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흡인분만기를 세 번 써 산모와 태아가 다친 업무상과실치상 사건, 대법원은 그 기구로 통상 있을 수 있는 상해라 거칠게 썼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판결을 깼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흡인분만 뒤 남은 상처로 형사 책임이 거론된다면, 먼저 짚어 둘 판결입니다. 골반 간격이 좁아 자연분만이 어려운 산모에게 흡인분만기를 세 번 썼고 산모와 태아에게 상처가 남은 사건에서, 상고심은 흡인분만기에는 통상 그 정도 상해가 따를 수 있다며, 거칠게 써 정당업무를 넘었다는 원판결을 깨뜨렸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78. 11. 14.
사건
78도2388 · 형사
결론
파기환송(피고인 상고 · 의료인 쪽 승)

무엇을 다퉜나

먼저 피고인은 개업의사로, 임부를 진찰하고 분만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임부는 골반 간격이 좁아 자연분만을 할 수 없게 됐고, 피고인은 인공분만기를 세 번 되풀이해 썼습니다. 판결 원문에서 이 흡인분만기를 부른 이름은 「샥숀」입니다.

그 뒤 산모에게는 전치 1주의 회음부와 질 안 상처가, 태아에게는 전치 9일의 두혈종이 생겼습니다. 두혈종은 갓난아기 머리뼈와 그 겉을 싼 막(골막) 사이에 피가 고이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원심도 흡인분만기를 쓴 일 자체는 정상적인 의료행위에 속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기구를 거칠고 험하게 다뤄 주의의무를 게을리했으니 정당업무를 벗어난 위법행위라는 것이 원심 결론이었고, 상고이유를 낸 쪽은 변호인입니다.

법원이 본 것

거칠게 썼다는 증거 이유

대법원은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흡인분만기를 거칠고 험하게 썼다고 인정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산모와 태아에게 상해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부속병원장이 보낸 사실조회 회신과 증인 둘의 진술이 말하는 것은, 흡인분만기를 쓰면 그만한 상해는 보통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흡인분만기를 쓰면 통상 그 정도 상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상해가 생겼다고 하여 거칠고 험하게 쓴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당업무의 범위를 넘은 위법행위라고도 할 수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원심의 잘못 이유

형법 제20조는 업무로 인한 행위 등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즉 정당행위라 부르는 규정입니다.

거친 사용을 증거 없이 인정한 데서 채증법칙 위반이, 그렇지 않더라도 형법 제20조를 그르친 데서 위법이 나온다는 게 상고심의 진단입니다. 그래서 파기된 원판결의 사건은 그 법원의 합의부로 넘어갔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결국 상고심은 원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원심 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고, 결론은 환송 뒤 재판에 맡겨졌습니다.
  • 한편 골반 간격이 좁은 산모에게 흡인분만기를 쓴 선택 자체는 원심도 정상 의료행위로 보아 상고심이 따로 따지지 않은 대목입니다.
  • 또 같은 일을 민사 재판에서 어떻게 볼지는 이 형사 판결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것은, 대법원이 상해가 생겼다는 결과에서 기구를 거칠게 썼다는 과정을 거꾸로 짐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흡인분만기를 쓰면 통상 그 정도 상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조회 회신과 진술을 근거로, 상해가 났다는 사실만 가지고 기구를 거칠게 다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판결은 원심도 기구 사용 자체를 정상 의료행위로 인정했다는 점을 짚고, 거칠게 썼다는 원심 인정을 증거 없는 사실 인정으로 판단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에서 산모와 태아가 다친 사실은 그대로였고, 물음은 그 상해가 기구를 거칠고 험하게 쓴 결과인가입니다.

그리고 판결은 그 물음에 사실조회 회신과 증인 진술로 답했고, 기구를 험하게 썼다고 뒷받침할 자료는 일건기록 어디에도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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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78. 11. 14. 선고 78도238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