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03. 1. 24.
- 사건
- 2002다3822 · 민사
- 결론
-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들은 아기와 산모 등 가족 넷이고, 피고는 이 산모의 산전진찰부터 분만까지 맡은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 1993년 12월 3일 임신 12주 4일의 산전진찰 소변검사에서 요당이 약양성(+/-)으로 나왔지만, 피고는 이에 대해 따로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 산모는 맏딸을 낳을 때 난산을 겪었고, 초음파검사에서 태아가 크다는 말을 듣고 제왕절개를 원했습니다.
- 분만은 질식분만으로 진행됐는데, 그 도중 어깨가 걸리는 견갑난산이 생겨 아기에게 상완신경총 마비 증세가 생긴 것입니다. 산모에게는 출산 뒤 당뇨 증세가 있었습니다.
원심은 기왕력 · 가족력 조사와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지 않은 데서 피고의 과실을 찾았습니다. 또 아기의 마비 증세도 피고가 어깨를 빼내며 미숙한 솜씨로 무리하게 견인한 데서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피고는 약양성이 호르몬 변화 때문일 수 있고, 그 무렵 국내에는 임신성 당뇨 검사 지침이 없고 의료보험 대상도 아니었다고 맞섰지만 원심에서 배척됐습니다. 상고는 피고 쪽이 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진단의 잣대 판결요지 [1] [2] · 이유 2
대법원은 진단을, 묻고 보고 만지고 듣는 진찰과 여러 임상검사를 바탕으로 병을 가려내 치료법을 고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이라고 적었습니다.
즉 흠 없는 진단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임상 현장의 진단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한 진찰과 정확한 진단으로 위험을 내다보고 막을 최선의 주의를 했는지 본다는 것입니다. 이때 앞선 판결로는 97다38442 판결 등을 들었고, 그 의사나 기관의 사정이 아니라 규범으로 의료수준을 잡는다는 대목에는 98다50586 판결 등을 참조로 들었습니다.
판결요지 [3]의 인과관계 추정도 앞선 판결(99다3709 · 99다48245 등)대로 옮겼습니다.
피해자 쪽이 일반인 눈높이에서 알아볼 과실 행위와, 그 의료행위 말고는 결과를 부를 원인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료인 쪽이 결과가 전혀 딴 원인에서 왔음을 밝히지 못하는 한 추정이 설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중간 검사치를 어떻게 볼까 판결요지 [4] · 이유 3
약양성은 양성과 음성의 중간이어서 그 자체가 곧 임신성 당뇨를 뜻하지는 않더라도, 의학상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검사치는 아니라고 이유 3은 적고 있습니다.
호르몬 변화일 가능성도 있지만, 임신성 당뇨이거나 주수가 차며 그쪽으로 진행될 가능성까지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왕력과 가족력을 조사한 뒤 혈당을 재는 선별검사나 진단적 검사를 하든지, 적어도 임신 24~28주 무렵에라도 그 검사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가 뒤따랐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검사의 필요를 더 키운 사정으로는 다음이 꼽혔습니다.
- 당뇨 증세가 있는 경산부는 거대아를 임신해 견갑난산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 거대아를 가리는 초음파검사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는 검사입니다.
- 산모는 앞선 난산과 큰 태아 이야기로 제왕절개를 원했습니다.
- 선별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복잡한 검사가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학회 차원의 지침이 없었고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일부 기관만 하던 검사였다는 사정도, 이 판단을 뒤집지는 못합니다.
누가 증명하나 이유 4
대법원은 이 사건 인과관계를 네 고리로 나눴습니다. 임신성 당뇨를 진단하지 못한 것, 그 당뇨가 적어도 다른 원인들과 함께 거대아와 견갑난산으로 이어진 것, 이를 예견하지 못해 질식분만을 고른 것, 그 과정에서 시술 과실이 더해졌든 불가피했든 손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 인과관계는 원고들이 아니라 피고에게 증명할 책임이 넘어가 있어, 피고가 그 고리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음을 증명해야 책임을 벗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혈당을 재지 않은 피고가 이제 와서 원고들이 임신성 당뇨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견인에 관한 원심 인정은 부적절 이유 4 · 5
견인이 미숙하고 무리했다고 인정하거나 추정할 만한 사유는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원심의 그 대목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분만 시술에 과실이 없어 손상이 피할 수 없던 것이었더라도 앞의 인과관계는 끊기지 않으니, 결론은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원심의 이유는 다소 부적절하거나 미흡해도 배상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옳다는 것이 상고 기각의 까닭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우선 배상액과 책임 비율은 판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 또 대법원은 분만 시술 자체의 과실을 배상책임의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 검사 지침을 다룬 대목은 1993년 무렵 국내에 학회 지침이 없던 때의 사정을 두고 한 판단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이 판결에서 책임을 가른 것은 분만실의 손기술이 아니라, 임신 초기의 중간 검사치를 그 뒤 어떻게 확인했느냐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분만 중 무리한 견인이 있었다는 원심 인정을, 기록상 근거가 없다며 부적절하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지침이 없고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잣대는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의료수준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판결은 약양성 같은 중간 결과도 그냥 넘겨도 되는 수치로 보지 않았습니다.
인과관계 추정은 일반인 눈높이에서 알아볼 과실 행위와,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서는 법리입니다. 그 뒤 2023년 대법원(2022다219427)은 진료상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낼 개연성을 증명하면 추정한다고 다시 정리했습니다.
진단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 진단의 주의 수준 · 뒤에 고친 기록대법원 2007다55866
- 진단 지연과 손해 일부 배상대법원 2016다244491
- 검사를 거절한 임신부와 설명의무 · 이미 아는 위험대법원 2009다70906
출처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