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10. 7. 15.
- 사건
- 2006다28430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환자가, 자신을 수술한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등 피고 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원심이 1심판결을 인용해 인정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 환자는 1991년쯤 척추측만증 교정수술을 받았고, 1996년쯤 허리통증이 다시 생겼고, 2001년 이 병원에서 교정수술을 두 번(1차 · 2차 수술) 받았습니다.
- 2차 수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졌고 그동안 수혈이 많았습니다. 그 수술기록지에는 경막이 파열돼 복구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 수술을 마친 뒤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져 인공호흡 치료를 받았고, 저혈압과 간 효소 수치 증가 등으로 상태가 불안정했습니다. 그날 밤 왼쪽 발가락 감각과 순환이 떨어지는 초기 마비증상이 보여, 혈종이 신경근을 눌러 생긴 마비가 의심됐습니다.
- 다음 날 아침에는 양쪽 발가락 감각이 떨어지고 왼쪽 둘째 발톱에 괴사 소견이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경과를 지켜보다 그날 저녁 CT 검사와 혈종제거수술에 대한 동의를 받았고, 이튿날 오전 수술했습니다. 혈종이 발견됐고, 제거하던 중 척추분절동맥의 출혈이 있어 지혈했습니다.
- 환자는 그 뒤에도 양쪽 다리 마비가 이어졌습니다. 영구적인 하반신 불완전마비와 배변 · 배뇨장애, 엉덩이 · 무릎 · 발목 관절 장애가 남았습니다.
원심은, 경막이 찢어지는 일은 척추측만증이라는 질환의 성질상 의사에게 과실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고 의료진이 2차 수술 중 발견해 바로 봉합했으니, 그 점만으로 과실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척추분절동맥 파열이 1 · 2차 수술 과정에서 생겼다는 증거도 없다며, 혈종 형성에 원인을 준 과실과 혈종제거상 과실 등 환자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상고는 환자가, 부대상고는 피고들이 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판시사항 [1] · 이유 1 가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자유심증주의가 형식적 · 법률적 증거규칙에서 풀어 준다는 뜻이지, 법관의 자의적 판단까지 받아 준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의 진위를 가려야 하고, 사실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어도 이 제약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기록에 나타난 것 판시사항 [2] · 이유 1 다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로부터 다음을 짚었습니다.
- 혈종제거수술에 참여한 전공의가 쓴 수술기록지에는 분절동맥의 출혈 소견(피고가 낸 번역문으로는 「멈추지 않는 출혈소견」)이 보여 1시간 이상 압박한 뒤 상처를 봉합했다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출혈 원인과 지혈 조치에 관한 다른 내용은 없었습니다.
- 수술 부위의 피 등을 빼내는 기구(헤모백)에 모인 양은 2차 수술 날 830cc, 다음 날 530cc, 혈종제거수술 날 580cc였고, 그 뒤 270cc · 160cc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 한 달쯤 뒤 재활의학과로 옮길 때 같은 전공의가 쓴 전과기록지에는, 2차 수술 뒤 상처에서 출혈량이 많아 중환자실 치료와 응급수술(동맥결찰술)을 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 저절로 생기는 경막 외 혈종(자발성 경막 외 혈종)의 원인은 대부분 동맥이 아닌 정맥 출혈이라는 점도 기록에 있었습니다.
2차 수술에서 생겼다고 볼 여지 이유 1 다
대법원은 이 사실들에서 네 가지를 읽었습니다.
- 혈종제거수술의 핵심은 출혈 원인을 찾아 피를 멎게 하는 일인데, 기록에는 출혈 소견과 봉합만 있었습니다. 그 동맥을 지혈한 뒤 배액량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 「멈추지 않는 출혈소견」이라는 말은 그 수술 중 비로소 난 출혈이 아니라 이미 있던 출혈을 가리킨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같은 전공의가 2차 수술 기록에는 「경막 파열로 인해 경막 복구」처럼 적었으니, 혈종제거수술 중 동맥이 터졌다면 「파열 및 지혈」 같은 꼴로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 한 달 뒤 전과기록지에 혈종제거수술의 이름을 동맥결찰술로 적은 것은, 수술의 핵심을 동맥결찰로 기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수술 중 사고로 동맥을 묶은 것이라면 본래 목적 밖에 덧붙은 시술이라 수술 이름으로 적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 2차 수술은 척추체에 나사못 · 고정기구를 넣어 동맥 등 주변 조직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많은 반면, 혈종제거술은 동맥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수술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를 모아 대법원은 척추분절동맥 출혈이 2차 수술로 생겼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과실의 추정 판시사항 [2] · 이유 1 다 · 라
판결은 나아가 환자에게 2차 수술 뒤 정맥이나 미세혈관이 아닌 척추분절동맥 출혈을 일으킬 별다른 원인이 없다면, 그 출혈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판결이 예로 적은 것은 2차 수술 과정의 수술기구에 의한 동맥 손상, 지혈 미흡, 잘못된 위치에 넣은 고정기구에 의한 동맥 손상입니다.
그러니 2차 수술에서 동맥이 터져 혈종이 생겼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며 환자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자유심증주의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채증법칙을 어긴 판단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른 상고이유는 더 볼 필요도 없다며,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되돌려 보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의료진의 과실과 병원의 배상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원인이 없는지를 포함해 환송받은 원심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 경막 파열에 관한 원심 판단은 대법원이 짚은 대목 밖이었습니다.
- 설명의무 위반 위자료를 다툰 피고들의 부대상고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진료상 과실 주장이 배척될 때를 대비해 환자가 예비적으로 구한 부분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출혈이 어느 수술에서 났는지를 원심은 증거 없음으로 보았고, 대법원은 여러 기록을 함께 읽어 달리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경막 파열을 두고 원심은 질환의 성질상 과실 없이도 일어날 수 있고 발견 즉시 봉합했다는 점에서 과실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척추분절동맥 출혈 부분입니다.
과실 추정에는 환자에게 그 동맥 출혈을 일으킬 별다른 원인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대법원은 혈종제거수술 기록에 출혈 원인 · 지혈 조치가 적히지 않은 점, 같은 전공의가 다른 수술에서 쓴 기록의 꼴, 한 달 뒤 전과기록지의 수술 이름을 맞대어 출혈 시점을 보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출혈이 어느 수술에서 났는지 바로 보여 주는 증거가 없어도, 대법원은 수술기록지 · 배액량 · 전과기록지와 두 수술의 성격을 함께 읽고, 출혈이 2차 수술로 생겼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과실 추정에는 다른 원인이 없다는 조건이 붙었고, 이 판결로 배상이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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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6다2843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