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백혈병 아이의 중심정맥관 수술, 열 번 남짓 찌른 바늘과 의사의 재량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백혈병 항암치료를 이어 가야 하던 다섯 살 아이가 쇄골 아래 정맥에 관을 심는 수술 중 혈관과 흉막이 뚫려 그날 숨졌습니다. 앞선 두 재판의 유죄 결론을 대법원은 과실 법리를 잘못 쓴 것이라며 파기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8. 8. 21.
사건
2008도3090 · 형사
결론
파기환송(피고인 상고 · 의사 쪽이 이김)

무엇을 다퉜나

공소사실은 지혈이 어려운 아이였으니 더 조심했어야 하고, 정맥을 계속 찾지 못하면 그만뒀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자주 찔렀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 유죄가 원심에서 유지되자, 피고인인 의사가 대법원 판단을 구했습니다.

  • 원심은 아이의 검사 수치가 해열제와 혈소판을 계속 넣어 맞춘 것이고, 장기가 부어 정맥 자리가 옮겨졌을 수도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 그런데도 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너무 치우쳐 다소 무리하게 수술했다고, 원심은 결론 냈습니다.
  • 수술 뒤 혈흉을 보고도 20분 넘게 지나서야 흉부외과를 불렀다는 점도 원심은 과실로 보았습니다.

법원이 본 것

진료방법을 고르는 재량 판시사항 [1] · [2] · 이유 3 (가)

의사를 업무상 과실로 처벌하려면 두 가지가 서야 합니다. 그 결과가 오리라 짐작할 수 있었을 것과, 피할 방도를 두고도 놓쳤을 것입니다. 이 대목은 2004도486 판결을 참조로 달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진료방법을 고르는 폭도 함께 짚었습니다. 눈앞 아이의 상태와 당시 의학, 집도의가 쌓은 경험을 놓고 어느 방법을 쓸지는 의사 판단에 넓게 맡겨집니다.

그 판단이 이치에 닿는 범위를 넘지 않았다면, 일이 벌어진 뒤 다른 길이 정답이었다며 과실로 몰 수는 없습니다.

멈추지 않은 수술, 열 번의 바늘 판시사항 [3] · 이유 3 (나)

항암치료를 이어 가려면 혈관 확보가 필요했고, 이 수술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간 수치가 높아 수술을 멈추고 다시 전신마취를 하기는 매우 어려웠고, 다른 방법으로 혈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료도 없었습니다.

바늘을 몇 번까지 찔러도 되는지 의학적 기준이 서 있지 않았고, 수술을 멈추면 항암치료가 막혀 백혈병이 악화될 위험이 컸다면, 열 번가량 찌르며 수술을 이어 간 선택을 재량 밖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혈흉은 알려진 합병증 이유 3 (다)

쇄골 아래 정맥과 동맥, 흉막은 서로 아주 가깝습니다. 눈으로 혈관을 보지 못하고 손끝 감각으로 바늘을 넣는 수술이라, 동맥 손상과 기흉 · 혈흉이 가장 중요한 합병증으로 꼽힙니다.

이 아이에게 생긴 혈흉이 그 수술에서 예상되는 합병증 몫을 벗어났다고 볼 근거는 기록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혈흉이 왔다는 것 하나로 바늘을 넣던 과정이 잘못됐다고 미루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늦게 불렀나 이유 3 (라)

의사는 수술 직후 흉부 사진으로 관이 제자리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고, 혈흉이 의심되는 그림자를 보고 흉부외과에 연락했습니다. 흉부외과 전공의는 와서 곧바로 흉관을 넣었습니다.

큰 병원에서는 찍은 사진을 현상해 판독하기까지도 얼마간 걸리는데, 그 걸린 시간을 보여 줄 자료가 기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상태로 의사가 혈흉을 알고서 20분 넘게 손을 놓았다고 못 박을 수 있겠느냐고 대법원은 되물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판결은 유죄를 깨뜨리는 데서 멈췄습니다. 무죄 여부는 대구지방법원 합의부가 다시 심리합니다.
  • 피고인 쪽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결 이유에서 건너뛰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원심은 무리한 수술이었다는 쪽에서 사건을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수술을 멈췄을 때 아이가 잃게 될 것까지 함께 놓고 의사의 선택을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몇 번까지 시도할지 정한 의학 기준이 없다는 점이 재량의 폭을 넓게 보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흉부 사진으로 관 위치와 이상 그림자를 확인하고 다른 과를 부른 흐름이 기록에 남아 있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그 수술에 따라붙는 합병증이 닥쳤다는 사정만 들어 형사 과실까지 미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예상되는 몫을 벗어났다는 점이 따로 드러나야 했습니다.

처치가 늦었다는 원심 판단은, 사진 판독에 걸린 시간이 기록에 없어 그대로 서지 못했습니다.

형사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309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