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04. 6. 24.
- 사건
- 2002도995 · 형사
- 결론
- 담당 전문의 · 주치의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대법원이 옮긴 원심의 사실로 보면, 재판을 받은 의사는 셋으로 신경외과 전담의사와 3년차 수련의인 주치의, 1년차 수련의입니다.
- 환자는 집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경막 외 출혈)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그날 저녁 전담의사가 집도하고 주치의가 도와 혈종을 없애는 수술을 한 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붙인 상태로 합병증과 후유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 이튿날 환자는 부르면 눈을 뜨고, 통증을 주면 그 자리로 손발을 움직일 만큼 나아졌습니다. 기계의 호흡 횟수와 산소 농도도 줄였지만, 퇴원 무렵 장치를 떼면 자발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었고 수술 부위에서는 피가 계속 배어 나왔다는 것이 원심의 인정입니다.
- 아내는 혈종이 다 없어져 나아질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도,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퇴원을 계속 요구했습니다. 원심은 그 속에 환자가 살아남기보다 숨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 반면 전담의사와 주치의는 지금 퇴원하면 숨지게 된다며 여러 차례 극구 말렸고, 치료비가 어렵다면 1주일쯤 기다려 상태가 안정된 뒤 몰래 나가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 그래도 아내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퇴원하면 숨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퇴원 뒤 사망에 법적 이의를 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에 서명했습니다.
- 원심이 본 것은, 퇴원 요구를 거부한 뒤의 치료 결과 책임과 치료비 부담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걸리자 두 의사가 치료를 이어 갈 근거를 더 따져 보지 않은 채 퇴원 조치로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 그 뒤 주치의는 전담의사의 지시에 따라 1년차 수련의에게 환자를 집까지 옮기게 했고, 1년차 수련의는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뗀 뒤 구급차 안에서 손으로 호흡을 보조하다, 집에 닿아 장치를 떼면 숨질 수 있다고 아내에게 알린 뒤 보조장치를 뗐습니다. 결국 환자는 5분이 안 돼 숨졌습니다.
1심은 전담의사와 주치의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정범으로 보았지만, 원심은 이를 깨고 두 의사가 퇴원에 필요한 조치라는 작위로 아내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도왔다며 방조로 본 것입니다. 또 1년차 수련의는 1심과 원심 모두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검사는 세 사람 모두를, 전담의사와 주치의는 각자를 두고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1년차 수련의 이유 2
대법원은 1년차 수련의 부분부터 보았습니다. 전문의인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보조하는 자리였고, 퇴원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장치를 뗀 일도 퇴원 조치에 딸린 한 과정일 뿐이라는 원심의 판단이 기록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숨지게 하려는 아내의 뜻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려워, 정범의 고의도 방조의 고의도 없다는 결론이 그대로 섰습니다.
사망의 가능성을 알았는가 판결요지 [1] · 이유 3 나 (1)
살인의 고의가 서는 데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까지 갖춰야 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행위로 사망의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나 위험을 알거나 내다보면 족하고, 그것이 확정적이지 않아도 미필적 고의가 된다고 했습니다(2003도949 등 참조).
수술 뒤 하루 남짓 지난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치료를 멈추면 끝내 숨질 가능성이 내다보였고, 두 의사도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로서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마지못해 치료를 멈췄더라도 그런 인식마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범의 고의가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은 틀렸다고 했습니다. 다만 방조에 필요한 정범의 고의와 방조의 고의가 모두 갖춰져 있어, 그 잘못이 결론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경과를 쥔 사람은 누구였나 판결요지 [2] · [3] · 이유 3 나 (2)
공동정범이 되려면 함께 범행하려는 뜻과, 그 뜻에 따라 범행을 실제로 이끄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합니다. 남의 범행을 알면서도 막지 않고 용인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2002도7477 등 참조).
대법원이 기록에서 든 사정은 셋입니다.
- 두 의사는 퇴원 요구를 극구 거절했고, 꼭 나가고 싶으면 차라리 몰래 데리고 나가라고까지 말했습니다.
