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원인을 못 짚어도 인과관계는 추정됐다, 다한증 수술 뒤 뇌경색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을 고치려 교감신경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뇌경색이 왔고, 보름 남짓 뒤 환자가 숨진 사건입니다. 원인 물질은 짚지 못했지만 수술 말고는 원인 후보가 보이지 않았고, 대법원은 그 사망을 수술 과정의 잘못으로 미루어 본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그러니 원인을 다 밝히지 못해도 어떤 조건에서 추정이 서는지부터 보시면 됩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5. 2. 10.
사건
93다52402 · 민사
결론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을 고치려고 1990년 7월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수술 전 검사를 마쳤습니다. 또 다한증 말고는 특별한 병 없이 지내 왔고, 수술 전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으니, 수술 전까지는 건강했던 셈입니다.

  • 수술 전 집도의에게서 들은 설명은, 아주 드물게 하지마비가 올 수 있고, 기흉이나 얼굴에 땀이 나지 않는 일 · 눈동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아직 의학이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 뒤 수술은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첫째 · 둘째 흉추 안쪽에서 손으로 가는 교감신경을 자르는 방식이었습니다.
  • 그런데 병실에 온 뒤 의식을 찾지 못했고, 오후 4시 45분쯤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이 시작됐습니다. 가족이 담당 간호사에게 알렸지만, 당직의가 항경련제를 쓴 것은 오후 9시 전신경련이 온 뒤의 일입니다.
  • 그 뒤 집도의는 연락을 받고 밤 11시쯤 병원에 왔고, 환자는 자정을 넘겨 중환자실로 옮겨져 기관삽관과 인공호흡을 받았습니다.
  • 사흘 뒤 뇌 CT에서 뇌간과 소뇌 쪽 뇌경색이 보였고, 환자는 수술 17일 뒤 숨졌습니다.

먼저 수술 전 검사는 충분했다는 것이 원심 판단입니다. 또 마취와 X선 촬영 같은 준비를 연락이 닿는 상태에서 다른 전문의 · 전공의에게 맡긴 것도 환자를 방치했다고 볼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중 뼈에 지혈용 왁스를 수시로 발라 출혈과 공기 유입을 막은 점을 들어, 수술 중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경련이 시작되고 4시간이 넘어서야 조치가 이뤄지고, 집도의가 그 뒤에야 환자를 본 것은 제때의 대처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 출혈이 심하면 저혈압으로 뇌 저산소증이나 중추신경계 합병증이 올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인데, 실제 위험을 진지하게 알리지 않고 완치 쪽만 강조해 설명이 부족했다고 보았습니다.
  • 뇌경색을 부른 색전이 무엇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수술과 사망 사이에 따로 원인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원심은 집도의와 그 사용자인 학교법인에 배상책임을 지우되, 환자 쪽 사정을 과실상계로 반영했고, 상고는 집도의와 학교법인이 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원심 표현의 잘못과 결론 이유 2 첫 문단

우선 원심이 사망 원인으로 든 과실을 인정한 데에, 판결에 영향을 줄 채증법칙 위반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원심에 「수련의들에게만 수술을 맡겼다는 등 표현의 잘못」이 있다는 점은 물론 대법원도 인정했는데, 그것이 배상책임을 뒤집을 만한 잘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치료 도중 숨졌을 때의 인과관계 판결요지 가 · 이유 2

책임을 지우려면 원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가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의료의 세 가지 특성을 들어, 그 연결을 환자 쪽이 의학으로 완벽히 밝혀내라는 것은 무리라고 보았습니다.

  • 높은 전문 지식이 드는 영역입니다.
  • 진료 과정은 환자가 일부를 알 뿐, 대부분은 의사가 압니다.
  • 어떤 기법으로 치료 결과를 얻을지는 의사가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치료 중에 숨졌다면, 피해자 쪽이 상식으로 보아도 과실인 행위와 의료행위 아닌 원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을 증명할 때, 결과가 전혀 다른 데서 왔음을 의료를 한 쪽이 밝히지 못하는 한 과실과 사망이 이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시했습니다.

