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1997. 2. 11.
- 사건
- 96다5933 · 민사
- 결론
- 상고기각
무엇을 다퉜나
소송을 낸 쪽은 산모 등이고, 상대는 그 병원을 경영한 의료법인입니다.
- 먼저 산모는 임신 기간 X선이나 초음파 없이 내진으로만 진찰받았고, 엄마와 아이 모두 정상으로 진단됐습니다. 흡입분만을 시작할 때까지도 산모가 지쳤다는 것 말고는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분만 2기에 들어선 뒤 한 시간 넘게 아이가 나오지 않자, 분만을 맡은 2년차 전공의가 흡입분만을 시작하게 됩니다.
- 컵이 잘 붙지 않거나 붙었다가 떨어지며 시도가 거듭 실패했고, 3년차 전공의 둘이 차례로 이어받았습니다. 그 무렵 태아의 심장 박동이 크게 느려졌습니다.
- 결국 산부인과 과장이 제왕절개로 바꾸기로 해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울지도 숨 쉬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그 뒤 인공호흡 중 네 차례 심정지를 겪고 그날 밤 숨졌습니다.
- 기록에는 머리의 말랑한 혹(가변성 종괴)이 적혔고, 두개내혈종(추정)과 태변흡입증후군이 진단명으로 남았습니다.
원심의 판단은, 아이가 분만 과정의 과실로 생긴 두개내혈종과 태변흡입증후군으로 숨졌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의료법인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의료수준의 잣대 판결요지 [1] · 이유 2
의사는 그 시점의 의학 지식에 기대어, 그 치료가 낼 효과와 따를 부작용을 함께 저울질하며 최선의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잣대가 되는 것은 그 무렵 임상 현장의 의료수준입니다(86다카1469 · 93다59304 참조).
다만 그 수준은 규범으로 요구되는 높이로 잡아야 하고, 그 의사나 그 병원의 구체적 형편에 맞춰 낮춰 잡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선을 그었습니다.
아이가 숨진 경위의 추정 이유 2
대법원은 원심이 확정한 경과 가운데 네 대목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 흡입분만을 시작한 무렵까지 엄마와 아이에게 이상이 없었고, 혈종이나 태변 흡입을 일으킬 다른 문제를 뒷받침할 자료도 없었다.
- 아프가 점수가 매우 낮았고, 삽관과 심폐소생술에도 태어난 지 6시간쯤 만에 숨질 만큼 위중했다.
- 흡입분만을 한 시간이 통상 한계의 상한에 이르렀다.
- 심음이 위급하게 떨어진 뒤에도 흡입분만을 이어 갔다.
그래서 아두골반불균형(산모 골반에 비해 아이 머리가 커 자연분만이 어려운 상태)을 의심하지 못한 채 무리한 흡입분만이 이어지며 아이 머리가 산도에 눌려 출혈이 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출혈로 산소가 모자라 태변을 많이 들이마셨고, 혈종과 태변흡입증후군이 함께 사망을 불렀다는 추정입니다.
재량이 허용한 범위 판결요지 [2] · 이유 2
물론 진료기록에 아두골반불균형이 적혀 있지 않았으니, 그 기록을 믿고 흡입분만을 시작한 데에는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를 수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과도하고 무리하게 이어진 흡입분만은 의사의 재량이나 의료수준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났고,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고 했습니다.
원심이 잘못 본 두 대목 이유 2
한편 대법원은 원심 판단 두 곳을 잘못이라고 짚었습니다. 제왕절개를 한 의사가 태변 제거 조치를 곧바로 하지 않았다고 본 것, 그리고 태아곤란증이 나타나면 흡입분만을 해서는 안 되고 곧바로 제왕절개로 가야 하는 것처럼 판단한 부분입니다.
다만 두 잘못은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배상 금액은 이번 상고심에서 다뤄진 대목이 아닙니다.
- 원심이 의료법인의 과실상계 주장에 답을 빠뜨렸더라도, 대법원은 전공의들의 과실 말고 다른 사망 원인을 보여 주는 자료가 없으니 그 빠짐이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만 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서 의료수준은 그 병원의 구체적 형편에 맞춰 내려가지 않았고,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도 흡입분만이라는 선택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실패가 거듭되고 심음이 떨어진 뒤에도 방법을 바꾸지 않은 흐름입니다.
의료인이라면
대법원은 진료기록에 아두골반불균형이 없던 점을 들어, 흡입분만을 시작한 데에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를 수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태아곤란증이 보이면 흡입분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분만 사고에서 법원은 시도 횟수, 컵이 붙고 떨어진 경과, 심음 변화를 시간 순서로 놓고 보았습니다.
또 출생 직후 기록(아프가 점수 · 진단명 · 머리의 혹)이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자리에 함께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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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