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서울지방법원
- 선고
- 2003. 10. 29.
- 사건
- 2002가합15080 · 민사
- 결론
-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
무엇을 다퉜나
숨진 환자의 남편과 자녀들이 원고로 나선 사건입니다.
- 환자는 오래전 이 병원에서 인공 조직판막을 써서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았습니다. 그 뒤 그 판막이 낡아 승모판협착증이 다시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흉부외과로 옮겨진 환자입니다.
- 의료진은 수술이 필요한 까닭과 함께 전신마취에 따른 폐렴, 인공심폐기에 따른 뇌경색, 출혈, 감염의 위험을 설명하고 수술동의서를 받았습니다.
- 수술 당일 새벽 항생제를 주사했고, 판막을 바꾸는 수술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수술 뒤에도 12시간마다 같은 항생제를 주었습니다.
- 그런데 수술 다음 날 밤 소변량이 줄고 열이 올랐으며, 맥박이 분당 150회 안팎으로 빨라지는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이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의료진은 이뇨제와 약제, 전기충격으로 증상을 다스리고 이튿날 새벽 혈액배양검사를 했습니다.
- 며칠 뒤 배양에서 MRSA가 자라자 그날부터 항생제를 반코마이신으로 바꾸었고, 감염내과 협진 의뢰는 다음 날입니다.
- CT에서 종격동에 고인 액체가 보여 종격동염으로 진단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조직을 떼어 냈고, 이튿날 배액이 많이 이어지고 심낭압전 증상이 보여 흉골을 열고 혈종을 없앴지만, 혈압이 계속 떨어져 그다음 날 밤 숨졌습니다.
가족은 수술 전 감염 증상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소견이 없었는데 수술 부위와 같은 곳에 MRSA 감염이 생겼으니 과실이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예방 항생제를 수술 전과 수술 중에 주지 않았고, 수술 다음 날의 패혈증 신호를 지나쳤으며, 반코마이신과 감염내과 협진이 늦었다는 것도 가족의 주장입니다.
법원이 본 것
인과관계와 과실은 다른 물음 판결요지 [1] · 이유 2 가 (2)
모든 의료행위에는 나쁜 결과가 따를 위험이 들어 있습니다. 환자는 지금 병의 부담과 진료로 얻을 이익이 그 위험보다 크다고 보고 위험을 감수한 채 진료를 받는다는 것이 법원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쁜 결과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에게 책임을 지우면, 진료를 한 일 자체를 과실로 보는 셈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
또 시간이 가깝다, 진료한 자리와 결과가 생긴 자리가 같다, 그 밖의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 통계상 자주 생긴다는 사정은 진료와 결과가 이어져 있다고 보는 데 쓰는 간접사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런 사정만으로 진료 과정의 과실까지 미루어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창상감염이 생겼다는 사실 판결요지 [2] · 이유 2 가 (3)
병원 안 감염이 주로 의료인의 손을 거쳐 옮고, 이 수술이 아주 깨끗한 창상이라 감염 빈도가 낮다는 점은 법원도 그렇다고 쳤습니다.
그러나 수술실 입구에 손 씻는 세면대가 있고 간호사가 손 닦을 수건을 준비해 두는 수술 준비 절차에 비추면, 무균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했습니다.
또 외과적 무균술은 수술 환경의 균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줄이는 방법이어서, 철저히 해도 감염을 다 막을 수는 없다는 의학 사정도 법원이 든 까닭입니다. 깨끗한 창상의 포도상구균 감염 빈도를 무균성의 잣대로 쓰는 것도 감염률을 서로 견주어 무균성을 상대적으로 가늠한다는 뜻일 뿐, 아주 깨끗한 창상에 생긴 감염 하나를 의료진 과실로 보는 판단과는 별개라고 덧붙였습니다.
설명을 듣고 동의한 위험 판결요지 [3] · 이유 2 가 (4)
설명의무는 당시 의료 수준으로 보아 알려야 할 만한 사항을 전해, 환자가 진료의 필요와 위험을 함께 따져 받을지 말지 정하게 하려는 의무입니다.
