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뇌출혈 수술 시기를 고르는 재량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뇌동맥류가 터진 환자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수술할지는 합리적 범위 안에서 의료진이 고를 수 있는 일이라고 본 판결입니다. 수술까지 몇 시간이 걸렸는지보다, 그 환자 상태에서 고를 수 있던 길이 몇 갈래였는지를 먼저 보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2. 6. 14.
사건
2010다95635 · 민사
결론
피고(병원)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에게 배상을 명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예전에 같은 병원에서 왼쪽 중대뇌동맥의 거대동맥류 결찰술을 받은 환자가, 뇌출혈로 응급실에 왔다가 수술 뒤 숨진 사건입니다. 원심이 인정한 경위는 이렇습니다.

  • 환자는 정신을 잃었다 깬 뒤 의식이 떨어지고 오른쪽에 힘이 빠졌습니다.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뇌동맥류 파열이 추정돼 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 첫 CT에서 예전 결찰 부위에 큰 혈종이 보였습니다. 신경외과 전공의는 응급 뇌실외배액술과 뇌혈관조영술, 필요하면 응급 개두술을 하기로 계획했습니다.
  • 의식이 더 떨어지고 동공이 고정되자 두 번째 CT를 찍었고, 뇌수두증이 나빠진 소견이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과 뇌실외배액술을 했습니다.
  • 뇌혈관조영술에서 예전 클립이 미끄러져 크게 커진 뇌동맥류가 확인됐습니다. 상태가 다시 바뀌어 세 번째 CT를 찍자, 재출혈로 혈종이 크게 늘어 있었습니다.
  • 환자는 이어 수술을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입원 치료 중 숨졌습니다.

원심은 재출혈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았으니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로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했어야 하는데, 상태 확인과 대증적인 처치만 했다고 보았습니다. 과실을 인정하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추정해, 유족인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병원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결과가 나빴다는 사정 하나로 과실이 되지 않습니다 판결요지 [1] · 이유 1

의사는 환자의 상황, 그때의 의료수준, 자기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법을 골라 진료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특정한 방법을 고른 결과가 나빴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의료과실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수술 시기에는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이유 3

대법원은 1심과 원심이 조사한 증거에서 이런 사정을 보았습니다.

  • 뇌동맥류가 터져 생긴 뇌지주막하출혈의 수술 시기는 셋으로 나뉩니다. 출혈 뒤 1~2주가 지나 하는 지연수술, 72시간 안에 하는 조기수술, 6~12시간 안에 하는 초조기수술입니다.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 헌트 앤 헤스(H&H) 등급은 이런 환자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I~III 등급) 대개 조기수술을 합니다. 상태가 나쁘면(IV · V 등급) 지연수술을 하기도, 환자를 가려 조기수술을 하거나 초조기수술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수술 시점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 이 환자는 오기 전부터 의식이 떨어지고 오른쪽에 힘이 없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신경외과 전공의가 처음 봤을 때 이미 오른쪽 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습니다.
  • 수술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동맥류의 모양과 자리, 예전 수술 때도 뇌혈관우회술 같은 근본 치료를 하지 못한 점을 보고 우회술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혈종제거와 함께 중대뇌동맥을 막는 수술을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결요지 [2] · 이유 3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할 무렵 벌써 H&H IV 등급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때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 상태, 뇌동맥류와 뇌출혈의 특성, 수술의 난이도를 따져 길을 고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지, 조기수술이나 초조기수술을 할지입니다.

III 등급이라 하더라도 조기수술과 초조기수술 가운데 고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상태 파악과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거쳐, 출혈 추정 시점 약 7시간 · 응급실 도착 약 5시간 뒤에 수술한 것을 합리적 범위 밖의 선택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환자의 뇌동맥류 상태로는 사망률이 높은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로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에서 과실을 인정한 원심은,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았습니다.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고, 원심판결 중 병원에 배상을 명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병원의 배상 책임이 있는지는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원심이 세운 전제가 잘못됐다며 그 부분을 다시 심리하게 한 것입니다.
  •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추정한 원심 판단과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수술 시기를 하나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논란이 있다는 사정 위에서, 이 환자 상태로 고른 시기가 합리적 범위 안이라고 본 판단입니다.
  • 원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원고들 청구 부분은 이 판결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상고한 쪽은 병원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이 물은 것은 수술까지 걸린 시간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환자 상태에서 의학적으로 고를 수 있던 길이 무엇이었고, 고른 길이 그 안에 드는지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응급실 도착 무렵의 의식 수준과 마비 정도가 등급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우회술 대신 폐색술을 고른 까닭(동맥류의 모양 · 자리 · 예전 수술의 경과)이 판결에 그대로 적혔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까지 몇 시간이 걸렸다는 것만으로 과실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무슨 검사를 했고 환자 상태가 어땠는지가 물음이었습니다.

판결은 세 번의 CT와 혈관조영술, 그때마다 바뀐 의식 상태를 차례로 놓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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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