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형사

만성피로증후군 진료와 비급여 진료비, 사기죄 기망의 기준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 검토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고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은 의사에게 사기죄를 물을 수 있는지, 대법원이 업무상과실치상과 함께 답한 형사 판결입니다. 검사는 이 질환이 의료보험 적용 대상인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도 의사가 비급여대상이라고 속였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두 공소사실 모두 무죄로 본 원심을 유지했으니, 진료비를 두고 형사 고소가 얽힌 분이라면 기망을 어디서 가르는지부터 짚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6. 10. 27.
사건
2004도6083 · 형사
결론
상고기각(검사 상고 · 의료인 쪽 승). 만성피로증후군 치료전문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환자를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 · 처방한 사건에서, 원심은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과실이 있다거나 그로 말미암아 상해가 생겼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고, 만성피로증후군이 별도의 독립적 질환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의사와 환자 모두 비급여대상임을 전제로 진료에 임한 이상 진료비 수령을 기망 · 편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무엇을 다퉜나

피고인은 만성피로증후군 치료전문 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의사입니다.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처방했는데, 그 뒤 공소외인에게 의인성 쿠싱증후군 등의 상해가 생겼다는 것이 업무상과실치상 공소사실이었습니다.

사기 공소사실은 만성피로증후군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의료보험 적용 대상인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도, 피고인이 비급여대상이라고 기망해 진료비 상당액을 편취했다는 내용입니다. 원심이 두 공소사실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사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업무상과실치상, 과실을 가르는 기준 판시사항 [1] · 이유 1

대법원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입니다.

이 법리에 비추어 대법원은 진단 · 처방에서 의학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거나, 그로 말미암아 쿠싱증후군 등의 상해가 생겼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사기죄의 기망, 형법 독자의 견지 판시사항 [2] · 이유 2 첫 단락

대법원은 사기죄의 기망을 재산상 거래에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려 상대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지는 민법 등 다른 법률에서 그 행위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에 구애되지 않고, 형법 독자의 견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질환 이유 2 둘째 단락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보면, 피고인은 의료보험연합회에 여러 차례 보험급여결정을 구했지만 처방한 면역글로불린류 약제가 임상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또 피고인은 의원 안에 만성피로증후군에 의료보험이 적용되게 해 달라는 환자 청원서 용지를 두기도 했는데,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과 민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원심은 만성피로증후군이 국내 분류표에서는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에서는 신경쇠약과 별개의 질병으로 분류된다는 사실도 확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의료보험연합회와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은 임의적인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본인부담금 초과액 상당을 환수했고, 일부 환자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진료비 수령을 기망이라 단정할 수 있나 판시사항 [3] · 이유 2 셋째 단락

대법원은 만성피로증후군이 의료의 전문화에 따른 새로운 분류에서 별도의 독립적 질환으로 간주되고, 의료의 실제에서도 진단과 처방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이 든 것은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비급여대상임을 전제로 진료에 임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진료계약의 민사상 · 행정상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진료비 중 상당액을 반환하거나 환수당한 일이 있더라도, 진단 · 처방 자체에 기망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는 그 사정만으로 전문적인 의료판단에 따라 진단 · 처방하고 대가로 진료비를 받은 행위를 기망이나 편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기 부분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고,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상고심이 다룬 것은 검사가 든 두 갈래, 곧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에 대한 원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입니다.
  • 같은 일을 민사 재판에서 어떻게 볼지는 이 형사 판결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대법원은 진료비를 둘러싼 민사 · 행정상 효력 문제와 형법상 기망을 나누어 보았고, 진단 · 처방 자체에 기망이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사기죄의 물음으로 삼았습니다.

과실 기준은 원문이 함께 든 협의진료 회신을 믿은 진료 판결과 제왕절개 뒤 산모의 폐색전증 판결에서도 같은 법리로 이어집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지를 다른 법률에서 그 행위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에 구애되지 않고 형법 독자의 견지에서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사와 환자가 모두 비급여대상임을 전제로 진료에 임했다는 점을, 진료비 수령을 기망이라 단정할 수 없는 사정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는 공단의 환수 처분과, 일부 환자들이 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진 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의사의 과실을 판단하려면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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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도608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