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합의 · 통지

합의 뒤 생긴 손해는 다시 청구할 수 있나, 의료사고 합의 뒤에 받은 수술 하나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합의 뒤에 생긴 손해를 다시 청구할 수 있는지는, 그 손해가 얼마나 예상 밖이고 중대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부터 보시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왕절개 뒤 감염으로 개복수술까지 받은 산모와 가족이 병원과 합의했는데, 몇 달 뒤 장유착으로 수술을 한 번 더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그 수술의 손해가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만큼 예상 밖이고 중대한 손해는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1. 4. 9.
사건
90다16078 · 민사
결론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먼저 산모는 1987년 2월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퇴원 뒤 수술 상처가 감염돼서, 같은 의원에서 상처를 열어 고름을 짜내는 간단한 시술을 받고 통원 치료를 이어 간 것입니다.

  • 경과가 좋지 않자 산모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는데, 그곳의 시험 개복수술에서 배 안에 농양이 있었습니다. 그 농양으로 S자 대장에 구멍까지 난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 그래서 농양을 빼내는 수술과 함께 대장 조루술을 받았고, 뒤이어 조루 복원술과 충수돌기 절제술을 받은 다음 퇴원했습니다.
  • 그 뒤 1987년 5월, 처음 의원의 의사와 산모 · 가족 사이에 이 의료사고의 손해배상 합의가 이루어졌고 합의금이 모두 지급됐습니다.
  • 하지만 그해 10월, 개복수술의 후유증으로 소장이 들러붙어 장이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서 유착박리술을 다시 받게 됩니다.

이에 산모와 가족은 두 의료기관에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들은 합의가 옮겨 간 병원 의사가 개복수술 뒤 다른 후유증은 없으리라고 속여 그의 중재로 이루어졌으니 취소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예상할 수 없던 후유장애의 손해에는 합의가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산모가 평생 채소와 고기를 먹지 못하는 몸이 됐다는 것이 이들 주장입니다.

반면 원심은 속였다거나 착오가 있었다거나, 유착박리술 뒤에도 장이 막히는 증상이 낫지 않아 후유장애가 남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 대부분의 개복수술 뒤에는 장유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원심은 이를 미리 막을 방법도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 농양 수술 때 이미 소장과 대장 일부가 들러붙어 있었지만 병적인 소견은 없었고, 장폐쇄는 그 뒤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생긴 것입니다.
  • 유착박리술 뒤로는 새로 장이 막혀 치료받은 일이 없고, 복부 엑스선과 소장조영술에서도 남은 장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체중은 수술 전보다 7kg쯤 늘어서 영양 상태가 좋았습니다.

법원이 본 것

포기 합의와 그 예외 판결요지 가 · 이유 2

대법원은 먼저 원칙을 밝혔습니다. 즉 불법행위 손해배상에서 피해자가 일정한 돈을 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뒤 그보다 큰 손해가 생겼다고 해서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외는 좁게 열었습니다. 합의가 사고 뒤 얼마 안 되어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 이루어졌고, 뒤 손해가 그때 사정으로는 예상할 수 없었으며 알았다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으리라 볼 만큼 중대해야 그 몫을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손해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 당사자의 뜻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입니다.

이 사건의 뒤 손해 판결요지 나 · 이유 2

그렇다면 이 사건의 뒤 손해는 어디까지일까요? 원심이 확정한 사실로는, 산모의 후유증 손해는 장유착으로 유착박리술을 받은 손해까지입니다. 장폐쇄가 낫지 않아 장애가 남았다는 주장은 원심이 증거로 물리친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합의에 이른 경위, 합의 때와 유착박리술 뒤의 증상, 그리고 금액을 함께 견주었습니다.

  • 합의금은 옮겨 간 병원에서 농양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까지 든 치료비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 반면 유착박리술의 치료비는 그 합의금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결국 이를 모두 살피면, 유착박리술의 손해는 합의 때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알았다면 합의하지 않았으리라 볼 만큼 중대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원심의 설시에 미흡한 데가 있어도, 같은 취지에서 원고들 주장을 배척한 결과는 옳다는 판단입니다.

한편 원고들이 든 1970년 판결(70다1284)은 「이 사건에 적절한 판례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처음 의원의 제왕절개나 감염 처치를 두고 과실 여부를 가린 판결이 아니라, 합의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만 판단한 판결입니다.
  • 합의를 속임이나 착오를 이유로 되돌릴 수 있는지는 원심이 그런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한 데서 끝났고, 대법원도 그 사실인정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 장애가 남아 평생 식사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지는, 판결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합의 뒤 수술을 한 번 더 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수술의 손해가 합의 때 그림을 뒤집을 만큼 컸는지를 법원은 금액과 경과로 따진 셈입니다.

의료인이라면

합의 뒤 생긴 손해라도 그때 내다볼 수 있었거나 중대하지 않다면, 합의는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또 개복수술 뒤 장유착은 대부분 생길 수 있고 미리 막을 수 없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이, 합의의 효력을 받치는 바탕이 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사고 직후 범위를 알기 어려울 때 한 합의라면, 그때 예상할 수 없던 중대한 손해는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손해가 합의금에 견주어 얼마나 큰지, 장애가 실제로 남았는지도 법원이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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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