이때 그런 원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예로는, 수술 받기 전부터 그런 결과를 낳을 몸의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 나옵니다.

이 사건에 그 틀을 놓으면, 세 가지가 맞물립니다.

  • 뇌경색은 수술 뒤에 왔고, 수술과 사망 사이를 끊을 다른 원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또 다한증 말고는 앓던 병이 없었고, 수술 전 검사에서도 이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 집도의가 수술 일부를 다른 의사들에게 맡기고 늦게 들어와, 피부와 근육을 절개해 둔 채 기다린 시간이 다소 길었던 점, 수술 뒤 대처가 소홀했던 점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입니다.

결국 이를 합치면 사망은 수술 과정의 잘못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또한 의료 전문가도 아니고 수술에 참여하지도 않은 유족이 과실과 사인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병원 쪽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도 판결에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위자료와 모든 손해 판결요지 나 · 다 · 이유 2

몸에 위험이 미치는 수술 같은 행위라면, 의사는 승낙을 받기에 앞서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병세와 치료의 내용 · 필요, 따를 수 있는 위험을 당시 의료수준에서 알맞은 만큼 알려야 합니다. 즉 환자가 득과 실을 저울질해 받을지 말지 고르게 하는 것이 이 의무의 뜻입니다.

  • 고를 기회를 놓친 아픔만 위자료로 구한다면, 설명이 없었거나 모자랐다는 것을 보이면 충분합니다. 제대로 들었다면 숨지지 않았으리라는 데까지 증명할 일은 아닙니다.
  • 사망에서 비롯된 손해 전부를 구한다면, 설명이 모자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고, 그 설명 부족은 치료 과정의 주의의무 위반에 맞먹을 만큼 무거워야 합니다(93다60953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유족이 구한 것은 손해 전부였습니다. 대법원이 읽기로는, 원심이 설명 부족을 사망의 유일한 원인으로 삼지 않았고, 수술에 이르는 과정의 잘못 가운데 하나로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망이 의료상 과실로 추정되는 이상 원심 결론은 유지됐습니다.

과실상계 비율 판결요지 라 · 이유 3

피해자의 과실이 손해를 낳거나 키웠다면 배상 범위에 반영해야 합니다. 어떤 사유를 과실로 볼지, 몇 할로 할지는 형평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사실심 법원에 맡겨진 일입니다.

실제로 원심은 환자가 부족한 설명만 듣고 수술대에 오른 사정을 과실상계 사유로 들었습니다. 그 비율이 오히려 지나치다면 모를까 모자라 보이지는 않는다며, 비율을 높이자는 상고이유도 받지 않은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뇌경색을 부른 원인 물질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원심도 색전의 정체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으므로, 판결은 추정으로 책임을 물은 셈입니다.
  • 사전 검사와 수술 중 출혈 · 공기 유입 방지 조치에 과실이 있다는 판단은 원심에도 없었습니다.
  • 설명이 모자랐다는 것 하나로 손해 전부를 물린 판결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망이 수술 과정의 잘못으로 추정되는 사건에서 설명 부족을 그 과정의 잘못 가운데 하나로 본 원심 결론을 수긍했습니다.
  • 원심이 정한 과실상계 비율은 대법원 판결 이유에 숫자로 나오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추정은 나쁜 결과 하나로 선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입원 전 건강했다는 점과 수술 말고는 원인 후보가 없다는 점에, 원심이 인정한 수술 중 · 수술 뒤 사정이 더해져 섰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수술 전 검사, 연락이 닿는 채로 마취 · 촬영 준비를 다른 의사에게 맡긴 일, 수술 중 지혈 조치는 원심이 과실로 보지 않은 대목입니다. 다만 늦게 수술에 들어온 일과는 따로 보았습니다.

반면 결과가 전혀 다른 데서 왔다고 의료를 한 쪽이 밝히면 추정은 무너집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사망의 정확한 기전을 짚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책임이 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설명 부족에 대한 위자료라면, 스스로 고를 기회를 잃었다는 점만 보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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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