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손해 산정

레빈튜브를 기다린 다섯 시간과 위자료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검토

입원 중이던 환자가 밤새 가슴 아래쪽 통증을 호소했고, 레빈튜브를 넣자는 주치의의 결정이 난 뒤 새벽까지 다섯 시간 가까이 의사가 나타나지 않은 일을 다툰 항소심입니다. 법원은 그 공백이 환자가 폐렴으로 숨진 일과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 밤의 진료가 보통 사람이 참고 넘길 정도를 크게 넘어선 불성실이었다고 평가해, 환자 본인과 곁을 지킨 아들에게 위자료를 주도록 병원 측에 명했습니다.

법원
서울고등법원
선고
2012. 10. 11.
사건
2011나78707 · 민사
결론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심에서 더한 청구를 일부 받아들임

무엇을 다퉜나

환자의 가족 셋이 원고였고, 피고는 대학병원을 둔 학교법인과 담당 교수였습니다. 처음에는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숨졌다며 사망에 따른 손해를 물었습니다.

1심에서 이 청구가 기각됐고, 원고들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당직의와 주치의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환자가 처치 없이 방치됐다는 주장을 더했고, 법원은 이를 독자적인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청구가 새로 더해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그 밤의 경과는 이렇습니다.

  • 환자는 저녁 무렵부터 가슴 아래쪽 통증을 계속 호소했고, 밤에 CT를 찍은 뒤에도 같았다.
  • 자정을 넘긴 무렵 주치의가 레빈튜브를 넣어 장 쪽의 내용물이 저절로 빠져나오게 하기로 정하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했다.
  • 간호사가 곧바로 당직의를 불렀지만 오지 않았다. 한 시간 반쯤 뒤 다시 불렀을 때는 당직의도, 주치의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새벽 세 시가 넘어 환자가 빨리 넣어 달라고 했고, 간호사가 다시 두 의사에게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 환자가 누워 있지도 못할 만큼 아프다며 진통제라도 달라고 하자, 간호사가 미리 받아 둔 필요 시 처방(PRN)으로 몰핀을 주사했다. 한 시간쯤 뒤 같은 처방으로 한 번 더 주사했다.
  • 그사이 간호사는 주치의의 알림함으로 지연 사실을 보냈다.
  • 당직의는 새벽 다섯 시 사십 분이 넘어서야 나타나 환자를 처치실로 옮겼고, 몇 분 만에 레빈튜브를 넣었다.

앞서 밤 열 시 무렵 춥고 아프다는 환자의 전화를 받은 원고가 아들에게 연락했고, 아들이 병원에 와서 환자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환자는 그날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법원이 본 것

사망과는 이어지지 않았다 판결요지 · 이유 2 나

법원은 다섯 시간 가까이 진통제 두 번 말고는 처치가 없었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사정을 들어 그 잘못과 사망을 잇지는 않았습니다.

  • 의료진은 레빈튜브를 정하기 전에 이미 폐렴을 확인하고 항생제를 쓰고 있었다.
  • 레빈튜브는 통증이 배에서 온 것일 수 있다고 보아 정한 처치였고, 폐렴을 낫게 하는 조치는 아니었다.
  • 연락이 닿지 않던 동안 통증 호소는 이어졌지만, 따로 대처할 폐렴 증상이 새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 호흡곤란이나 가래처럼 추가 조치가 필요한 증상은 당직의가 온 뒤에 나타났고, 그때의 대처는 적절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 시간 안에 의사가 와서 진찰했어도, 환자를 숨지게 한 폐렴에 덧붙일 치료는 없었으리라고 했습니다. 이 잘못을 사망을 부른 과실이라고 주장하는 범위에서는 이유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결과와 떨어져서 서는 위자료 판결요지 · 이유 2 다

법원은 2008다12545 판결을 들었습니다. 최선의 조치를 하지 못한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잘못과 환자의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서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손해는 물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잘못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아도 참고 넘길 한계를 훌쩍 넘는 불성실한 진료에 이르렀다면, 그 자체가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환자 · 가족이 받은 마음의 고통은 위자료로 갚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록으로 가린 진통제와 알림 이유 2 다

법원은 그 밤의 진통제가 누구의 판단으로 들어갔는지를 간호기록과 투약기록으로 가렸습니다.

  • 간호기록지에는 주치의가 처방해 준 진통제에 「by dr.」라는 표기가 붙어 있었는데, 그 밤의 두 번에는 이 표기가 없었다.
  • 투약기록지에서 사전 처방이 없는 주사약은 처방 입력 시간이 투약보다 앞섰지만, 필요 시 처방이 있는 약은 입력 시간이 투약과 같거나 뒤였다.
  • 간호기록의 「noti함」 표시는, 의사가 확인한 경우에 쓰는 「notify」와 달리 주치의 알림함으로 보냈다는 뜻일 뿐이었다.

이를 모아, 그 밤의 진통제는 간호사가 사전 처방에 따라 준 것이고 주치의가 그때 알림을 읽었다는 뜻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저하게 불성실했다고 본 사정 판결요지 · 이유 2 다

불성실하다고 본 근거 가운데 넷은 이렇습니다.

  • 이 병원은 시설과 인력 수준을 이유로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지정돼, 다른 기관보다 높은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곳이었다.
  • 중환자와 응급환자가 많아 위급한 일이 잦을 곳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당직의와 주치의가 호출에 응하지 않는 일은 흔하지 않아 보인다.
  • 주치의는 레빈튜브가 통증을 덜 것이라 보고 정한 것이라, 미룰 까닭이 없었다.
  • 실제로 넣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은 시술을 정해 두고 다섯 시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진찰을 청하는 연락에도 응답이 없었다. 판결은 이를 일반인의 처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밤이었다는 사정과 국내 의료 여건을 감안해도, 두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은 참을 한도를 크게 넘어선 불성실한 진료로 평가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받았나 이유 2 다 · 라 · 3

배상할 쪽은 당직의와 주치의를 쓰는 사용자인 학교법인이었습니다. 위자료는 환자 본인, 그리고 곁에서 그 고통을 지켜본 아들에게 인정됐습니다. 환자 몫은 상속됐습니다.

이 불법행위는 사망을 부른 것이 아니어서 생명 침해의 위자료 조문(민법 제752조)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두 원고는 가족이라는 까닭만으로 위자료를 받지 못했고, 그때 처치가 늦어지는 줄 알고 고통을 겪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담당 교수는 그 밤의 당직의도 주치의도 아니었고 그들의 사용자도 아니어서, 그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사망 손해를 구한 원고들의 항소도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사망에 관한 판단은 1심 이유를 그대로 옮겨 썼습니다.
  • 몇 시간이 지나야 불성실한 진료가 되는지 기준 시간을 두지 않았습니다. 병원의 규모와 지정, 시술의 쉬움, 연락의 횟수를 함께 보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같은 다섯 시간을 두고 두 물음이 각각 답을 얻었습니다. 사망과 이어지는지는 부정됐고, 그 시간의 진료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는 위자료로 이어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폐렴에 이미 항생제가 쓰이고 있었고 당직의가 온 뒤의 대처가 적절했던 것으로 보아, 사망 손해의 책임은 묻지 않았습니다.

불성실 여부를 가리면서 야간이라는 사정과 국내 의료 현실을 참작했고, 그 밤의 진료를 맡지 않은 담당 교수에게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처치가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에 대한 배상까지 서지는 않았습니다.

위자료는 곁에서 그 밤을 지켜본 아들에게까지 인정됐지만, 그 시간의 고통을 보여 줄 증거가 없던 다른 가족에게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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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고등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나7870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