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경추 수술 뒤 사지 부전마비와 인과관계의 추정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환자 쪽이 무엇을 밝히면 인과관계가 추정되는지, 그리고 진료기록을 고친 행위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목 디스크를 고치려고 받은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사지 부전마비가 와 영구적으로 남았습니다. 이때 최종 진단된 자리가 수술한 자리와 같고 다른 원인을 알리는 앞선 증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원심은 수술 과정의 잘못으로 마비가 왔다고 추정했고 대법원도 이를 옳게 보았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5. 3. 10.
사건
94다39567 · 민사
결론
피고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수술한 의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다툰 것은 수술 직후 생긴 마비를 수술 과정의 잘못으로 추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원고는 환자 등 셋이고, 피고는 수술한 신경외과 의사와 병원의 운영자인 학교법인 둘입니다.

  • 먼저 환자는 몇 해 전부터 목 통증과 오른팔로 뻗치는 통증 · 저림이 있었고, 오른쪽 위팔 뒤쪽 근육(삼두박근)도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 신경외과 진찰에서는 제6-7 경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됐는데, 제5~7 경추 사이에서 뼈 돌기(골극)가 보였고 후종인대 골화증도 의심됐습니다. 이에 환자는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입원한 것입니다.
  • 하지만 수술한 의사는 물리치료로는 낫기 어렵다고 보고 전방경추융합술을 했습니다. 목 앞쪽을 절개해 제6 · 7 경추 사이의 추간판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환자의 골반뼈에서 떼어 낸 뼈 조각을 넣는 수술입니다.
  • 그런데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나면서부터 하반신 완전마비 등 사지 부전마비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CT를 찍고 다시 수술했지만, 이식한 뼈의 위치에는 이상이 없었고 마비를 부를 원인도 찾지 못했습니다. 척수 앞에 엉긴 피를 걷어 냈으나 척수를 누를 만한 크기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 결국 마비는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남았는데, 최종 진단명은 제6 · 7 경추 부위의 척수위축증, 곧 혈류 부족을 동반한 국소적 위축이었습니다. 한편 수술 전에 진단된 골화증은 갑작스러운 척수병변의 원인이 되지 않고, 척수공동증처럼 척수병변을 일으킬 만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원심은 척수위축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원인으로 외과 수술 같은 외상성, 세균감염, 탈수초성, 혈관성, 원인불명의 다섯 가지를 듭니다. 세균감염은 고열, 탈수초성은 눈이 안 보이는 증상, 혈관성은 전신 홍반 같은 앞선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고 했는데, 환자에게는 이런 증상이 없었던 것입니다.
  • 또 척수에 피를 대는 전면척수동맥과 이어지는 신경근동맥이 눌리면 동맥 경련이나 혈전이 생겨 척수병변이 올 수 있고, 수술 중 외과적 원인으로 척수나 전면척수동맥이 다치면 운동마비 · 감각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심은 수술한 의사의 수술상 과실을 인정했고, 의사 본인과 그를 쓴 학교법인 모두가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피고들이 상고했는데, 그 이유는 셋입니다.

  • 사실 인정과 인과관계 추정이 옳은가
  • 잠재 질환으로 생긴 불가항력이라는 주장을 물리쳐도 되는가
  • 진료기록에 고친 흔적이 있는 것을 수술상 잘못을 추정하는 자료로 쓴 것이 옳은가

법원이 본 것

증명을 덜어 주는 조건 판결요지 가 · 이유 1 나

대법원은 원칙부터 적었는데, 의료 과실의 책임은 주의의무를 어긴 것과 손해가 생긴 것,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며, 이 세 가지는 책임을 묻는 환자 쪽이 밝혀야 합니다.

