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22. 12. 29.
- 사건
- 2022다264434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무엇을 다퉜나
숨진 환자의 배우자와 자녀가 원고이고, 피고는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입니다.
- 먼저 환자는 열 · 오한 · 근육통으로 응급실에 왔고, 혈액검사와 복부 CT에서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돼 입원했습니다. 그때 이미 패혈증이 의심되는 전신염증반응이 있던 상태입니다.
- 의료진은 간 오른쪽에 생긴 5cm 크기의 농양 두 곳에 피부로 배액관을 넣고 항생제를 썼습니다. 염증 수치는 조금 나아졌지만, 고름은 거의 빠지지 않았습니다.
- 영상의학과의 답은, 농양이 작은 격벽으로 나뉘어 있어 녹은 정도에 따라 빠지는 양이 적을 수 있으니 초음파로 지켜보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CT에서는 농양이 조금 커졌고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차 있었습니다.
- 또 혈액검사에서 파종성 혈관내응고증이 나타났고, 간효소 수치가 오르고 염증 수치도 여전히 높았습니다.
- 통증과 숨참이 이어져 흉수천자를 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의료진은 농양 한 곳에 경피적 배액술을 다시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그날 환자 쪽이 원해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환자는 간농양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1심의 결론은 원고들 패소입니다. 반면 원심은 경피적 배액술이 먼저라 하더라도, 농양이 크고 안에 격벽이 있는 다발성일 때 · 고름이 진해 관으로 잘 빠지지 않을 때 · 농양이 간 깊은 곳에 있어 관을 넣기 어려울 때는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술할 수 없었다는 병원의 증명이 모자란 상태에서,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고름이 거의 빠지지 않던 경피적 배액술만 되풀이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청구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이에 병원이 상고한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의료 수준과 재량 판결요지 [1] · 이유 2 가 1)
대법원은 2002다45185 · 91다23707 · 2020다244511 판결을 들어 판단의 잣대 둘을 먼저 짚었습니다. 하나는 과실을 재는 기준입니다. 그 진료를 하던 무렵 임상 현장의 의료 수준, 곧 그때 보통의 의사가 알고 받아들인 의학상식을 진료 환경과 조건에 맞춰 규범적으로 봅니다. 다른 하나는 선택의 폭으로, 진단에 과실이 없다면 어떤 요법을 쓸지는 의사가 제 지식과 경험으로 정하고, 합리적인 길이 몇 가지라면 그중 무엇을 택할지는 그 의사의 재량입니다.
추정의 한계 판결요지 [2] · 이유 2 가 2)
또 과실 말고는 원인이 떠오르지 않는 간접사실을 밝혀 과실을 추정하는 길과, 그 길의 끝도 함께 적었습니다(2005다5867 · 2008다22030). 개연성이 담보되지 못한 사정들만 들고 중한 결과로부터 막연히 추정해, 결국 과실이 없다는 증명을 의사가 떠안게 하는 데까지는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환자의 사정 판결요지 [3] · 이유 2 나
- 외과적 배액술은 항생제나 경피적 배액술에 견주어 그 자체로 사망 확률이 높은 고침습 치료여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상태, 그때의 의료 수준을 함께 헤아릴 수밖에 없다.
- 농양은 여러 개가 좌우로 5cm 안팎씩 흩어져 이미 간에서 상당한 부피를 차지했고, 작은 격벽으로 나뉘고 충분히 녹지 않아 고름을 빼려는 시도부터 쉽게 되지 않을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 응급실에 올 때부터 패혈증이 의심되는 반응이 있었고, 항생제로 일부 나아졌지만 일주일 만에 농양이 커지고 흉수가 차며 통증과 숨참이 이어졌다. 그러니 수술로 고름을 뺄 수 있을 만큼의 임상 상태였는지도 단정하기 어렵다.
- 의료진은 항생제와 경피적 배액술을 차례로 하며 추적검사로 경과를 지켜봤고, 그사이 증상이 급격히 나빠져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1심 감정의는 덜 녹은 큰 농양이 여럿일 때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관으로 고름이 빠지지 않았다면 수술해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이 환자의 농양은 수술부터 어려웠을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 원심 감정의(소화기내과)는 의학 교과서를 근거로, 액화되지 않았어도 격벽으로 나뉜 농양이면 외과적 배액이 가능하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수술 기술과 방법은 외과에 문의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심이 건너뛴 확인 판결요지 [3] · 이유 2 다
대법원은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한 것이 최선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합리적 재량을 벗어나 과실로 볼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이 보기에 원심이 먼저 할 일은, 경피적 배액술로도 나아지지 않던 때를 기준으로 해당 분야 전문의 감정 등을 거쳐 아래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 외과적 배액술을 실제로 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 수술 기술이나 방법, 따르는 위험은 무엇인지
- 수술을 받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지
그런 다음 보통의 의사라면 경피적 배액술에 더해 외과적 배액술을 당연히 택했을 상황이었는지 꼼꼼히 살핀 뒤에 과실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이 세운 순서입니다.
반면 원심은 수술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병원이 증명하지 못했다며, 수술로 고름을 빼지 않은 것을 바로 과실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주의의무의 기준, 의료행위의 재량, 증명책임의 배분에 관한 법리를 원심이 오해했고 그 바람에 필요한 심리가 빠졌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깼습니다.
환송 뒤의 감정과 결론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2023나2000192)이 새로 감정을 맡긴 곳은 간담췌외과 전문의이고, 의견을 들은 전문심리위원은 외과 의사입니다.
- 간담췌외과 감정의는 임상 경과와 농양의 변화에 비추어 외과적 배액술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 않고, 농양 위치상 수술로도 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간 절제는 크게 잘라야 하는 상황이라 위험과 합병증 때문에 수술을 정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외과적 배액술을 했다 해도 결과가 크게 달랐을지 의문이라고 보았다.
- 전문심리위원은 경피적 배액술로 잘 빠지지 않으면 외과적 배액술로도 대부분 잘 빠지지 않아 요즘은 거의 하지 않으며, 두 방법 뒤 예후의 차이는 없다고 보고된다고 했다. 이 환자는 외과적 배액술로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는 의견이었다.
환송 뒤 항소심은 이 의견들을 들어, 수술로 고름을 빼지 않은 데 과실이 있다는 원고들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또 경피적 배액술을 한 방식, 항생제 선택, 패혈증 치료, 전원을 두고 낸 과실 주장도 모두 배척해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이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2024다326183)의 결론도 모두 기각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간농양에는 언제나 경피적 배액술이 먼저라고 정한 판결은 아닙니다. 즉 이 환자의 농양 모양과 전신 상태를 들어, 경피적 배액술을 유지한 것을 재량 밖의 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 손해 액수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원심판결이 전부 깨지면서 그 위에 선 배상 판단도 함께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치료 방법을 두고 다툴 때 법원이 물은 것은, 다른 방법이 교과서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환자에게 그때 실제로 할 수 있었고, 보통의 의사라면 당연히 골랐을 길이었느냐였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항생제와 경피적 배액술을 차례로 쓰며 추적검사로 경과를 살핀 진료를 놓고, 그 선택이 의사의 재량 안에 있다고 볼 사정을 꼽았습니다.
감정이 갈리자 환송 뒤 법원은 그 수술을 하는 진료과의 감정을 구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다른 치료가 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 감정도 있었지만, 그 감정의는 외과 쪽 판단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고 법원은 이 대목까지 읽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수술할 수 없었다는 점을 병원이 다 밝히지 못했다는 사정을 곧 과실로 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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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