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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수술 뒤 산후출혈 대비와 책임 제한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양수과다증과 태반유착이 있던 산모가 분만수술 뒤 산후출혈로 숨진 사건을 다룬 판결로, 함께 보실 물음은 합병증을 내다본 의사가 어디까지 대비해야 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그 상태로 보아 산후출혈 등 합병증이 올 수 있음을 내다볼 수 있었는데도, 대비한 관찰과 검사를 소홀히 한 채 수련의 등에게 대비하라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지시 없이 곧장 퇴근한 담당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다만 출혈이 급격히 진행했고 산모의 위험 요인이 많았다는 사정으로 책임을 50%로 줄인 판단에도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7. 8. 22.
사건
96다43164 · 민사
결론
원고와 피고들(산부인과 과장 · 병원)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산모가 숨진 뒤 원고가 분만을 맡은 산부인과 과장과 그 병원의 책임을 다툰 사건입니다. 먼저 원심이 기록에서 인정한 경과부터 봅니다.

  • 산모는 양수과다증으로 숨이 차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장은 그 상태를 보고 유도분만을 하기로 해 오후 5시 무렵 시작했고, 밤 11시 무렵 2.18kg 가량의 아이를 받았습니다. 아이에게는 여러 선천성 기형이 있었다는 점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태반이 저절로 나오지 않자 과장은 태반유착으로 보고 손으로 태반을 떼어 냈습니다. 태반이 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자궁 안을 긁어 남은 태반을 거의 없앴지만, 자궁 깊이 박힌 일부(감입태반)는 다 떼지 못했습니다.
  • 그리고 시술을 마칠 무렵 산모는 마취에서 다 깨지는 않았으나 자극에 반응했고, 질 출혈도 없어 괜찮아 보였다는 것입니다. 또 과장은 함께한 수련의 등에게 이완성 자궁출혈 · 양수색전증 · 유착태반에 따른 출혈 · 감염의 가능성을 설명했고, 상태를 지켜본 뒤 항생제와 자궁수축제를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 그 뒤 과장은 산모를 분만실에 둔 채 바로 퇴근했습니다.

그다음 경과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 혈압은 아이를 낳은 직후 130/100mmHg였다가, 시술이 끝나기 전 100/60mmHg로 내려갔습니다. 경과 일지에는 회음 봉합 뒤 중간 정도의 자궁출혈이 있었다고 적혔습니다.
  • 자정과 그 30분 뒤에는 90/50mmHg였고, 다시 20분쯤 뒤 산모는 구토를 하고 침상이 젖을 만큼 하혈을 하기에 이릅니다. 혈압은 70/40mmHg까지 내려갔고, 어지럽다며 얼굴이 하얘진 뒤 혼수에 빠졌습니다.
  • 그 무렵 당직 수련의 등이 심장박동을 돕는 약을 쓰는 등 처치를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신선한 혈액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아 첫 수혈은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나서야 이뤄진 것입니다.
  • 가족의 연락을 받고 나온 과장이 자궁적출술을 했지만, 산모는 깨어나지 못하고 5일여 뒤 숨졌습니다.

원심은 사망 원인을 양수색전증보다 분만 뒤 심한 출혈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과장과 당직 의료진의 과실이 겹쳐 산모가 숨졌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책임은 50%로 제한했다는 것이 원심의 결론입니다. 원고와 피고들이 모두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사망 원인을 가린 사실 이유 1

원심이 사망 원인을 가린 근거는 여러 가지입니다.

  • 우선 양수색전증은 산모 3천 명에서 5만 명에 1명꼴로 생기는 드문 병이라고 했고, 그 대표 증세인 호흡곤란이 혼수에 빠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산모에게는 산후출혈의 주된 원인인 이완성 자궁출혈을 부르는 양수과다증과 유착 · 감입태반이 있었고, 태반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 혈압이 두 시간 반 사이 130/100에서 70/40mmHg로 떨어졌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분만 전 11.5에서 7.3g/dl로 급히 내려갔다는 점입니다.
  • 당직 수련의들도 산후출혈로 보고 처치했고, 과장이 한 자궁적출술도 산후출혈의 적극적 치료법이었습니다. 산모가 숨진 것은 수술 뒤 5일여가 지나서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록에 비추어 이 사실인정과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합병증을 내다본 의사의 대비 판결요지 · 이유 1

원심은 과장이 수술 뒤 산모의 상태로 보아 산후출혈 같은 합병증을 이미 내다봤거나 내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 원심의 판단입니다. 실제로 과장 스스로도 이 소송에서 이완성 자궁출혈 · 양수색전증 · 유착태반 출혈 · 감염의 가능성을 줄곧 내세웠습니다.

그런데도 과장은 신선한 혈액을 마련해 두거나 수술 뒤 경과와 합병증에 대비한 관찰 · 검사를 소홀히 한 채, 수련의 등에게 가능성과 대비하라는 말만 남기고 구체적인 지시 없이 곧장 퇴근했다고 원심은 보았습니다.

그래서 산후출혈을 빨리 알아채지 못해 산모가 신속하고 알맞은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사실오인, 심리미진, 이유모순, 의료과오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고 했습니다.

책임을 절반으로 줄인 사정 이유 2

판결은 책임을 줄이는 사유나 과실상계 사유와 그 비율은 사실심이 정할 일이고, 형평에 견주어 현저히 불합리할 때만 달리 본다고 했습니다.

원심은 이 산모의 산후출혈이 급격히 생겨 빠르게 진행했으니, 의사들이 최선을 다했어도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산모가 양수과다증 · 전치태반 등 다른 임산부보다 산후출혈 같은 합병증을 부를 요인을 많이 가졌다는 점도 더해집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를 들어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부검을 하지 않은 사정 이유 2

원심은 사망 원인을 밝힐 부검이 원고 쪽 요구로 시행되지 않은 점도 책임 제한 사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 점을 빼더라도 50%로 제한한 것은 정당하니, 그 흠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고와 피고들 어느 쪽 상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사망 원인은 원심이 증거로 가린 것이고, 대법원은 그 사실인정을 수긍한 것입니다. 양수색전증 여부를 대법원이 의학으로 새로 가리지는 않았습니다.
  • 부검을 하지 않은 사정이 책임 제한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라는 한마디에 그쳤습니다. 다만 이를 빼고도 50%가 정당한지만 본 것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산모가 가진 위험 요인은 판결의 두 자리에 나옵니다. 사망 원인과 합병증을 내다볼 수 있었는지를 가리는 자리, 그리고 배상 책임을 줄이는 자리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원심도 시술을 마칠 때 산모가 자극에 반응하고 질 출혈이 없었던 점, 과장이 수련의들에게 합병증 가능성을 설명하고 관찰과 투약을 지시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과실은 혈액 준비와 대비한 관찰 · 검사 없이, 그 설명을 넘어 구체적인 대비를 지시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데서 찾은 것입니다.

출혈이 급격히 진행해 최선을 다했어도 결과를 피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 산모의 위험 요인이 많았다는 점이 책임을 절반으로 줄이는 사정이 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사망 원인은 드문 양수색전증보다 분만 뒤 심한 출혈로 판단됐습니다. 호흡곤란이 없었던 점과 혈압 · 헤모글로빈이 떨어진 흐름이 그 근거입니다.

또한 원고 쪽 요구로 부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책임을 줄이는 사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대법원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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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4316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