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06. 11. 23.
- 사건
- 2005다11688 · 민사
- 결론
- 산모와 가족(원고들)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의원에서 아이를 낳은 산모가, 태반을 꺼내는 시술 뒤 남은 태반으로 자궁내막염을 앓은 사건입니다. 그래서 산모와 가족이 그 의원을 운영한 의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출산 직후 태반이 자연적으로 나오지 않자, 의사는 손으로 태반을 떼어 꺼내는 시술(태반용수제거술)을 했습니다.
- 그런데 그 뒤에도 복통과 질 출혈이 이어졌고, 산모는 다른 병원에서 잔류태반과 자궁내막염 진단을 받고 염증 치료와 잔류태반 제거술을 받은 것입니다.
원심은 이 시술을 해도 산모 약 3%에게는 태반 조각이 남아 제거술을 받게 되고, 약 1.8%에게는 자궁내막염이 생긴다는 점 등을 들어 시술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잔류태반과 자궁내막염은 시술 때문이 아니라 태반이 자연적으로 나오지 않아 생긴 것이고, 분만 직후 이 시술 말고 다른 치료 방법을 고를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까닭이었습니다. 그렇게 청구를 기각하자 산모와 가족이 상고한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주의의무의 기준, 그리고 설명할 것 판시사항 [1] [2] · 이유 1
대법원은 먼저 두 법리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주의의무의 기준인데, 그 기준은 그 의료행위를 할 무렵 임상에서 행해지던 수준이고, 그 수준은 통상의 의사가 그때 알고 받아들이던 의학상식을 진료 환경 · 조건과 함께 헤아린 규범적 수준입니다.
다른 하나는 설명입니다. 수술 과정이나 그 뒤에 나쁜 결과가 생길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라면, 응급환자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의료행위를 받을지 고를 수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할 것은 질병의 증상과 치료 방법, 그 필요성, 생길 것으로 보이는 위험 등입니다. 이때 그 범위는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으로 정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진료 목적을 이루려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요양 방법과 그 밖의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자세히 설명해 후유증 등에 대비하게 할 의무도 있다고 했습니다.
남은 조각 하나로는 과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이유 3
이 시술 뒤 태반 조각이 자궁에 남는 것은 판결 당시의 일반적인 의료수준에서 드문 일이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시술 뒤 조각이 남아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각을 남긴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물리친 원심 판단은 옳다고 했습니다.
산욕기 증상을 호소하면 판시사항 [3] · 이유 4
판결은 먼저 의학지식 하나를 들었습니다. 산욕기에 나타나는 발열, 질 출혈, 복통 등은 잔류태반의 주요한 증상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의학지식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 시술 뒤 조각이 남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술을 받은 산모가 산욕기에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의사는 잔류태반 가능성을 의심하고 알맞은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기록에서 본 사정은 이렇습니다.
- 의사는 시술할 때 산모나 보호자에게, 태반 조각이 남을 가능성이나 그에 따른 합병증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시술 뒤 의사와 그 의원의 다른 의사가 두 차례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한 것은 자궁 안의 약 8.6cm 덩어리 음영입니다.
- 산모는 시술 뒤 의료진에게 계속 질 출혈과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 그런데도 의료진은 더 정밀한 확인 검사 없이 그 덩어리를 자궁근종으로 진단했습니다. 잔류태반일 때에 대비한 조치를 하거나, 그 가능성을 설명해 검사와 치료를 권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 결국 산모는 잔류태반 때문에 자궁내막염을 앓게 됐습니다.
대법원은 그 덩어리가 잔류태반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궁근종으로 잘못 진단하는 바람에 잔류태반에 대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단상 잘못이 없었다면 설명했어야 할 잔류태반의 검사와 치료 방법도, 시술 때는 물론 그 뒤 검사 때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산모는 잔류태반의 증상과 신속한 검사 · 치료, 치료가 늦어질 때의 결과에 대비할 기회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자궁내막염이라는 예기치 못한 결과의 고통을 입었고, 가족도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진단상의 잘못과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원심은 자궁근종으로 잘못 진단했다는 주장에 아무 판단을 하지 않았고,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은 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이 판단을 빠뜨리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본 대목입니다. 그래서 산모 쪽의 다른 상고이유는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깨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만 배상 범위와 액수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깼으니 다시 심리할 몫입니다.
- 분만 직후 이 시술 말고 다른 방법을 고를 수 있었는지는 대법원이 따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본 것은, 시술 때와 그 뒤 검사 때 남은 태반의 가능성과 그 검사 · 치료를 설명하지 않아 후유증에 대비할 기회를 잃게 한 점입니다.
- 이 시술을 한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각을 남긴 과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 산모 쪽이 낸 다른 상고이유에는 판단이 없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즉 남은 조각은 이 시술에서 드물지 않은 결과로 보았고, 판결이 잘못을 찾은 곳은 산모가 증상을 호소한 뒤의 진단, 그리고 시술 때와 그 뒤의 설명입니다. 특히 설명할 것에는 시술의 위험만이 아니라, 그 뒤 후유증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것도 들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조각이 자궁에 남는 일이 이 시술에서 드물지 않다는 의료수준이, 조각을 남긴 과실 주장을 물리친 근거였습니다.
초음파에서 본 덩어리를 어떻게 진단했는지와, 그 뒤 더 확인하는 검사를 했는지가 판결이 본 대목이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태반 조각이 남은 것 자체로는 과실이 되지 않았습니다.
판결은 산모가 시술 뒤 계속 질 출혈과 복통을 호소한 사실과, 두 차례 초음파에서 덩어리가 보인 사실을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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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168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