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과실 판단 기준

에이즈 검사가 의무가 되기 전 헌혈 혈액, 수혈 감염에 혈액원의 과실을 물을 수 있나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에서 함께 보실 물음은, 법이 아직 요구하지 않은 검사를 건너뛴 것도 과실이 되느냐입니다. 헌혈 혈액을 모두 검사하라는 법이 생기기 전, 수혈받은 혈액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가능했던 검사를 건너뛴 혈액원에 책임을 물은 원심을, 혈액원 측 상고를 물리치며 그대로 두었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1995. 8. 25.
사건
94다47803 · 민사
결론
상고기각(피고 혈액원 측 상고 · 환자 측 승소 유지)

무엇을 다퉜나

피고는 혈액원을 열어 채혈과 공급을 맡던 단체입니다. 한 대학병원이 이 단체에서 받은 혈액을 환자에게 수혈했는데, 그 피를 낸 헌혈자가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었다는 데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헌혈자가 나중에 다시 헌혈하다 검사로 항체 양성이 확인되자, 혈액원이 그의 옛 헌혈 기록을 거슬러 이 수혈을 찾아냈습니다. 그 뒤 몇 년이 지나 검사로 환자의 감염이 확인됐고, 환자는 그 이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상고심에서 혈액원 측이 내세운 것은, 전부 검사가 법으로 의무가 된 것이 채혈 뒤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과실을 인정한다면 사실상 과실 없이 책임을 지우는 셈이라는 상고였습니다.

법원이 본 것

혈액을 다루는 일의 무게 판시사항 가 · 판결요지 가 · 이유

혈액을 채혈하고 보존하고 공급하는 일에는 전문 지식이 들고, 그 결과가 수혈자의 목숨과 몸에 곧바로 닿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 일을 맡은 자에게 최선의 조치를 다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지웠습니다.

그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네 가지를 함께 저울질해 정하는데, 당시 의학이 어디까지 와 있었는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였는지, 침해되는 이익이 얼마나 무거운지, 결과를 피하려다 포기하게 되는 이익이 그것입니다.

그때 알려져 있던 것 이유

원심이 인정한 바로는, 채혈보다 한 해쯤 앞서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 에이즈의 주요 감염 경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 의학계에 알려졌고 항체 검사법도 나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감염자 보고가 나왔고, 혈액원 측은 감염 우려자 채혈을 막자는 정부 협의회에 참석해 있었습니다.

한편 원심 기록에는 전부 검사에 드는 비용도 나옵니다. 한 해 헌혈 목표량을 다 검사하면 19억 원가량이 들고, 이를 혈액값에 얹으면 한 단위에 2,100원이 오르는 정도였습니다.

확률이 낮아도 남는 의무 판시사항 나 · 이유

채혈 무렵 국내에서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다섯 명 안팎이었고 수혈로 감염될 확률도 극히 낮아 보였지만, 대법원은 비용과 확률만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이 아직 모든 헌혈 혈액의 검사를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채혈 당시 감염 위험을 내다볼 수 있었고 검사가 그때 할 수 있던 최선의 조치였다면, 감염이라는 결과의 무게에 비추어 혈액원에는 그 검사로 감염을 막을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본 원심은 과실의 법리 안에 있었고, 결과만으로 책임을 지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상고한 쪽은 혈액원 측뿐이어서, 상고심 판단은 혈액원의 주의의무 하나에 머물렀습니다.
  • 배상액이 얼마였는지, 감염과 그 뒤의 죽음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상고에서 다툰 대목이 아니었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혈액원 측은 법이 정한 의무 시점을 앞세웠지만, 판단의 축은 법령의 날짜가 아니라 채혈하던 날 혈액원이 알 수 있던 위험과 쓸 수 있던 수단이었다는 점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의료인이라면

주의의무의 높이는 당시 의학 수준과 함께, 결과를 피하는 데 드는 비용 같은 희생되는 이익까지 저울에 올려 정해졌습니다.

다만 결과가 생명에 닿을 만큼 무겁고 막을 수단이 이미 있었던 사안에서는, 낮은 확률과 비용이 의무를 덜지 못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과실을 가른 것은 그 무렵 의학계에 알려진 감염 경로, 쓸 수 있던 검사법, 정부 협의 내용 같은 당시 사정이었습니다.

법이 검사를 의무로 정하기 전의 일이라는 사정만으로는 혈액원 측 책임을 벗기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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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4780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