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합의 · 통지

수술 뒤 새 증세를 두고 맺은 합의와 착오 취소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다툼을 끝내려고 맺은 합의는 그 다툼의 대상을 착오로 내세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축농증 수술 뒤 뇌종양 등 새 증세를 겪은 환자와 수술한 의사가 책임을 다투다 매달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는데, 의사는 뒤에 증세가 수술과 관계없다며 합의의 효력을 다퉜습니다. 이에 상고심은 그 다툼을 끝내려던 합의라서 그 점을 착오로 내세워 취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5. 10. 12.
사건
94다42846 · 민사
결론
의사의 상고를 기각

무엇을 다퉜나

다툰 것은 그 합의를 착오 등을 이유로 되돌릴 수 있느냐입니다. 소를 낸 사람은 수술을 받은 환자이고 상대는 그 수술을 한 이비인후과 의사로, 환자가 구한 것은 합의서에 적힌 약정금입니다.

  • 먼저 환자는 축농증을 앓다가 이 의사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그 뒤 뇌종양 같은 증세가 새로 나타났습니다.
  • 그러자 양쪽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손해를 어떻게 메울지를 두고 다투다 1990년 1월 합의서를 썼습니다. 이때 합의서에는 매달 생활비를 주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 반면 의사는 합의가 무효이거나 사기 · 강박 · 착오로 취소돼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수술과 지금의 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니 합의도 효력이 없다는 주장까지 낸 셈입니다.

그러나 원심은 이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생활비는 환자가 사회활동에 돌아가 정상적인 수입을 얻을 때까지 주기로 한 것이라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의사 쪽이 상고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본 것

합의의 효력을 다툰 주장들 이유 1

대법원은 합의가 무효이거나 사기 · 강박 · 착오로 취소된다는 의사의 주장들을 물리친 원심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또 생활비 지급 기간을 처분문서인 합의서에서 읽어 낸 원심의 해석도 받아들인 것입니다.

한편 환자가 고소하고 소송을 내 합의가 풀렸다거나 약정금 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은, 원심까지 내지 않은 새 주장이라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기록에 비추어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화해계약이 여는 새 법률관계 판결요지 가 · 이유 2

양쪽의 합의는 법적 성질로 보면 화해계약입니다. 이때 화해계약이 서면 따로 사정이 없는 한 앞선 법률관계에 터 잡은 권리와 의무는 사라지고, 예전 관계가 어땠는지를 묻지 않고 계약에서 새 관계가 생긴다고 대법원은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었더라도, 그 착오가 당사자의 자격이나 분쟁 밖의 일이 아니라 다툼의 대상인 법률관계 그 자체에 관한 것이면 취소할 수 없다는 앞선 판결들의 법리를 그대로 따랐습니다(92다25335 · 92다589).

수술 뒤 증세를 두고 맺은 합의 판시사항 나 · 판결요지 나 · 이유 2

대법원은 수술 뒤 새로 생긴 증세의 책임과 손해를 두고 다투다 그 다툼을 끝내려고 합의했다면, 수술과 증세의 인과관계나 의사의 귀책사유가 있었는지는 다툼의 대상 그 자체여서 그것이 없었다는 이유로 합의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원심 이유 가운데 바로잡은 대목 이유 2 끝

원심은 수술과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따져 본 뒤 합의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원심이 인과관계가 없거나 수술 전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의사가 합의를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적은 것은, 대법원이 잘못이라고 짚은 대목입니다.

다만 그 대목은 덧붙인 판단일 뿐이어서, 합의가 무효라는 주장을 물리친 원심의 결론까지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먼저 수술과 증세 사이의 인과관계나 의사의 책임 유무는 결론을 가르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은 그에 관한 판단을 따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 또 합의 때 예상할 수 없던 손해가 뒤에 생긴 경우는 이 판결이 다룬 물음 밖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판결은 합의가 무엇을 끝내려던 것이었는지를 먼저 보고, 그 범위 안의 다툼은 합의로 닫힌 것으로 다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이 든 법리는 합의한 당사자 누구에게나 미치는 화해계약의 효력이었습니다.

이때 생활비를 언제까지 줄지는 합의서 문구로 정해졌고, 원심은 그 문구를 환자가 정상적인 수입을 얻을 때까지로 읽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합의로 끝낸 다툼이 인과관계와 책임 유무였다면, 대법원은 그 점을 다시 들어 합의를 되돌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환자 쪽이 청구한 것은 합의서에 적힌 약정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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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4284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