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산모 사망 업무상과실치사, 남은 태반 조각인가 양수전색증인가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에서 함께 보실 물음은, 산모가 남은 태반 조각 탓에 숨졌는지 양수전색증으로 숨졌는지입니다. 유도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산모가 분만 직후부터 큰 출혈을 겪다 이틀 뒤 숨지자, 분만을 맡았던 수련의가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돼 원심까지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산모가 양수전색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아 그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8. 2. 27.
사건
97도2225 · 형사
결론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

무엇을 다퉜나

산모가 무엇 때문에 숨졌는지가 이 형사 재판의 한가운데 쟁점입니다. 피고인은 그 분만을 돌본 3년차 수련의였습니다.

  • 먼저 산모는 유도분만을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오후 1시 50분 무렵 피고인이 돌보는 가운데 아이를 자연분만했습니다.
  • 태반이 자궁에 단단히 붙어 저절로 나오지 않자, 피고인이 20분 뒤 한 것은 태반을 손으로 벗겨 내는 용수박리술입니다. 그 뒤 약 600cc의 출혈이 있었고, 자궁수축제를 쓴 뒤 2시 50분 무렵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산모를 분만대기실로 옮겼습니다.
  • 그런데 3시 10분 무렵 회진하던 1년차 수련의가 자궁 수축이 풀리고 약 500cc의 출혈이 있는 것을 발견해, 피고인이 태반 조각이 남았는지 보려고 소파술을 했지만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 혈압이 떨어지고 출혈이 이어진 것은 3시 25분 무렵부터입니다. 여러 과 의사를 불러 수혈과 기관삽관을 했지만, 주사 자리마다 멍이 들고 피가 멎지 않는 범발성혈액응고장애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 산모는 저녁 7시 무렵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숨진 것은 이틀 뒤 새벽입니다. 그리고 부검에서는 자궁 안벽에 태반 조직 일부가 붙어 있었고, 양쪽 폐에서 양수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원심이 증거로 받아들인 경과입니다. 원심은 남은 태반 조각 탓에 자궁이 수축하지 않아 생긴 다량 출혈을 사인으로 보았습니다. 태반 조각을 남긴 채 제때 자궁적출 같은 처치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 원심이 본 과실입니다.

또 원심은 양수전색증으로 숨졌다는 변호인 주장도, 자궁출혈보다 호흡곤란이 앞서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물리쳤습니다. 즉 양수전색증과 응고장애는 출혈 뒤 대량 수혈과 수액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피고인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두 차례의 출혈과 남은 태반 조각 이유 2 (1)

먼저 대법원은 기록의 국내외 문헌과 1심 감정 결과로, 태반 조각이 남았을 때 생기는 출혈부터 살폈습니다. 그 자료대로라면, 분만 뒤 24시간 안에 이런 출혈이 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심한 출혈은 대개 이틀이 지나 1~2주 사이에 늦게 나타나고, 대부분 자궁수축제와 마사지로 나았다는 것입니다.

첫 출혈 약 600cc를 두고는, 태반을 손으로 떼어 내면 저절로 떨어질 때의 두 배쯤 피가 난다는 진술과 감정이 있었습니다. 수축제와 마사지 뒤 출혈이 멎었으므로, 이 출혈을 남은 태반 조각이 부른 과다출혈로 못 박을 근거는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둘째 출혈은 분만 1시간 20분 뒤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사인을 태반 조각으로 적은 부검감정서도, 태반 조각을 산욕기 끝 무렵이나 늦게 오는 출혈의 원인으로 적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분만 직후의 이 출혈은, 그 감정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출혈입니다.

게다가 부검감정서를 쓴 의사는 1심 법정에서 남은 조직의 양을 많게 말했다고 인정하고, 양수전색증이 원인일 가능성도 인정하는 쪽으로 진술을 바꿨습니다. 또 사망진단서를 쓴 의사도 부검으로 양수전색증이 밝혀진 이상 태반 조각 출혈로 숨졌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진술했습니다.

양수전색증의 가능성 이유 2 (2)

판결이 든 산과학 문헌과 감정에서 양수전색증은, 분만 중이나 직후 양수가 손상된 혈관으로 산모 몸에 들어가 혈관을 막는 증상입니다. 호흡곤란이 흔하지만 늘 나타나지는 않고, 응고장애와 자궁 이완을 일으켜 분만 직후 대량 출혈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 부검에서는 폐에서 양수가 나왔고, 폐 부종과 온몸의 자반 같은 소견도 양수전색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산모에게 양수전색증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양수전색증이 생긴 사실이 밝혀진 이상,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하려면 사망이 양수전색증 증상과 관계없이 태반 조각에서 비롯한 출혈 때문임이 증거로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이 판결 이유에 밝힌 잣대입니다.

원심이 든 호흡곤란 이유 2 (2)

원심은 호흡곤란이 출혈보다 먼저 오지 않았다는 점에 기대, 양수전색증이 치료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론을 대법원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 우선 양수전색증에서 호흡곤란이 언제나 앞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 또 3시 30분 무렵 기관삽관과 보조호흡을 한 것으로 보아, 그때 이미 호흡곤란이 있었다고 보이는 대목입니다.
  • 그리고 파수와 분만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양수전색증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고 보였습니다.
  • 3시 25분 이후의 출혈은 이미 응고장애가 나타난 탓이라는 증언이 있었고, 둘째 출혈은 양수전색증에 따른 응고장애 탓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도 나왔습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쓴 수액과 수혈을 다 합해도 응고장애를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인을 속단한 원심 판결요지 · 이유 2 (3) · 3

산과 분야를 전공한 증인들과 감정인, 산부인과 교수는 태반 조각보다 양수전색증 쪽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견해를 냈습니다. 즉 분만 때나 직후 생긴 양수전색증이 응고장애와 자궁 이완을 불러 출혈이 이어지고, 상태가 급히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양수전색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지우고 태반 조각 출혈을 사인으로 단정할 길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인을 속단한 채 태반 조각에 관한 과실을 받아들인 원심에는 채증법칙 위반이 있고, 그 위반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원심판결은 깨졌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대법원이 스스로 판결을 새로 선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인을 정한 원심의 증거 판단이 채증법칙에 어긋났다는 것이 파기의 까닭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은 부검에서 드러난 양수전색증을, 사인을 정할 때 비켜 갈 수 없는 사실로 다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양수전색증에서 호흡곤란이 늘 앞서지는 않는다는 문헌과 감정을 받아들였습니다.

부검 전에 쓴 사망진단서의 사인은, 그 의사가 법정에서 양수전색증 쪽 견해를 밝히면서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출혈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따졌습니다. 예를 들어 분만 1시간 20분 뒤의 출혈은, 기록의 문헌이 말한 늦은 출혈과 때가 맞지 않는 출혈입니다.

그리고 부검에서 폐에 양수가 들어간 흔적이 나온 것이, 원심과 다른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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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22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