- 퇴원 때 환자는 스스로 쉬는 호흡이 기계의 조절 횟수보다 많았고, 혈압으로 보아 당장 생명을 지키는 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 또 동맥혈 가스 분석 등으로 본 폐의 환기 기능에 비추어, 장치를 떼도 곧바로 숨이 멈출 가능성은 적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두 의사는 장치를 떼는 것만으로 곧 숨이 다하리라고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5분쯤 뒤 숨졌다는 것만으로 그 결과가 미리 당연히 예견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두 의사가 한 일은 퇴원을 허용해 환자의 생사를, 민법상 부양의무자로 환자를 보호할 첫 자리(제1차적 보증인)에 있는 아내가 뒤에 의무를 다하는지에 맡긴 데 불과하다는 것이 판결의 평가입니다.
사망이나 그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지배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기능적 행위지배가 빠졌다는 것입니다. 방조에 그친다는 원심의 결론은 옳다며 검사의 상고를 물리쳤습니다.
퇴원 조치를 무엇으로 볼까 · 작위와 부작위 판결요지 [4] · [5] · 이유 3 다 (1) · (6)
적극적인 행위로 남의 법익 상황을 나쁘게 만들었다면 작위범으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나빠지기 전의 상태가 그 사람이 앞서 한 다른 작위로 유지되던 것이라 해도 결론은 같다는 것입니다.
두 의사는 환자를 집으로 옮기고 호흡보조장치를 떼도록 지시하는 적극적인 행위로 아내의 부작위를 도왔다고 보아, 작위에 의한 방조라고 했습니다. 방조는 정범이 실행하기 전에 그 실행을 쉽게 해 주는 경우에도 성립합니다(95도2551 등 참조).
작위로 보는 이상, 두 의사가 내세운 치료위임계약의 해지나 긴급한 처리 의무, 다른 의사로 바꿀 의무 같은 법리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회복 가능성과 인과관계 이유 3 다 (6)
환자가 매우 위독했더라도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두 의사의 행위와 환자의 죽음을 잇는 상당인과관계는 부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다툰 것 판결요지 [6] · 이유 3 다 (3) · (5) · (7)
- 주치의는 수련 중인 전공의라 퇴원을 정할 권한이 없고 실제로 퇴원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주치의의 주장이었습니다. 원심은 응급실에서부터 환자를 맡아 상태를 가장 잘 알았고 퇴원하면 아내가 알맞은 치료를 하지 않아 숨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까지 알았다며 방조의 성립을 좌우하지 못한다고 밝혔고, 대법원 역시 그 사실인정과 판단에 흠이 없다고 했습니다.
- 아내의 행위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나왔다는 점, 두 의사가 아내를 설득하는 등 치료를 이어 가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내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은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으로 보았을 뿐입니다.
- 검사가 공동정범으로 내세운 사실을 법원이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고 더 가벼운 방조로 인정한 것도,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면 허용된다고 했습니다(95도456 참조).
판단하지 않은 것
- 이 판결의 상고인은 두 의사와 검사였고, 아내는 원심의 공동피고인으로만 판결에 나옵니다.
- 판결이 본 것은 수술 하루 남짓 뒤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 퇴원하면 숨질 수 있다는 거듭된 설명, 그 뒤 생사를 아내의 손에 맡긴 퇴원 조치가 겹친 이 사건의 사정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판결은 한 번의 퇴원 조치를 두고, 퇴원을 정하지 않은 수련의와 퇴원을 허용한 두 의사, 환자를 돌볼 일차적 의무를 진 아내의 몫을 갈라 보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두 의사가 퇴원을 극구 말렸고, 장치를 떼도 곧바로 숨이 멈출 가능성은 적었다는 사정을 들어 공동정범을 물리쳤습니다.
지시에 따라 장치를 뗀 1년차 수련의는 아내의 뜻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려워 고의가 부정됐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판결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돌볼 일차적 의무를 민법상 부양의무를 진 가족에게서 찾았습니다.
환자가 매우 위독했어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기에, 퇴원 조치와 환자의 죽음은 인과관계로 이어졌습니다.
형사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