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설명의무

주사약 부작용도 미리 설명해야 하나, 의식이 돌아온 뒤 다시 쓴 약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주사약도 부작용을 미리 설명해야 하는가, 이것이 이 판결에서 먼저 보실 대목입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스무 살 환자는 의식을 되찾고 퇴원했지만, 1년 5개월쯤 뒤 주사약 부작용으로 넓적다리뼈 머리가 상했습니다. 대법원은 치료상 과실이 없다는 판단은 두되, 부작용을 미리 듣지 못한 데 따른 위자료 청구까지 막은 원심 부분은 깼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4. 4. 15.
사건
92다25885 · 민사
결론
일부 파기환송

무엇을 다퉜나

당사자부터 보면, 소송을 낸 것은 환자 본인과 가족이고, 상대는 대학병원 경영 법인과 그 주사약의 제조 · 판매 회사입니다.

  • 환자는 사고 직후 의식이 없는 위중한 상태로 응급입원했는데, 머리 안 출혈과 뇌부종으로 뇌압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 이때 신경외과 전문의는 응급조치 뒤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며칠 주사했고, 환자는 의식을 되찾게 됩니다.
  • 그 뒤 얼굴 신경 마비가 오자, 이를 치료하려고 같은 약을 다시 엿새 주사했습니다. 다만 투여 때마다 환자나 가족의 승낙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 치료가 잘 돼 퇴원은 했지만, 1년 5개월쯤 뒤 그 약의 부작용으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넓적다리뼈 윗부분에 영양을 대는 모세혈관 순환에 탈이 나 생기는 병)가 나타나 걷는 데 지장이 남은 것입니다.

원심은 투약 자체에 치료상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고,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그 까닭은 치료가 급박해 미리 설명하기 어려웠고, 대신할 치료법이 없어 설명을 들었다 해도 투약에 응했으리라 추정되며, 그런 부작용은 비전형적이고 드물다는 데 있었습니다. 결국 청구를 모두 기각당한 원고들이 상고한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주사약도 몸에 손대는 일 판결요지 가 · 이유 1 나

먼저 대법원은 수술만이 아니라 치료를 위해 약을 넣는 것도 몸에 대한 침습이라고 했습니다.

급박한 때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의사는 승낙을 얻기에 앞서 증상, 치료 방법과 내용, 필요성, 예후, 생명 · 신체에 미칠 수 있는 위험과 부작용처럼 결정에 중요한 것을 미리 알려, 맞을지 말지를 환자 스스로 고르게 해야 합니다.

설명을 건너뛰고 승낙 없이 약을 넣었다면, 치료 자체는 잘못이 없어도 위법하다는 것이 이 판결의 첫 잣대입니다. 이때 침해되는 것은 환자의 승낙권이라고 보았습니다.

의식이 돌아오기 전과 뒤 이유 1 다 (1) · (2)

우선 생명이 위독해 의식이 돌아오기 전에 쓴 약은, 미리 설명할 수 없는 긴급한 경우라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을 옳다고 했습니다.

반면 의식을 되찾은 뒤의 투약은 달리 보았고, 그 까닭은 아래 셋입니다.

  • 설명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긴급했다고 볼 근거가 없었다.
  • 이런 부작용은 이미 의학계에 보고돼 제약회사도 경고하고 있었고, 입원 환자는 보통 의사를 거쳐서만 약에 관해 듣는다.
  • 회복할 수 없는 무거운 부작용이었고, 환자에게는 뜻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드문 부작용이라는 이유만 들어서는 알릴 일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또 용법 · 용량대로 쓸 때도 부작용 가능성은 미리 알려 승낙을 받아야 하고, 미리 검사하거나 막을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가정적 승낙 판결요지 나 · 이유 1 다 (2) ③

제대로 설명했더라도 환자가 어차피 투약에 응했으리라는 주장, 곧 가정적 승낙은 의사 쪽이 항변으로 내세워야 하는 사유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것으로 책임을 벗는 것도 환자의 승낙을 명백히 내다볼 수 있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병원 쪽 주장이 없었습니다. 또한 의사 입장에서 다른 치료법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환자가 부작용을 따져 다르게 대처할 길을 모두 접고 승낙했으리라고 단정하고 자기결정권 침해를 지워 버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위자료와 재산 손해 판결요지 다 · 이유 1 라

결국 승낙권을 침해당한 환자는 뜻밖의 부작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은 가족에게도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운영한 법인이 장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물어 줄 책임은 지지 않더라도, 환자와 가족에게 위자료는 물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약회사 이유 2

한편 약을 만든 회사에 설계 · 제조상 잘못이나 부작용 조사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고, 당시 알려진 대로 설명서에 사용 지시와 경고를 다했다고 본 원심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위자료를 얼마로 할지는 환송 뒤 원심이 정할 일입니다.
  • 그리고 약을 쓴 치료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본 대목은 판결에 없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이 판결은 주사약을 수술과 같은 자리에 놓았습니다. 특히 위급한 고비가 지난 뒤에는, 같은 약이라도 다시 쓰기 전에 알릴 일이 새로 생긴다는 판단입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의식이 없던 응급 상황의 투약에는 설명의무를 묻지 않았고, 치료상 과실이 없다는 원심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또 책임은 위자료에 머물렀고, 신체장해에 따른 재산 손해까지 넓어지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설명이 빠진 것만으로 몸에 남은 장해의 재산 손해까지 배상받지는 못했고, 인정된 것은 위자료였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투약마다 그때 의식이 있었는지, 알릴 틈이 있었는지를 나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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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