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합의 · 통지

합의 뒤에 판정받은 다리 짧아짐, 합의가 미친다고 본 까닭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교통사고로 넓적다리뼈 목 부분이 부러져 수술받은 피해자가 보험회사와 합의하고 돈을 받은 지 두 달 남짓 뒤, 오른 다리가 짧아졌다는 판정이 나온 사건을 다룹니다. 함께 보실 물음은, 합의 뒤에 판정받은 장해라도 합의가 미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그 장해가 합의 전 수술로 이미 생겨 있었다며, 합의 밖의 손해로 본 원심을 깼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0. 3. 23.
사건
99다63176 · 민사
결론
원심판결 파기환송

무엇을 다퉜나

피해자는 1997년 4월 승용차 사고로 오른쪽 대퇴골 경부골절 등을 입고, 그해 10월까지 몇 곳의 의료기관에서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 10월의 후유장해 진단서에는 고관절이 덜 움직이는 장해만 적혔고, 노동능력을 옥내 10%, 옥외 16% 잃었다는 판정입니다.
  • 그리고 12월, 운전자의 보험회사와 피해자는 상실률을 12%로 보기로 하고 3,0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그 사고로 생길 권리 일체를 내려놓고 민사 · 형사로 다투지 않기로 하는 합의입니다.
  • 이듬해 2월 다른 병원에서, 수술 부위 뼈는 붙었지만 대퇴골 경부가 짧아져 오른 다리가 짧아졌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 뒤 보험회사가 건 소송은, 합의금 말고는 갚을 빚이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심은 합의 때 다리가 짧아질 줄 몰랐고 내다볼 수도 없었다며, 그 장해의 손해는 합의 밖이라고 보고 보험회사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포기 합의와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 이유 2 첫 문단

남은 청구를 포기하기로 약속한 뒤라면, 손해가 더 생겼다는 사정만으로 다시 배상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세 조건이 함께 갖춰질 때 예외의 길을 엽니다. 사고 직후 손해의 폭을 가늠하기 힘든 시점의 합의일 것, 뒤에 생긴 손해를 그 무렵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했을 것, 미리 알았다면 그 액수로 합의하지 않았겠다 싶을 만큼 손해가 클 것입니다.

합의 전에 이미 생긴 장해 판결요지 [2] · 이유 2 둘째 · 셋째 문단

그런데 피해자가 합의한 것은 사고 뒤 여덟 달 가까이 지나, 그해 10월까지 수술과 입원을 거친 다음이었습니다. 따라서 손해의 폭을 확인하기 어려운 때의 합의는 아니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평가입니다.

게다가 다리가 짧아진 것은 사고로 부러진 뼈를 수술한 결과였고, 피해자가 1997년 7월 28일 이전에 그 수술을 받은 사정이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다리가 짧아진 장해가 늦어도 그 수술 무렵 이미 생겼고 합의 뒤 판정으로 비로소 드러났을 뿐이어서 후발손해가 아니며, 합의 전 수술에서 비롯됐으니 내다볼 수 없던 손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냈습니다.

합의의 효력과 파기 이유 2 마지막 문단

또 장해의 손해만 합의에서 떼어 두자는 뜻이 당사자 사이에 따로 있었다고 볼 자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합의는 그 손해에도 미친다고 하면서, 원심이 합의 효력 제한의 법리를 오해했거나 장해가 생긴 시기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깨 환송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원심이 함께 다룬, 가벼운 다리 짧아짐은 신발 굽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노동능력에 영향이 없다는 보험회사 주장은, 대법원이 이유를 따로 달지 않은 대목입니다.
  • 환송 뒤 다시 열린 심리의 결과는 이 판결 밖의 일입니다.
  • 승용차 사고를 두고 보험회사가 낸 소송이어서, 의료 행위의 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합의 뒤에 진단서가 새로 나왔다고 그 손해가 곧 후발손해로 취급되지는 않았고, 장해가 생긴 때와 판정받은 때가 갈라져 따져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합의의 범위는 후유장해 진단서에 적힌 장해 너머까지 미쳤습니다. 고관절 운동 제한만 적힌 진단서가 이 사건 합의의 바탕이었지만, 대법원은 적히지 않은 다리 짧아짐에도 합의가 미친다고 본 것입니다.

수술 결과로 이미 생긴 변화라면, 뒤에 다른 곳에서 판정받았더라도 합의 뒤 새로 생긴 손해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수술 결과로 남을 수 있는 장해가 진단서에 빠짐없이 들어갔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합의 뒤 새 판정이 나오더라도, 그 장해가 합의 전에 이미 생겨 있었다면 다시 청구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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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