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수혈 준비 의무, 태반조기박리로 결정한 응급 제왕절개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태반조기박리로 응급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가 수술 중 멎지 않는 출혈로 종합병원에 옮겨졌다가 숨진 사건을 다룹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1심과 원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산모의 태반조기박리로 응급 제왕절개를 결정했다면 그때 수혈용 혈액을 준비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0. 1. 14.
사건
99도3621 · 형사
결론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응급 제왕절개를 정하는 순간 수혈까지 대비할 의무가 있었는지를 다툰 형사 재판입니다. 피고인은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이 분만을 직접 맡았습니다.

  • 산모는 아침 7시 무렵 피고인의 병원에 입원했는데, 피고인은 처음에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게 하려 했습니다.
  • 오후 1시 30분 무렵 산모에게 나타난 것은 호흡곤란과 온몸이 창백해지는 증세입니다. 또 자궁은 굳은 채 수축했고, 질에서 피가 섞인 것이 나왔습니다.
  • 그러자 피고인은 이를 태반조기박리로 진단하고 응급 제왕절개를 결정했습니다. 마취과 의사를 부르는 등 수술 준비를 마치고 2시 15분 무렵 수술을 시작했는데,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게 한 것은 7분 뒤입니다. 태반은 40%쯤 떨어져 있던 상태입니다.
  • 그런데 수술 도중 자궁 파열과 이완성 자궁출혈이 함께 발견됐습니다. 피고인은 3시 무렵 파열 부위를 꿰매고 눌러 지혈하며 강한 자궁수축제를 거듭 썼지만, 출혈이 이어지고 혈압이 내려갔습니다.
  • 피고인이 종합병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산모를 구급차에 태운 것은 3시 30분 무렵입니다. 4시 15분 도착한 병원에서 인공호흡과 수혈 등을 받았지만, 산모는 6시 30분 범발성 혈액응고장애로 피를 많이 잃어 숨졌습니다.
  • 한편 피고인의 병원에서 가까운 혈액원까지는 차로 편도 10~15분 거리입니다. 진단과 수술 결정 무렵 그곳에서 혈액을 빨리 받을 조치를 했다면, 수술 중이나 직후에라도 수혈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용한 1심 판결의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이 경과를 확인했습니다. 피고인이 상고하며 내세운 것은 과실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 채증법칙 위반입니다.

법원이 본 것

기록에 나타난 태반조기박리와 수혈 이유

기록에 나타난 태반조기박리는 임신 후반기 출혈 가운데 자주 보이는 질환입니다. 그리고 그 치료의 기본 방침에는 수혈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 피고인은 전치태반으로 제왕절개를 할 때는 수혈 준비를 한다고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습니다. 전치태반 역시 태반조기박리와 함께 임신 후반기 출혈에서 자주 보이는 질환입니다.

수술을 결정한 그때의 주의의무 판시사항 · 판결요지 · 이유

대법원은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대응으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적어도 그 결정과 아울러 수혈이 필요하리라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리 혈액을 준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정된 과실은, 수술 결정과 함께 수혈에 대비하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수술하는 동안이나 끝난 뒤라도 되도록 이른 때에 혈액을 공급받을 조치를 말합니다. 결국 원심은, 그 탓에 수혈 시기를 놓쳐 산모가 숨졌다는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한 1심을 유지했습니다.

상고이유에 대한 답 이유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의료과오의 과실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모든 제왕절개에 수혈용 혈액을 미리 마련하라고 한 판결이 아닙니다. 태반조기박리에 대응해 응급 제왕절개를 결정한 경우처럼, 수혈이 필요하리라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를 두고 한 판단입니다.
  • 과실의 내용은 혈액을 공급받을 조치였습니다. 반면 파열 부위를 꿰매고 지혈한 처치나 종합병원으로 이송한 결정은 과실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이 혈액을 준비할 의무를 지운 시점은, 태반조기박리를 보고 응급 제왕절개를 하기로 정한 바로 그때입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태반조기박리라고 진단하고 응급 제왕절개를 결정해 마취과 의사를 부르는 등 수술 준비를 마친 경과를 인정했습니다.

판결이 과실로 짚은 것은 수술하는 동안이나 끝난 뒤라도 혈액을 받을 조치를 하나도 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가까운 혈액원까지 차로 10~15분이라는 사실 위에서, 진단 무렵 조치했다면 수술 중이나 직후라도 수혈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경과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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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3621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