설명을 듣고 수술에 동의했다면, 그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감수하고 수술받기로 정한 것이라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그 위험이 실제로 나타났다고 과실을 추정하면, 환자가 감수한 위험을 의사에게 되넘기는 셈이 된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환자가 설명을 들은 뒤 동의한 위험성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을 미루어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어 보면 이유 2 가 (5)
종격동염이 판막 수술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법원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만성 심부전 같은 만성 질환은 면역력을 특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떨어뜨릴 수 있고, 재수술이나 오래 걸리는 수술에서는 창상감염이 늘어난다는 사정도 같이 헤아렸습니다. 그러니 면역 저하를 가리키는 특이한 소견이 없었다는 것만으로 감염의 요인이 없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수술이 길수록 감염 위험이 높다는 가족의 주장은, 오히려 과실을 추정하기 더 어렵게 하는 사정이라고 했습니다.
수술 전 항생제 이유 2 나
수술 중 항생제를 더 주지 않은 사실은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수술 전에 주지 않았다는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수술 당일 새벽 12시간 간격으로 쓰는 항생제를 주사했으며 수술은 그날 오후에 끝났습니다.
감수성 있는 항생제를 써도 감염이 나빠지는 것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통 용량보다 늘릴 까닭도 없다고 보아, 감염 예방 조치는 적절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수술 다음 날의 신호 이유 2 다 (1)
수술 다음 날 밤부터 소변이 줄고 맥박이 빨라지고 열이 났다는 점, 패혈증에서 급성신부전이나 빈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법원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급성신부전은 수술처럼 혈액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흔히 생기고, 그 빈맥은 심장 질환에 잘 따르며 정상 심장에서도 나타난다는 의학 사정도 들었습니다. 그러니 증상만으로는 이 환자를 패혈증으로 판단해 치료할 의무까지 생겼다고 보지 않은 것입니다.
의료진이 그 증상을 수술 자체에서 왔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다스리면서, 감염 가능성도 버리지 않고 이튿날 혈액배양검사를 한 조치를 정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코마이신을 쓴 때 이유 2 다 (2)
가족의 주장대로라도 수술 뒤 초기 심내막염 가운데 MRSA로 생긴 것은 30% 정도였습니다. MRSA에 듣는 항생제는 반코마이신과 테이코플라닌 말고 없다며, 내성균이 나타나지 않게 쓰임을 아껴야 한다는 사정도 법원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혈액배양에서 MRSA를 확인한 뒤 처방한 것이 옳았다는 판단입니다.
한편 신장 기능이 나빠져 투약 간격을 72시간으로 늘리는 바람에 치료 효과가 크게 줄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약효는 들어간 양이 아니라 피 속 농도를 따르고, 신장으로 빠져나가는 약은 간격을 늘려야 알맞은 농도가 유지된다는 이유입니다.
감염내과 협진 이유 2 다 (3)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검사와 치료는 보통의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가능성만으로 감염내과에 맡겨야 할 의무가 바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확진이 어렵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코마이신 같은 특수한 약을 쓰게 될 때 의뢰해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흉부외과가 감염 가능성 단계에서 직접 혈액배양검사를 하고, MRSA가 자라자 반코마이신을 쓰며 협진을 의뢰한 것은 이 기준에 맞는다고 보았습니다. 협진 회신도 흉부외과의 조치와 다르지 않아, 더 일찍 의뢰하지 않은 것과 진료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과실이 하나도 서지 않았으므로, 가족의 청구는 모두 기각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과실이 서지 않아 사망에 따른 손해를 얼마로 볼지는 살피지 않았습니다.
- 또 설명이 모자랐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따로 구한 청구는 이 사건에 없었습니다. 수술 전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은 사실은 기초 사실로 인정됐을 뿐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법원은 수술 전 예방에서 협진까지, 진료의 차례를 따라 과실을 살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2001년 수술 당일 새벽에 준 항생제와 투약 간격 기록을 들어, 감염 예방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때 혈액배양으로 MRSA를 확인한 뒤 반코마이신을 쓴 판단을, 내성균을 막아야 하는 공중보건의 사정까지 들어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 전 감염 증상이 없었고 감염이 수술 부위에 생겼다는 사정은 인과관계를 받치는 간접사실로 다뤄졌을 뿐, 그것으로 과실 추정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수술 다음 날의 소변 감소 · 빈맥 · 발열도, 수술 자체에서 올 수 있는 증상과 함께 놓고 판단됐습니다.
추정 · 증명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 의료과실의 추정과 설명의무, 결과만으로 과실을 추정하지 않음대법원 2005다5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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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뒤 감염과 과실 추정대법원 2024다204665
출처 · 서울지방법원 2003. 10. 29. 선고 2002가합1508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