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분담 · 구상

전신마취 전 정밀검사 과실과 사고 운전자의 연대책임,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 수술 중 숨진 환자에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두었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교통사고로 다리뼈가 부서진 환자가 세 번째 수술의 전신마취 중 심근경색이 재발해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한 사건으로, 마취 전 정밀검사와 사고 운전자의 책임을 함께 보여 줍니다. 정밀검사 없이 전신마취를 한 병원 과실과 사고 낸 운전자가 병원과 나란히 지는 사망 손해 연대책임을, 대법원은 한꺼번에 굳혔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7. 8. 29.
사건
96다46903 · 민사
결론
상고기각(운전자 · 병원 피고 둘 모두)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교통사고로 왼쪽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부서져, 16주쯤 치료해야 하는 몸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입원 때 심전도에 심근경색을 의심할 파형이 보였고, 환자는 고혈압에 3년 전부터 가슴이 조이는 증상이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래서 수술은 미뤄졌고, 의료진은 중환자실에서 심장 약부터 썼습니다.

  • 1993년 2월의 1차 수술과 10월의 2차 수술은 척추마취로 했고, 그때 심장에는 별 탈이 없었습니다.
  • 하지만 2차 수술 결과가 나빠 골수염이 남자, 의료진은 어깨 근육을 떼어 다리로 옮기는 3차 수술을 정하게 됩니다. 오래 걸리는 수술이라서 전신마취가 필요했습니다.
  • 3차 수술 직전 두 차례 심전도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지만, 심장 약을 계속 쓰면 병이 남아 있어도 심전도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혈관조영술 같은 정밀검사 장비는 그 병원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1993년 11월 전신마취로 3차 수술을 하던 중 오후에 심전도가 갑자기 나빠졌고, 환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밤 9시 반쯤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검 소견은 심한 관상동맥 경화와 오래된 심근경색입니다.

이보다 앞서, 사고 뒤 겨우 열흘쯤 지난 치료 도중에 환자 쪽은 운전자와 배상에 관한 합의를 했습니다. 유족은 운전자와 병원을 함께 상대로 소송을 냈고, 원심이 둘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자 운전자와 병원이 각각 대법원에 불복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열흘 만에 맺은 합의의 범위 판시사항 [1] · 이유 1 가

합의로 일정 금액을 받고 남은 청구를 포기했다면, 대개는 손해가 뒤에 늘었다는 이유로 더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손해의 윤곽이 잡히기 전 급히 적은 금액으로 합의했다면, 포기의 대상은 합의 무렵 내다볼 수 있었던 손해로 좁혀 읽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입니다.

이 합의는 손해의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치료 도중에 맺어졌습니다. 그때 사망은 예상할 수 없었고, 내다봤다면 그 돈으로 합의하지 않았으리라는 원심 결론이 합의면책 법리에 맞는다고 대법원은 평가했습니다.

마취 전 정밀검사 판시사항 [3] · 이유 2

원심은 심근경색을 앓은 사람이 수술 중 마취 상태에서 재발하면 50~70%가 숨질 만큼 위험하고, 전신마취가 척추마취보다 심장에 부담이 크다고 인정했습니다.

3차 수술은 골수염 때문에 어느 정도 서둘러야 했지만, 목숨이 걸려 시각을 다툴 수술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정밀검사를 하느라 수술 시기를 놓칠 일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원심은 처음부터 심근경색이 의심된 환자라면 앞선 수술이 무사했고 심전도가 정상이어도, 수술이 시급하지 않은 이상 다른 병원에 맡겨서라도 정밀검사로 심장을 확인한 뒤 전신마취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성급한 전신마취를 의료과실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그 결론이 옳다고 했습니다.

장비가 병원에 없었다는 사정이 있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심은 사인이 심장질환에 이어진 급성 심근경색인 이상 전신마취와 무관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사망의 원인을 성급한 전신마취에 둡니다.

운전자도 함께 지는 사망 손해 판시사항 [2] · 이유 1 나

대법원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치료 과정의 의료 과실로 더 나빠졌을 때, 그 확대 손해도 교통사고에 이어 본다는 판례를 다시 들었습니다.

또 이 사건에서 사망이 수술 의사들의 중대한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등, 운전자에게 사망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이 사건에는 없었습니다.

두 행위가 낳은 결과를 따로 떼어 낼 수도 없었으므로, 운전자는 병원과 연대해 사망 손해 전부의 배상 책임을 진다는 결론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병원 과실로 다뤄진 것은 3차 수술의 전신마취 결정이었습니다. 척추마취로 한 1차 · 2차 수술은 과실 판단의 바깥에 있었습니다.
  • 정밀검사를 거친 뒤 전신마취를 하라는 판단은, 처음부터 심근경색이 의심됐고 3차 수술이 시각을 다투지 않던 이 사건 사정과 1993년 무렵의 진료 수준 위에 선 판단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에는 쟁점 셋이 겹쳐 있습니다. 서둘러 맺은 합의의 범위,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마취 전 검사,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겹친 사망 손해의 책임입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앞선 수술의 무사함과 심장 약을 쓰던 중 잰 직전 심전도의 정상 소견이, 심근경색이 의심된 환자의 급하지 않은 전신마취 전 정밀검사를 대신하지 못한다고 본 원심 쪽에 섰습니다.

판결에서 병원에 정밀검사 장비가 없었다는 점은, 급하지 않은 수술이면 다른 병원에 검사를 맡겼어야 한다는 결론 앞에서 병원을 면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대법원은 손해가 다 드러나기 전 서둘러 적은 금액으로 맺은 합의가 그 뒤 예상하지 못한 사망 손해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이 사건에 적용한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치료 중 일어난 의료사고로 생긴 사망 손해도 병원과 연대해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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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