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02. 10. 22.
- 사건
- 2000다65666 · 민사
- 결론
- 상고 기각
무엇을 다퉜나
서해안의 한 화력발전소는 1983년 3월 가동을 시작하면서 발전기를 식힌 온배수를 바다로 내보냈는데, 그 양은 발전량이 늘면서 해마다 조금씩 많아졌습니다.
한편 발전소에서 2~7km쯤 떨어진 만에서는 어민들이 김을 길렀습니다. 김은 낮은 수온에서 자라는 생물이라서, 수온이 오르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 1987년 11월, 그 해역 김 양식 어민들은 발전소 쪽에서 손해배상금을 받으며 앞으로 영구히 그 해역 김 양식 피해를 원인으로 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사건 어민 가운데 일부도 그 합의의 당사자입니다.
- 그 뒤 1993년산 김의 1책당 수확량은 자연조건이 비슷한 대조 지역의 21.4%에 그쳤습니다.
- 그러자 발전소 쪽은 물어 줄 채무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냈고, 어민 153명은 반소로 1993년산 김 피해의 배상을 구한 것입니다.
원심은 온배수가 밀물 때 하루 6시간씩 어장으로 흘러들어 수온을 올렸고, 그래서 수확이 크게 줄었다고 보았습니다. 또 발전소 쪽이 이를 뒤집을 반증을 내지 못했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앞선 포기 합의는 이번 손해에 미치지 않는다고 했고, 자연적 요인을 들어 배상액을 어장에 따라 피해액의 80% 또는 70%로 줄인 것입니다. 결국 상고는 발전소 쪽이 냈습니다.
법원이 본 것
공해 소송에서 누가 증명하나 판결요지 [1] · 이유 1
불법행위 소송에서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원래 청구하는 피해자가 증명합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으로 생긴 공해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그 짐을 덜어 주었습니다.
- 먼저 원인물질이 물을 매체로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의 과학으로도 밝히지 못하는 분야가 있어, 인과의 고리를 하나하나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기가 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피해자에게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면, 공해 피해의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 또 가해 기업은 원인을 조사하기가 기술적 ·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쉬운 경우가 많고, 원인을 감출 염려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업이 유해한 원인물질을 내보냈고 그것이 피해 물건에 닿아 손해가 났다면, 무해하다는 것을 배출한 쪽이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81다55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온배수와 김 수확 감소의 인과관계가 증명됐다는 원심 판단도, 이 취지와 같아 그대로 섰습니다.
글자로는 일체 포기여도 판결요지 [2] · 이유 2
발전소 쪽은 1987년 합의로 어민들이 김 양식 피해의 청구권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원심은 합의서 글자보다 그때 양쪽이 그린 손해의 크기를 보았고, 대법원은 이 읽기가 옳다고 했습니다.
권리포기조항이 글자로는 나머지 청구권을 모두 버린다고 되어 있어도, 뒤에 생긴 손해가 처음 그린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그때 예측한 손해만 포기한 것으로 좁혀 읽는 것이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읽으려면 세 사정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양쪽이 손해의 대체적인 범위를 말없이 전제하고 합의했어야 합니다.
- 뒤에 생긴 손해가 그 범위를 현저히 넘을 만큼 중대해, 처음 손해금과 견주면 심히 균형을 잃을 정도라는 것이 둘째 사정입니다.
- 합의의 경위 · 내용 · 시기와 그 밖의 사정을 다 헤아려도, 처음 합의로 뒤 손해까지 덮게 하는 것이 신의와 공평을 거스르는 경우여야 합니다.
실제로 원심은 1987년 합의 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온배수 배출량의 증가와 피해 지역의 확대를 들어, 이번 청구가 합의 때 예상하지 못한 추가 손해의 배상이라고 보았습니다.
포기 조항의 효력을 두고 원심이 사실을 잘못 보거나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법원의 답이었습니다.
자연적 요인과 손해액 이유 3 · 4
원심은 어장 주변 자연환경, 어장의 노후성, 지리적 조건, 그때의 기상처럼 어느 쪽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자연적 요인을 들어 배상액을 줄였고, 이 책임 제한도 상고심에서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손해액은 그전 10년의 평균 수확량으로 정상 예상량을 잡고, 1993년산 감소율 74.1%로 피해량을 낸 뒤 경비 등을 감안한 비율을 곱해 셈했습니다. 경비를 빼지 않았다는 발전소 쪽 주장도 물리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의료사고 판결이 아닙니다. 인과관계 증명을 덜어 준 판결요지 [1]은 대기 · 수질 오염 공해 소송을 두고 한 말입니다.
- 1987년 합의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한 판결이 아닙니다. 합의는 그대로 두고, 그 포기 조항이 미치는 범위만 좁혀 읽었습니다.
- 앞선 합의 때 받은 돈을 이번 배상액에서 어떻게 다룰지는, 대법원 판결 이유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대목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포기 조항의 넓이는 합의서의 글자만이 아니라, 그때 양쪽이 내다본 손해와 뒤에 실제로 생긴 손해의 차이로 정해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좁혀 읽는 길은 세 사정이 함께 있을 때만 열립니다. 반면 합의 때 예측한 손해에는 포기 조항이 그대로 미칩니다.
법원은 합의의 경위 · 내용 · 시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무엇을 손해로 내다봤는지가 뒤에 범위를 가르는 바탕이 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일체 포기 합의 뒤라도 손해가 처음 그린 범위를 크게 넘어 균형을 심히 잃었다면, 그 몫을 다시 청구한 길을 대법원이 수긍했습니다.
다만 손해가 커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합의 때 내다볼 수 없던 추가 손해여야 했습니다.
이 판결을 다룬 글
합의 · 통지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 본인의 합의와 부모의 위자료, 합의 뒤 더 받을 몫대법원 99다7046
- 합의 뒤 생긴 손해는 다시 청구할 수 있나, 의료사고 합의 뒤에 받은 수술 하나대법원 90다16078
- 조정 뒤 합의서, 처벌불원은 누가 전했나대법원 2017도8989
출처 ·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0다6566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