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10. 5. 27.
- 사건
- 2007다25971 · 민사
- 결론
-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는 아기와 어머니이고, 피고는 병원을 둔 의료법인과 산부인과 전문의 두 사람입니다.
- 첫아이로 쌍둥이를 가진 산모는 이 병원에서 정기 산전 진찰을 받아 왔고, 임신 33주 6일까지는 산모와 두 태아 모두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35주 6일 진찰에서 한 태아의 심음이 잡히지 않자, 진찰한 의사는 남은 태아를 지켜보려 입원을 권하고, 태아심음감시장치로 비수축검사를 두 차례 해 반응성 소견을 얻었습니다.
- 산모가 입원 준비를 하러 집에 다녀와 분만실에 들어온 것은 그날 저녁입니다. 당직 의사가 진료를 넘겨받아 30분마다 태아 심박동을 점검하라는 지시 등을 하고 퇴근하며, 조산사에게 감시장치로 지켜보다 이상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 밤사이 조산사 둘이 교대로 감시장치를 붙여 지켜보며, 심음 변동성이 줄어 보일 때와 자궁수축이 보일 때마다 의사에게 전화로 알렸고, 그때마다 의사는 옆으로 눕히고 산소와 수액을 주게 했으며 진통이 오자 진통을 늦추려 모르핀을 주사하게 했습니다.
- 다음 날 아침 의사가 제왕절개를 정한 까닭은, 태아곤란증을 추정할 소견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약한 수축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술 전에는 산모와 가족에게 수술의 필요성과 부작용, 한 태아의 사망이 남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습니다.
- 아기는 1분 아프가 점수 6점, 5분 8점으로 태어났고, 미숙아 · 빈혈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수혈받은 뒤 나아져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돌이 지나도록 발육이 늦어 검사를 받았고, 두 돌 무렵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에 따른 뇌성마비입니다.
그러자 가족은 고위험 분만인데 태아 평가를 게을리했고, 그래프가 출력되지 않은 시간대가 있으며, 태아곤란증을 지나쳐 일찍 분만하지 않았고, 모르핀 투여와 산소 중단으로 상태를 나쁘게 했다고 다퉜고,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원심도 청구를 기각하자 가족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먼저 증명할 쪽 판결요지 [1] [2] · 이유 1 가
대법원은 먼저 주의의무를 재는 눈금을 적었습니다. 진료하던 무렵 의료 현장에서 실천되던 의학 상식이 기준이고, 진료 환경과 진료의 특수성을 헤아려 규범적으로 잡는다는 것입니다(2004다13045 판결 참조).
의료 사고의 배상 책임도 일반 불법행위처럼 의무 위반과 손해, 둘 사이의 인과가 증명돼야 섭니다. 그래서 진료가 특수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련의 진료 어딘가에 일반인 눈높이로도 과실로 볼 행위가 끼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과 손해를 잇는 사이에 끼어든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은 환자 쪽이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대법원은 98다9915 · 2003다50610 판결을 들어 증명 방해의 효과에 선을 그었습니다. 한쪽 당사자가 증명을 가로막았다면 법원은 그 사정을 판단 자료의 하나로 보아 그쪽에 불리하게 저울질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때문에 증명책임이 맞은편으로 옮겨 가거나, 맞은편 주장이 그대로 사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출력되지 않은 그래프와 감시 판결요지 [3] · 이유 1 나
먼저 원심은 쌍태아 한쪽이 자궁 안에서 숨진 분만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점, 감시장치 기록지의 인쇄 시각이 끊기고 몇몇 시간대 그래프가 출력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원심이 함께 헤아린 사정은 넷입니다.
- 의사는 한 태아의 사망을 확인하자 곧바로 입원을 권하고, 비수축검사도 두 번 했습니다.
- 의료진은 입원 직후부터 식사 시간을 빼고 적어도 이튿날 아침까지 감시장치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이어서 살폈고, 조산사들은 이상이 의심될 때마다 의사에게 알리고 지시대로 처치했습니다.
- 기록도 그 하나입니다. 진통경과기록지에는 그래프가 출력되지 않은 시간대를 포함해 밤새 한 시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수와 자궁수축이 적혀 있었고, 수술 준비 무렵의 심박동수는 간호진행기록지에, 수술 중 감시 사실은 분만기록지에 남아 있었습니다.
