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신장을 떼던 중 굵은 정맥이 찢어져 남은 뇌손상, 병원이 다른 원인을 대지 못하면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결핵으로 기능을 잃은 오른쪽 신장을 떼던 중, 바로 옆 굵은 정맥이 찢어져 피가 크게 쏟아졌습니다. 수술을 마친 환자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뇌손상과 시각 기능 이상이 남았습니다. 병원에 배상을 지운 원심 결론은 대법원을 지나서도 그대로였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6. 12. 10.
사건
96다28158 · 민사
결론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환자와 가족이 원고, 병원 주인인 학교법인이 피고 자리에 섰습니다.

  • 환자는 폐결핵과 신결핵 진단 뒤 2년 넘게 결핵약을 먹었지만 균이 계속 나왔고, 오른쪽 신장은 기능을 잃은 상태로 진단돼 떼어 내기로 했습니다.
  • 수술 전 검사에서 예전 폐결핵 흔적 말고는 혈압, 맥박, 의식 등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 의사 넷이 옆구리를 열어 보니 신장이 둘레 조직과 심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이를 떼어 내고 신장을 들어냈습니다.
  • 출혈이 이어지며 혈압이 갑자기 떨어졌고, 그제야 하대정맥에 1.5cm가량 찢어진 곳이 확인됐습니다.
  • 마취를 멈추고 거즈로 눌러 지혈하며 혈관 수술을 맡는 의사를 불러 꿰맸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얼마 뒤부터 수혈했지만, 몸 안 혈액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가 쇼크 수준의 혈압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 수술 뒤 대화와 사물 알아보기가 어려워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저산소성 뇌증에 따른 기질성 장애와 시각유발전위 기능부전이 진단됐습니다.

원심은 오래 앓은 결핵으로 신장이 정맥에 들러붙었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출혈에 대비한 채 조심스럽게 떼었어야 했다며 수술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고, 병원 쪽은 이 판단 전부를 상고로 다퉜습니다.

법원이 본 것

원심이 인정한 사실 이유 둘째 문단

대법원은 원심이 증거로 확정한 수술 경과와 진단 경위는 옳다고 보았습니다.

누가 무엇을 증명하나 판시사항 · 판결요지 · 이유 셋째 문단

환자는 진료의 일부만 보고, 결과를 낸 기법은 의사가 고르며, 어디서 잘못됐는지는 의사가 아니면 가려내기 어렵다는 사정을 이 판결도 앞세웠습니다.

그러니 환자 측이 상식선에서 드러나는 잘못을 보이고, 진료 앞서 그 결과를 낳을 몸의 흠이 없었다는 것처럼 진료 바깥의 원인이 낄 자리가 없음을 보이면 증명의 무게가 옮겨 간다고 했습니다.

그때 병원 쪽이 환자의 특이체질처럼 전혀 다른 원인에서 결과가 왔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는 미루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어 보면 이유 셋째 문단

  • 신장이 정맥에 들러붙었을 가능성이 높아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수술이었습니다.
  • 그런데 피가 많이 흐르는 하대정맥에 이런 수술에서 보통은 생기지 않을 만큼 큰 열상이 났습니다.
  • 대출혈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상당 시간 뇌에 산소가 모자란 상태가 된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는 열상에 맞춘 효과적인 지혈과 수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으로 읽었습니다. 뇌손상을 달리 설명할 특단의 사정은 기록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원 쪽이 든 다른 원인 이유 셋째 문단

병원 쪽 항변은 셋이었습니다. 지금 의학으로 막을 길이 없는 열상이다, 어차피 따라오는 합병증이다, 결핵으로 상한 혈관이나 타고난 혈관 이상 탓이다. 대법원은 셋 중 어느 것도 기록 속 자료로 받쳐지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이유는 달라도 결론은 이유 넷째 문단

원심이 짚은 사전 대비, 늦은 발견, 수혈 준비 대목에 흠이 있다 해도 결과는 같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 길은 원심과 조금 달랐지만, 병원 쪽에 사용자로서 배상을 지운 결말은 옳다고 본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원심이 따로 짚은 사전 대비 · 발견 · 수혈 준비 하나하나가 과실인지는 결론과 상관이 없다며 대법원이 따로 저울질하지 않았습니다.
  • 손해의 범위와 액수는 상고이유에 들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은 환자에게 오래된 지병이 있었는데도 인과를 미루었습니다. 지병이 결과를 불렀다는 주장은, 그 주장을 하는 쪽이 자료로 받쳐야 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유착 가능성이 높은 수술이라는 사정은 책임을 덜어 주기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쪽으로 읽혔습니다.

피할 수 없는 합병증이라는 항변은, 그것을 뒷받침할 의학 자료가 기록에 있을 때 무게를 가졌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수술 전 검사가 정상이었다는 기록과, 수술 중 혈압 · 출혈 경과가 인과를 미루는 바탕이 됐습니다.

열상 자체만이 아니라, 그 뒤 피를 멈추고 수혈한 때가 늦지 않았는지도 법원의 저울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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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2815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