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일반병실에도 적용된 활력징후 측정 지시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췌장 종양 수술을 받고 일반병실로 올라온 환자가 그날 밤 출혈로 숨져, 차례로 그 환자를 맡은 간호사 둘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다툰 형사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활력징후가 안정되면 1시간 간격으로 네 번 재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가 일반병실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지시대로 재지 않은 데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깼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0. 10. 28.
사건
2008도8606 · 형사
결론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

무엇을 다퉜나

재판을 받은 사람은 일반병실에서 근무를 이어 그 환자를 맡은 간호사 둘이었습니다. 원심 증거로 대법원이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출혈 초기에는 맥박이 빨라지는 것 같은 활력징후의 이상이 먼저 나타나고 다른 증상은 출혈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나타납니다. 그래서 수술 직후에는 활력징후를 자주 잽니다.

  • 환자는 췌장 종양 절제술을 받고 회복실에서 1시간 40분쯤 머문 뒤, 저녁 8시 15분 무렵 일반병실에 올라왔습니다.
  • 담당 일반외과 전공의는 수술 전에 지시를 컴퓨터에 넣어 두었습니다. 안정될 때까지 15분 간격으로, 안정되면 1시간 간격으로 네 번 재고, 그 뒤에는 4시간 간격으로 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1시간 간격 측정이 따로 적혀 있었고, 혈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의사에게 알려 달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 전공의는 수사 과정에서, 15분 간격과 안정된 뒤 1시간 간격 네 번은 일반병실과 중환자실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 뒤의 4시간 간격은 일반병실에, 아래에 따로 적은 1시간 간격은 중환자실에 적용된다고 했습니다.
  • 밤 11시까지 맡은 간호사는 지시를 확인하고, 입실하자마자 한 번, 1시간 뒤인 9시 30분 무렵 한 번 쟀습니다.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10시 30분 무렵부터는 재지 않았습니다.
  • 11시부터 맡은 간호사는 9시 무렵 미리 출근해 지시와 그 수행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11시 무렵 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관찰했지만 활력징후는 재지 않았습니다.
  • 11시 10분 무렵 환자는 숨쉬기를 힘들어했습니다. 그 뒤 의식이 흐려지며 잠들려 했습니다.
  • 11시 40분 무렵 가족이 환자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출혈에 따른 쇼크로 보고 지혈을 위해 개복수술을 했습니다. 동맥 출혈은 없었고, 장간막 등에서 전반적으로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이튿날 새벽 출혈로 숨졌습니다.
  • 이 수술의 주요 부작용은 출혈이었고, 환자에게는 수술 직후까지 출혈 경향이 없었습니다. 출혈이 진행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치료를 해도 출혈 경향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원심은 두 간호사가 1시간 간격으로 재지 않았고 그 뒤 환자가 숨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도 사망과 이어지는 인과관계도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원심의 무죄 판단에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의료수준은 규범으로 정한다 이유 1

대법원은 96다5933 판결을 들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기준부터 적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진료하던 때의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치료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따져 치료해야 합니다.

주의의 정도는 진료하던 때 임상에서 실천되던 의학의 수준에 따라 정합니다. 이 수준은 마땅히 요구되는 규범의 수준이라, 개별 의사나 병원이 처한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의 설명입니다.

의사의 지시와 간호사의 보조 판결요지 [1] · 이유 1

옛 의료법 제2조는 의사는 의료에, 간호사는 간호나 진료의 보조 등에 종사한다고 정했습니다. 그래서 진료 보조를 맡은 간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의사의 지시를 따라 보조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일반병실까지 미친 지시 판결요지 [2] · 이유 2 나

원심 증거로 드러난 사정에 비추어 대법원은, 활력징후가 안정된 뒤 1시간 간격으로 네 번 재라는 지시는 일반병실에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일반병실 간호사인 두 사람에게 분명히 전달됐다고 보았습니다.

출혈 초기에는 활력징후 변화 말고는 임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환자의 임상 증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활력징후 측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판결은 보았습니다. 그 지시를 잘못된 내용이라 할 수 없다는 판단도 같은 까닭에서 나왔습니다.

4시간 간격을 적은 업무지침서 이유 2 나

병원의 외과 간호사 지침서는 췌장암 수술 뒤 활력징후를 4시간 간격으로 잰다고 적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그 4시간을 활력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의 간격으로 읽었고, 안정돼 가는 과정의 간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 병원 간호부장도 지침서가 의사의 지시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견해였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일반병실에 입원한 췌장암 수술 환자에게 활력징후가 다 안정되기 전에도 늘 4시간 간격으로 재는 것을 임상 관행이라고도, 임상의학이 실천하는 의료수준이라고도 보지 않았습니다.

두 간호사의 과실과 사망 판결요지 [2] · 이유 2 나

대법원은 두 사람이 1시간 간격으로 쟀다면 출혈을 일찍 알아차려 수혈이나 수술로 치료받고 환자가 숨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밤 11시까지 맡은 간호사에게는 세 번째 측정 시각인 10시 30분 무렵부터 재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맡은 간호사에 대해서는, 근무를 넘겨받는 때 의사의 지시 가운데 아직 하지 않은 것이 있는지 살피고 1시간 간격 측정처럼 급한 일이 남았으면 먼저 처리할 의무를 들었습니다. 11시 무렵 환자를 관찰하고도 재지 않았고, 네 번째 측정 시각인 11시 30분 무렵까지 재지 않은 것을 업무상과실로 판단했습니다.

원심을 깬 까닭 이유 2 다 · 3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에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와 상당인과관계의 법리를 그르친 위법이 있고, 그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원심판결은 파기됐고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두 간호사의 유죄를 정하거나 형을 정한 판결이 아닙니다. 업무상과실과 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의 법리가 잘못됐다고 본 데까지입니다.
  • 의사의 지시를 따를 의무에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예외가 열려 있었고, 무엇이 그 예외에 드는지는 이 사건에서 따로 풀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이 무게를 둔 것은 1시간이라는 간격 그 자체보다, 담당 의사의 지시가 일반병실 간호사에게 분명히 전해졌고 그 지시를 따를 의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수술 전에 넣어 둔 담당 의사의 지시를 잘못된 내용으로 볼 수 없다고 했고, 업무지침서가 의사의 지시보다 앞설 수 없다는 간호부장의 견해도 판단에 담았습니다.

아직 수행되지 않은 지시를 살펴 급한 것부터 처리할 의무를, 대법원은 근무를 넘겨받는 간호사에게도 두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판단의 밑바탕에는 출혈이 처음에 증상보다 활력징후로 먼저 드러난다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환자를 살펴본 일이 측정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본 까닭입니다.

판결은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고 못 박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까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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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도860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