다만 의료는 깊은 의학 지식을 요구하고, 진료 과정은 대개 환자가 일부만 알고 나머지는 의사만 압니다. 게다가 결과를 내는 기법도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에서 손해가 왔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빈틈없이 밝히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처럼 치료 도중 사지 부전마비가 생겼다면, 환자 측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보아도 잘못이라 할 의료 행위를 밝히고, 의료 행위 말고 마비를 부를 원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음을 증명하면 그때는 인과관계를 추정해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원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사정으로 판결은, 의료행위를 받기 전 환자 건강에 그런 결과를 부를 결함이 없었던 경우를 들었습니다. 이때 의료 쪽이 결과가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에서 왔다고 증명하지 않으면 추정이 섭니다. 손해를 공평하고 타당하게 나누려는 배상 제도의 이상에 맞는다는 것이 까닭이었습니다(93다52402).

이 사건의 경과 판결요지 나 · 이유 1 나

대법원이 보기에 원심의 사실 인정에 채증법칙을 어긴 잘못은 없었습니다. 마비는 수술 직후 나타났고, 최종 진단 부위가 수술 부위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 수술 앞뒤로 마비를 부를 만한 다른 특별한 원인이나 증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다섯 원인 가운데 세균감염 · 탈수초성 · 혈관성은 저마다의 앞선 증상이 없어서, 외상성과 원인불명 둘만 남는 셈입니다. 여기에 동맥이 눌리거나 척수가 수술 중 다치면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의학 사정이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수술한 의사가 수술 기구 등으로 전면척수동맥이나 신경근동맥을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손상해 척수의 혈류장애를 불렀거나, 제6 또는 제7 경추 부위 척수를 손상한 잘못으로 마비가 왔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잠재 질환이라는 주장 이유 2

반면 피고들은 마비가 수술 과실이 아니라, 환자 몸에 잠재해 있던 척수 혈류장애로 저절로 왔다고 다퉜습니다. 골화증 같은 퇴행성 질환은 몸 전체의 노화와 함께 오니 동맥경화 같은 드러나지 않은 혈관 질환이 숨어 있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마비는 그때 의학 수준으로는 불가항력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들이 낸 증거로는 이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물리쳤습니다. 대법원도 그렇게 보았고, 원심 감정 결과를 판단에서 빠뜨렸다는 상고 이유에도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진료기록에 남은 고친 흔적 판결요지 다 · 이유 3

진료기록은 의료분쟁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법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의사 쪽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까닭을 상당하고 합리적으로 대지 못하는 한 공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법원은 이 행위를 여러 자료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 불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소송이 시작된 뒤 1심 서증조사 기일에 진료기록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그 진단명 일부가 검은 볼펜으로 덧쓰여 알아볼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쪽이 그 까닭을 상당하고 합리적으로 대지 못했으니 입증방해에 해당하고, 원심이 이를 수술 과정의 잘못을 추정하는 자료의 하나로 삼은 것도 옳다는 것입니다. 결국 피고들의 상고는 이로써 모두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먼저 이 추정은 수술 중 어느 동작 하나로 좁힌 것이 아니라, 두 갈래를 함께 둔 것입니다.
  • 또 고친 기록이 그 자체로 과실을 증명한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이 자유로운 심증으로 쓸 수 있는 자료의 하나로 본 것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시점, 진단 부위, 수술 전 몸 상태, 다른 원인이 남기는 앞선 증상을 한데 맞대 본 뒤에야 법원은 추정에 이르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추정에 앞서, 수술 전 골화증이 갑작스러운 척수병변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과 다른 원인의 앞선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원심 사실로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진료기록을 고친 일이 있으면 그 까닭이 상당하고 합리적이냐가 물어졌고, 까닭을 대지 못한 고침은 입증방해로 평가된 셈입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추정에는 환자 쪽 증명 둘이 먼저였는데, 상식으로 보아 잘못인 의료 행위, 그리고 그 밖의 원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사정입니다.

반대로 병원 쪽이 결과가 전혀 다른 원인에서 왔다고 증명하면 이 추정은 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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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