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 선고
- 2009. 5. 19.
- 사건
- 2008가합112396 · 민사
- 결론
-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임
무엇을 다퉜나
환자의 남편과 세 자녀가 병원을 운영하며 직접 수술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입니다.
- 환자는 오래된 치질로 피가 나고 통증이 심해져 이 병원을 찾았는데, 진찰에서 직장의 출혈성 정맥류와 항문 밖 외치핵이 여럿 보여 수술하자는 권유를 따른 것입니다.
- 수술 전 혈액 · 흉부방사선 · 심전도 · 간 · 신장 · 혈당 · 소변 검사에서는 수술에 지장을 줄 이상이 없었습니다.
- 수술은 전신 수면마취로 20분쯤 걸릴 예정이었는데, 의사는 마취에 앞서 항생제를 정맥에 놓고, 마약 성분이 든 진통제와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를 각각 근육에 주사했습니다.
- 수술실에서 의사는 간호사 셋과 함께 정맥마취제 180mg을 수액 줄로 넣어 재우고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를 했는데, 이때 환자에게 붙인 감시장치는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 하나뿐입니다.
- 레이저로 정맥류와 외치핵을 차례로 없애고 소독까지 마친 뒤 환자를 살폈을 때, 환자는 이미 호흡과 심장이 멈춰 있었습니다. 흉부 압박과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을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다툰 것은 경과 관찰을 게을리한 과실과, 마취에 따르는 위험을 미리 알리지 않은 잘못입니다. 반면 의사는 환자가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일으켰거나 스트레스로 심폐 기능이 약해진 탓이라고 맞섰습니다.
법원이 본 것
약이 겹친 마취 판결요지 · 이유 1 다 (1) (2)
법원이 정리한 의학 지식으로는, 마약성 진통제와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는 함께 쓰면 호흡을 누르는 작용이 한층 세지므로 환자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약입니다.
정맥마취제도 그 자체로 호흡과 심혈관을 누르는 작용이 있어, 허용량 안에서도 되도록 적게 쓰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나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를 먼저 맞은 환자에게 쓰면 순환과 호흡을 누르는 힘이 더해지고, 사람마다 반응이 달라 쓰는 동안 계속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면마취는 자발 호흡을 살린 채 적은 양의 약으로 진정시키는 방법이지만, 넓게 보면 전신마취의 한 방법이고 이때에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적정량을 넘긴 투여 이유 1 다 (2) · 2 가 (1)
체중 60kg 환자를 20분 동안 수면마취할 때 이 정맥마취제의 적정 사용량은 30~120mg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그 범위를 넘는 180mg을 한꺼번에 투여했고, 앞서 진통제와 진정제까지 맞힌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 겹침으로 환자에게 일시적인 무호흡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측정기 하나로 지켜본 수술 이유 1 다 (3) (4) · 2 가 (1)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쓰기 쉽고 값이 비싸지 않은 보조 감시장치입니다. 다만 저혈압 · 저체온 · 주위의 강한 빛 · 환자의 움직임 · 심한 빈혈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져, 심전도나 혈압계와 함께 쓸 때 안전을 더 지킬 수 있다고 법원은 정리했습니다.
또 호흡이나 심장이 멈춘 뒤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가 소생을 크게 좌우한다는 점도, 법원이 함께 짚은 대목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진통제 · 진정제에 정맥마취제까지 적정량을 넘겨 더해 무호흡 위험이 커졌다면, 마취 중 호흡과 순환을 계속 살피고 이상에 알맞게 대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의사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측정기 하나만 붙인 채 수술하며 호흡과 순환을 지속적으로 살피지 않았고, 마취제 부작용으로 올 수 있는 호흡정지를 빨리 발견하지 못해 응급조치의 때까지 놓쳤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실로 환자가 수술 중 호흡과 심장이 멈춰 숨졌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마취제 과민반응이나 스트레스로 약해진 심폐 기능 탓이라는 의사의 주장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습니다.
마취 전 설명 이유 2 가 (2)
의사는 수술 · 검사 · 마취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하는지, 뒤따를 수 있는 합병증 · 후유증은 무엇인지를 알렸고, 피할 수 없는 합병증이나 특이체질로 뜻밖의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점도 미리 말해 두었다고 법원은 인정했습니다. 그 밖에 설명의무를 어겼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이 주장이 서지 않은 것입니다.
책임 65% 이유 2 나 · 3
법원은 사고에 환자의 신체적 소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습니다. 또 의사가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처지라 마취 부작용에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정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정을 배상액에 반영하는 것이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맞는다고 보아, 의사의 책임을 65%로 제한한 것입니다. 일실수입은 도시 일용 노동 임금으로 만 60세 전까지 계산했고, 장례비와 함께 65%만 인정한 뒤 환자와 가족의 위자료를 더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환자의 신체적 소인이 무엇이었는지, 그 소인과 개인병원의 처치 여건이 책임을 각각 얼마씩 덜었는지는 나누어 적지 않았습니다.
- 또 수술 도중 몇 분째에 숨이 멈췄는지까지는 나아가지 않았고, 판단의 출발점은 수술을 마친 직후 이미 멈춘 상태였다는 사실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결국 수면마취도 넓게는 전신마취로 본 판결이라, 쓰는 약이 겹칠수록 무엇으로 어떻게 지켜보았는지가 판단의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의료인이라면
법원은 개인병원에서 마취 부작용을 처치하기 어려웠을 사정을, 의사의 책임을 줄이는 사유로 참작했습니다.
마취 전 설명이 이뤄진 사실은 그대로 인정돼, 설명의무 위반은 서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법원은 과실을 숨졌다는 결과에서가 아니라, 약이 겹쳐 위험이 커진 상태에서 호흡과 순환을 계속 살피지 않았다는 데서 찾았습니다.
또 배상은 환자의 신체적 소인 등을 참작해 65%로 제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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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5. 19. 선고 2008가합11239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