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추정 · 증명

접종 몇 시간 뒤 온 안면마비와 추단의 한계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예방접종 직후에 증상이 왔다는 시간만으로는 국가 보상의 인과관계가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판결로 짚어 드립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은 날 저녁 얼굴 한쪽에 마비가 온 고령의 신청인이 보상을 거부당해 낸 소송인데, 1심과 원심은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선 2014두274의 기준을 이으면서도 막연한 추측만으로는 추단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9. 4. 3.
사건
2017두52764 · 행정
결론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냄

무엇을 다퉜나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은 고령의 남성이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 잠을 설쳤고, 왼쪽 얼굴에 마비가 온 사건입니다.

  • 접종 며칠 전에는 양쪽 귀 이명과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그때 안면마비는 없었습니다.
  • 그래서 진료비와 간병비 보상을 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이 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놓은 답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거부입니다.
  • 그 뒤 내부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며 더 낸 자료를 위원회가 새로 심의했지만, 다시 거부됐고 그 거부에 대한 행정심판도 기각됐습니다.
  • 소송은 두 번째 거부를 두고 냈는데, 1심의 보정명령에 따라 취소 대상을 첫 거부 무렵의 날짜로 고친 것입니다.

먼저 1심은 거부를 취소했고, 원심도 1심 이유를 거의 옮겨 와 1심의 결론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불가능하지 않고, 폐렴구균 접종 뒤 안면마비에 관한 의학적 보고가 없다는 사정 하나로 인과가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그러자 이 판단에 질병관리본부장이 다시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앞선 판결의 기준과 새로 그은 선 판결요지 [1] · 이유 1 가

우선 대법원은 국가의 책임이 과실을 묻지 않는 책임이라도 인과관계는 인정돼야 한다는 출발점과, 그 추단 기준을 2014두274 등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기준은 접종과 마비가 시간상 가까운지,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아닌지, 원인불명이나 다른 원인으로 생긴 것은 아닌지를 보는 셋입니다.

여기에 대법원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접종 뒤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접종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는 문장을 더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그 장애와 관련된 다른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그 백신이 오랫동안 널리 접종됐는데도 그 장애에 대한 보고나 신고, 인과관계 조사 · 연구가 없다면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어 본 사실 이유 1 나 · 다

  • 1심이 사실을 물은 감정의는 이 마비를 대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붙는 벨 마비로 보았고, 면역이 떨어진 때에도 올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인플루엔자 백신 뒤 발생 보고는 있으나 폐렴구균 백신과 이어지는 자료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 반면 다른 소견들은 엇갈렸습니다. 접종의 스트레스가 방아쇠 노릇을 했을 수는 있으나 크게 의심되지는 않는다는 소견도, 흔히 있는 전조증상 없이 접종 직후 생겨 상관성이 커 보인다는 소견도 있었던 것입니다.
  • 질병관리본부장의 이상반응 관리지침에 폐렴구균 백신 뒤 안면마비가 올라 있지 않았다는 점도 판결이 든 사실입니다.
  • 또 이 백신은 20년 넘게 세계에서 수없이 접종됐는데도 안면마비를 주장한 사례나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많이 연구된 인플루엔자 백신도 공통된 결과는 안면마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접종 몇 시간 만에 마비가 생긴 것은 지금까지 거론된 발생 기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 게다가 접종 때 고령이었고, 안면마비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실들로는 인과관계를 추단할 만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보고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정되지 않는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은 논리와 경험칙을 어겼고, 이 보상에서 요구되는 인과관계 법리도 그르쳤다는 것입니다.

처분 권한이 옮겨 간 법령 판결요지 [2] [3] · 이유 2

취소소송은 처분 권한을 가진 행정청을 상대로 낸다는 법리는 2014두274와 같은 줄기입니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과 그때 시행령은 장관이 위원회 의견을 들어 보상 여부를 정하고 보상금도 지급하게 했고, 이 권한을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처분청이 맞다고 했습니다. 상고이유에 끌어온 대법원판결은 관계 법령이 바뀌기 전의 것이라 이 사건에 끌어 쓸 판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의신청과 제소기간 판결요지 [4] [5] · 이유 3

한편 제소기간을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세는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의 일반 행정심판과, 다른 법률이 그것을 갈음해 둔 특별한 불복 절차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법령에는 보상 거부에 대한 이의신청 규정이 없어, 질병관리본부장이 다시 심사했다는 것만으로 이 특례가 붙을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첫 거부에 대한 제소기간은 그 처분을 안 날부터 흘러, 소를 낼 때 이미 지나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법령이 다시 신청하는 길을 막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이의신청 때 더 낸 자료를 위원회에 새로 심의하게 한 뒤 다시 거부했으므로, 두 번째 거부는 새로운 처분으로 소송 대상이 되고 그 제소기간도 남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환송 뒤에는 어느 거부를 다투는지 분명히 하게 하라고 짚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폐렴구균 백신이 안면마비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론까지 낸 판결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로는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없다는 데서 그쳤습니다.
  • 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했습니다.
  • 실제로 환송 뒤 대전고등법원은 신청인이 취소를 구한 첫 거부에 대한 소를 제소기간이 지났다며 각하했고, 상고도 기각됐습니다(2019누1334 · 2019두51574).
  • 2025. 10. 23. 시행된 코로나19예방접종보상법 제6조는 코로나19 접종에 한해, 시간적 개연성 등 비슷한 세 사실이 모두 증명된 때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보고 · 신고와 다른 위험인자를 함께 고려할 수 있게 한 조문입니다.
  • 이 판결은 이의신청 규정이 없는 법령을 두고 한 판단이고, 2027. 10. 21. 시행하는 예방접종관리법에는 보상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조문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앞의 2014두274가 세운 추단 기준에, 위험인자와 오랜 접종에서 쌓인 보고 · 연구를 함께 재는 선을 그은 판결입니다. 즉 접종 직후라는 시간만으로는 모자랐던 것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도 접종한 의료진의 과실을 묻는 다툼은 아니었고, 인과관계는 이상반응 관리지침과 국내외 보고 · 연구에 비추어 가려졌습니다.

접종 며칠 전 진료 기록에는 이명과 감각 이상만 있고 안면마비는 없었다고 남아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접종 몇 시간 만에 증상이 왔다는 점은 가깝다는 뜻이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알려진 기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빠름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첫 거부를 안 날부터 제소기간이 흘렀고, 법령에 없던 내부 이의신청은 그 기간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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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