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에 든 환자가 진료비를 내고 보험금까지 받은 뒤, 그 진료비를 두고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소송에서 보험회사가 환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부터 보았습니다. 이 소송에서 다투는 돈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낸 진료비이지만, 청구는 환자를 거치지 않고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오갑니다.
핵심 정리
-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려고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권리이고, 민법 제404조에 있습니다.
- 실손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위해 의료기관에 진료비 반환을 구하는 소송에서, 대법원은 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대위할 수 있고 채무자인 환자에게 자력이 있으면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이 판단은 대위의 요건에 관한 것이고, 진료가 어떠했는지를 가린 것은 아닙니다.
보험회사는 무엇을 근거로 청구하나요?
민법 제404조는 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다만 채무자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않다고 덧붙입니다. 이 조문이 정한 권리를 채권자대위권이라 부르고, 이를 근거로 낸 소송을 채권자대위소송이라고 합니다.
판결에 나온 소송에서 보험회사는 진료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여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주장대로라면 환자가 받은 보험금은 보험회사에 돌려줄 돈이 되고, 환자도 의료기관에 낸 진료비를 되돌려 달라고 할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 보험회사의 구성입니다. 두 권리는 모두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을 돌려주게 하는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 기댑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환자에 대한 자기 권리를 지키려고, 환자가 의료기관에 대해 가진 권리를 환자 대신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상법이 정한 보험자대위는 이와 근거도 요건도 다른 길이고, 그 길은 보험자대위, 의료사고 뒤 보험금을 낸 쪽이 병원에 청구할 때 글에 있습니다.
법원은 어떤 요건을 먼저 보았나요?
채권자대위권을 쓰려면 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의 설명에 따르면, 대위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을 온전히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대위가 그 위험을 없애는 알맞은 수단이어야 하며,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스스로 관리하는 일에 지나치게 끼어드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를 가릴 때는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그 권리가 금전채권이면 채무자에게 자력이 있는지, 두 권리가 얼마나 밀접한지를 함께 봅니다.
대법원은 이런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법리는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세워졌고, 대법관 다섯 명은 자력과 관계없이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두 판결의 사실과 경위는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 해설과 2023년 판결 해설이 풉니다. 2023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환자들의 자력에 관해 아무런 주장이나 증명을 하지 않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환자는 이 소송에서 어떤 자리에 서나요?
환자는 이 소송의 원고도 피고도 아니고, 보험회사가 대신 행사하려는 권리의 주인인 채무자 자리에 섭니다. 법원이 환자의 자력을 따진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환자에게 자력이 있으면 보험회사가 자기 채권을 온전히 받지 못할 위험이 없다고 보았고, 대위를 허용하면 보험회사가 다른 채권자보다 앞서 사실상 담보를 갖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도 들었습니다.
두 판결은 모두 보험회사가 내세운 진료에 관한 주장이 맞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는데, 대위 청구는 그 요건에서 판단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또 판결의 문장은 환자에게 자력이 있는 때를 두고 쓰였습니다.
소송의 원고 자리에는 누가 서나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원고 자리에는 보험회사가 서지만, 그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리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대해 가진 권리입니다.
참고한 법령 · 지침
- 민법2026. 3. 17. 시행 · 채권자대위권, 부당이득의 내용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9다229202 전원합의체 판결채권자대위와 보전의 필요성
-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1다304045 판결피보험자의 자력과 보전의 필요성
이 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