- 학회가 권하는 짧은 간격의 청취는 감시장치 없이 귀로 듣는 경우의 기준이고, 감시장치를 붙이면 심음이 계속 들리므로 따로 청취할 필요도, 그래프를 출력할 의무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원심이 내린 결론은, 고위험 분만이라는 점이나 그래프가 끊긴 점만 가지고는 감시를 게을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며 짚은 것도, 태아심음 그래프를 출력하지 않은 일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은 아니고, 다 출력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감시를 하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하루를 지켜본 뒤의 제왕절개 이유 1 다
다음으로 원심은 여러 감정 · 사실조회 회신을 들어, 입원 뒤 분만 전까지 태아에게 저산소증이나 심각한 태아곤란증이 있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박동이 떨어져도 짧고 간헐적이면 태아에게 의미 있는 영향이 없는데, 이 사건에서는 떨어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변동성도 처치로 회복됐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소가 보였다고 해서, 조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곧바로 분만하지 않고 하루쯤 지켜본 뒤 제왕절개를 한 것을, 원심은 분만을 늦춘 과실로 묻지 않았습니다. 또 원심은 한 태아가 숨진 뒤에는 임신을 이어 가는 위험보다 조산의 위험이 더 크다는 의학 사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모르핀을 놓고 산소를 잠시 끊은 일도 과실에서 빠졌는데, 투여 무렵 자궁경부가 거의 닫혀 있어 분만 직전이 아니었고 그 앞뒤로 태아곤란증이 생겼다고 볼 증거도 없었다는 이유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들도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뇌성마비의 원인과 인과관계 이유 1 라
원심이 의견을 구한 기관들은 모두 뇌성마비의 원인으로 태아곤란증보다, 한 태아가 숨지면서 두 태아 사이에 피가 쏠린 쌍태아간 수혈증후군 쪽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한 태아가 숨지는 순간의 혈류 변화와 저혈압은 급격해서, 그 사실을 안 뒤 곧바로 분만시켜도 이미 손상이 남는다는 것이 한 회신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원심은 산모가 병원에 오기 전 이미 남은 태아에게 되돌릴 수 없는 뇌손상이 생겼을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진료 외의 원인이 들어설 수 없었다는 점을 가족이 증명하지 못하는 한, 뇌성마비를 의료진의 과실과 이어 추정할 길은 막힌다고 했고, 대법원은 이를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따른 판단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설명이 위자료로 이어지는 경우 판결요지 [4] · 이유 2
대법원은 94다27151 판결을 들어 설명 부족에 위자료를 매기는 까닭부터 적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진료를 고르거나 마다해 중대한 결과를 비켜 갈 수 있었는데, 그 선택의 기회를 놓친 마음의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니 위자료를 묻는 설명의무가 걸리는 곳은 수술 같은 침습, 나쁜 결과가 뒤따를 개연성이 있는 진료, 죽음 같은 중대한 결과가 내다보이는 진료처럼 환자의 자기결정이 필요한 경우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입원 중 검사 · 진단 · 치료에서 뇌성마비를 부를 개연성이 있는 진료를 찾기 어렵고, 제왕절개나 다른 치료로 뇌성마비가 생겼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태아가 숨졌을 때 생길 수 있는 태아곤란증이나 뇌성마비를 낱낱이 알리지 않았더라도, 위자료를 지울 설명의무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물론 수술 전 의사가 한 태아의 사망이 남은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사실은 원심이 인정했습니다.
그 밖의 상고이유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사실 인정을 다투는 데 그쳐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대법원은 가족의 상고를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원심이 인과관계를 따로 살핀 대목은 과실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덧붙인 판단이었고, 과실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그래프가 출력되지 않은 시간과 태아를 지켜보지 않은 시간은 같은 것으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진통경과기록지 · 간호진행기록지 · 분만기록지에 남은 심박동 · 감시 기재를 들어, 감시장치로 계속 지켜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한 태아가 숨진 뒤 남은 태아를 입원시켜 하루 지켜본 결정은, 조산의 위험과 견준 판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뇌성마비가 남았어도, 진료 밖의 원인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먼저 드러나야 인과관계 추정으로 나아갔습니다.
또 설명 부족이 위자료로 이어지는 것은 그 진료에서 생긴 중대한 결과를 두고서였습니다.
추정 · 증명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 의료과실의 추정과 설명의무, 결과만으로 과실을 추정하지 않음대법원 2005다5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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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