술한 쪽, 마비가 퍼진 범위를 하나씩 맞대어 추정을 깼습니다.
결과를 수술 탓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그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알리지 않은 점도 위자료 사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 직후 왼쪽 다리 마비와 배뇨 · 배변 장애가 새로 생겼어도, 그 모양이 수술한 자리와 들어맞지 않고 다른 원인이 남는다면 과실은 추정되지 않았습니다.
소송에서는 배상 청구와 병원의 치료비 청구가 본소와 반소로 함께 다뤄졌고, 과실이 서지 않자 치료비 청구를 수술 과실로 물리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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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5다66601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