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서울고등법원
- 선고
- 2012. 3. 22.
- 사건
- 2010나24017 · 민사
- 결론
- 1심판결 중 유족 쪽 패소 부분 일부를 취소하고 병원에 배상을 명함 · 나머지 항소와 청구는 기각
무엇을 다퉜나
숨진 환자의 아내와 자녀가 알코올 의존증 치료 병원을 운영하는 쪽에 배상을 물은 사건입니다.
- 환자는 습관성 과음으로 초기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이 병원에 두 번 입원했습니다. 두 번 모두 입원 날 맞은 것이, 로라제팜 성분 진정제와 할로페리돌을 섞은 정맥주사입니다.
- 그 뒤 집을 나가 2주가량 여관에 머물며 술을 마시던 환자가, 술에 취한 채 세 번째로 입원한 것입니다. 이때 활력 징후는 정상이었고 떨림 · 구토 같은 금단증상이 있었습니다.
- 의료진이 수액을 시작하며 같은 두 약을 섞어 정맥주사하자, 환자는 20분쯤 뒤 진정됐고 두 시간 남짓 뒤에는 자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얼굴이 창백하고 혈압 · 맥박이 떨어진 채 발견된 것은 다시 두 시간 뒤입니다. 의료진이 기관에 관을 넣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에피네프린을 네 번, 도파민을 한 번 썼지만 환자는 심정지 끝에 숨졌습니다.
- 부검을 하지 않아 심정지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족이 든 잘못은, 할로페리돌을 첨부문서가 금지한 정맥주사로 쓰고, 경과를 살피지 않았으며, 할로페리돌과 병용 금기인 에피네프린을 거듭 썼고, 제세동기를 갖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두 약이 지닌 위험도 설명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1심 판결에는 유족이 항소했고, 유족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도 승계참가인으로 함께 항소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첨부문서와 과실의 추정 판시사항 [1] · 판결요지 [1] · 이유 3 가
먼저 법원은 93다52402 판결의 추정 법리를 놓았습니다. 진료의 속을 환자가 알기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해, 환자 쪽이 상식으로 보이는 과실과, 진료 밖 원인이 낄 틈이 없었음을 입증하면, 의료진 쪽이 별개의 원인을 대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법리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 법리를 투약에 옮기면서, 약사법 제58조가 정한 첨부문서를 약의 부작용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가진 제조 · 수입업자가 환자 안전을 위해 의사에게 주는 정보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약을 쓰며 첨부문서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의료사고가 났다면, 따르지 않은 데 특단의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본 과실과 인과관계 판시사항 [2] · 판결요지 [2] · 이유 1 라 · 3 나
- 먼저 할로페리돌 첨부문서는 정맥 투여용 허가가 없다고 적고, 정맥으로 쓰면 QT 연장 · 부정맥에 대비해 심전도를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2시간 간격으로 활력 징후만 쟀는데, 잠든 환자에게 심전도 장치를 붙이는 데 걸림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 또 첨부문서는 과량 투여로 저혈압이 오면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을 쓰고 에피네프린은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법원은 과량인지는 환자마다 다르다고 하면서, 에피네프린을 쓴 때가 할로페리돌 반감기 안이어서 약의 작용이 남아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 환자는 2주를 마셨지만 입원 때 활력 징후가 정상이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치료받은 기록도 보이지 않아, 법원은 저혈압이나 부정맥을 일으킬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 병원은 알코올이 심장에 부른 이상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들었지만, 법원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일반 견해에 그친다며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부정맥이든 저혈압이든 어느 길로 심정지가 왔든, 의료진의 과실이 심정지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입니다.
앞선 두 입원에서 같은 주사에 이상이 없었고 임상에서 오래 관행처럼 써 왔다는 병원 주장은,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은 특단의 합리적 이유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세동기를 갖출 법령상 의무는 증거가 없다며, 그 대목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습니다.
설명의무 판결요지 [2] 끝 · 이유 3 다
첨부문서와 다르게 약을 쓰면 보통 투약보다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그 이유와 부작용, 늘어나는 위험을 설명해 환자 쪽이 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잣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의료진이 그런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됐습니다.
- 또 술에 취해 의사결정능력이 없었다는 주장에는, 그렇게 볼 증거가 없고 함께 온 아내에게 설명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 법원의 답입니다.
- 응급이라 설명이 면제된다는 주장에는, 입원부터 주사까지 난폭한 행동이나 환각 · 망상처럼 알코올 섬망을 의심할 사정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책임의 제한과 손해 이유 3 라 · 4 · 5
법원은 환자가 오랜 알코올 의존증으로 초기 간경화가 있었고, 직전 2주 동안 제대로 먹지 않고 폭음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즉 이런 사정이 심정지에 한몫했을 가능성도 열어 둔 것입니다.
할로페리돌 정맥주사는 과실의 근거이지만 알코올 의존증 치료 현장에서 오래 관행처럼 이뤄져, 의료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병원이 질 책임으로 정해진 것은 30%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법 제114조에 따라 지급한 유족연금 범위에서 아내의 배상청구권을 대위했고, 법원은 그 책임 비율만큼 공단에 지급하게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한편 부검을 하지 않아 심정지가 부정맥에서 왔는지 저혈압에서 왔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법원은 그 기전과 상관없이 과실과 사망을 이었습니다.
- 이 글이 다루는 범위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즉 이 판결이 과실을 잰 잣대는 그 약의 첨부문서였고, 주의사항과 다르게 쓴 이유가 특단의 합리적 이유인지가 갈림길이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할로페리돌 정맥주사가 임상에서 오래 관행처럼 쓰였다는 점을 비난 가능성을 낮추는 사정으로 보고, 책임 비율에 반영했습니다.
또 제세동기를 갖출 의무는 법령상 근거가 증명되지 않아 과실에 넣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먼저 첨부문서와 다른 투약이었다는 사실에서 추정이 시작됐고, 입원 때 정상이던 활력 징후와 심혈관 치료 기록이 없다는 점이 더해졌습니다.
주의사항과 다른 투약을 하려면 그 이유와 늘어나는 위험을 알려야 한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추정 · 증명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 의료과실의 추정과 설명의무, 결과만으로 과실을 추정하지 않음대법원 2005다5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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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고등법원 2012. 3. 22. 선고 2010나2401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