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회복실의 마취 환자, 자리를 뜨기 전에 정할 사람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회복실의 마취 환자를 누가 지켜볼 의무를 지는가, 이 판결에서는 그 물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진 환자는 30분쯤 뒤 숨이 멎은 채 발견됐습니다. 대법원은 회복 처치를 한 의사에게 과실을 물은 원심과, 그 환자를 넘겨받지 않은 간호사를 무죄로 본 원심을 둘 다 유지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4. 4. 26.
사건
92도3283 · 형사
결론
상고기각

무엇을 다퉜나

피고인은 둘로, 수술 뒤 회복 처치를 한 의사, 그리고 같은 방에서 다른 환자의 회복을 돕던 간호사입니다.

  • 환자는 마취된 상태로 수술을 받고, 의사에게 마취 회복 처치를 받은 뒤 회복실로 옮겨졌습니다.
  • 이때 의사는 환자가 스스로 숨 쉬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왔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간호사에게 확실한 인계나 구체적 지시 없이 환자 곁을 떠난 것입니다.
  • 그 사이 다른 간호사가 의사가 붙여 둔 심전도기를 떼어 냈습니다.
  • 마취 담당 의사가 호흡이 멈춘 것을 발견해 응급처치를 했지만 의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환자는 두 달쯤 뒤 산소 부족으로 생긴 뇌손상으로 숨진 것입니다.

원심 결론은 의사는 유죄, 간호사는 무죄였습니다. 그래서 의사와 검사가 각각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회복 처치를 한 의사가 지킬 것 판결요지 가 · 이유 2

먼저 대법원은 마취 환자가 의식을 찾기 전에는 숨이 멎을 위험이 적지 않다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회복을 맡은 의사라면 수술하는 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부터 알아보고, 그런 일이 있었던 환자는 더 바짝 살피라는 것입니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곁에서 지켜보거나, 떠날 때는 담당 간호사를 정해 상태를 계속 살피도록 맡겨 두어, 이상이 보이는 즉시 응급조치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둘 의무를 회복 담당 의사에게 지웠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의사는 수술 중 경과를 알아보아 회복 처치에 반영하지 않았고, 확실한 인계 없이 곁을 떠났습니다. 이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본 원심에 법리오해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심전도기를 뗀 다른 간호사 이유 2

한편 의사는 다른 간호사가 심전도기를 뗀 일이 사망과의 연결을 끊는다고 다퉜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사가 위 의무를 다했다면 다른 간호사가 함부로 심전도기를 떼지 못했을 테니, 인과관계는 끊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넘겨받지 않은 간호사 판결요지 나 · 이유 3

먼저 간호사는 원래 회복실 담당이 아니었고, 이 환자를 지켜보라는 업무를 넘겨받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자기 환자의 회복 처치에 전념하던 중이라, 호흡이 멈춘 것을 알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셈입니다.

또 회복실에 다른 간호사가 남아 있지 않았던 이 사건에서도 결론은 같았습니다. 즉 그런 간호사에게는 다른 환자의 이상이 눈에 띌 만한 상황에서만 움직일 의무가 생기고, 방 안 모든 환자를 적극적 · 계속적으로 살필 의무까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의사에게 정해진 형은 대법원 판결문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 또 심전도기를 떼어 낸 간호사의 책임도 대법원 판결문에서 따로 다룬 대목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회복실 사고에서 대법원이 먼저 본 것은 그 환자를 누가 맡고 있었느냐였습니다. 같은 방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모든 환자를 지켜볼 의무가 생기지 않았고, 맡은 사람이 떠날 때 다음 사람을 정해 두었는지가 무게를 가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넘겨받지 않은 간호사의 의무를 좁게 잡았습니다. 눈에 띄는 이상이 있을 때 조치하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이 그은 선입니다.

반면 회복을 맡은 의사에게는 곁을 지키는 길과, 담당 간호사를 정해 맡기는 길이 함께 열려 있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마취 회복 중 사고에서는 회복실로 옮긴 때, 누가 넘겨받았는지, 감시 장비가 언제 붙고 떨어졌는지가 기록으로 따져졌습니다.

즉 법원은 회복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니라, 그 환자를 맡은 자리에 있던 사람의 의무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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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4. 4. 26. 선고 92도328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